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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unfamiliar place

(Good)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콜카타 국제 공항까지 - 어떻게 돈을 찾을까?

by 빛의 예술가 2013. 7. 4.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침 7시.


먼 곳에서 동이 트고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였다.


헤어졌다.


모두와 헤어지고 나 혼자 남아 화장실에 가서 큰 일을 볼 방법을 먼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가방을 지켜줄 사람이 없으니 화장실 구조를 먼저 파악하기로 한다.


보조가방은 문제없이 걸 수 있을 것 같다.


배낭은 앞에 두기 위험했다.


결국 난 보조가방을 위쪽에 걸고 큰 배낭까지 끌고 들어와 비교적 깔끔해보이는 화장실 바닥에 던져놓고 볼 일을 본다.




혼자 하는 여행은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는 것 마저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쿠알라룸푸르의 시티 남쪽에 있는 공항은 KLIA와 LCCT가 있다.


당신이 에어 아시아(Air-Asia)를 이용한다면 모든 비행기의 이착륙은 LCCT에서 이루어진다.


국내선과 에어 아시아가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유명 저가 항공사 답게 공항 부대 시설도 꽤나 다양한 편이었다.


하지만 내겐 말레이시아 돈이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2링깃이 있었지만, 한국 돈으로 800원도 되지 않는 돈이었다.


보딩까지는 9시간이 남았다.


달러를 조금 환전하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 쉬고 있으려니 졸음이 몰려왔다.


잤다.




그래도 보조가방은 소중하니 팔에 한쪽 끈을 건 채로 눕는다.


공항 내부 조명은 그리 밝지 않았지만, 그것 마저 눈이 부셔 선글라스를 끼고 잤다.


사람들은 내가 거지인 줄 알았는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덕분에 1시간 가량을 잤는데도 푹 잔 것처럼 개운한 느낌이었다.





인도와의 첫 만남


어제는 1시간도 채 자지 못했고, 난 코감기+목감기를 앓고 있으며, 모두와 헤어진 아픔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날카로운 신경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하늘에서 처음 만난 인도는 아름다웠다.


그 사람이 사랑하는 인도가 어떤 곳인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인도가 어떤 곳인지, 대체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내 눈으로 봐야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별 탈 없이 인도 입국 수속을 밟고 Baggage claim에서 배낭을 찾아들고 터미널로 나아간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ATM은 찾을 수 없었고, 터무니없는 환율로 환전을 해준다는 환전소가 몇개 보였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붙잡고 묻기 시작한다.


"ATM 어디 있어?"


- 바깥으로 나가서 2층으로 가면 있어


"그래 고마워"



그래서 난 나갔다.


터미널 밖으로.


이게 모든 일의 발단이었다.




인도의 콜카타 국제 공항에 도착하면 매우 한산하다.


게다가 신축 건물이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데, 과연 이 곳이 인도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깨끗했다.





Prepaid taxi


이 곳에서 목적지를 말하고 표를 사면 택시기사와 가격 흥정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우습게도 현지인들까지 이 프리페이드 택시를 많이 이용했는데, 그 만큼 택시의 바가지가 심각한 수준임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어쨌든 난 그 남자가 시키는 대로 바깥으로 나가서 걸었지만 어떻게 올라가야되는지 몰랐다.


결국 국내선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그 곳에서 ATM이나 환전소를 물어보니 없단다.


신축건물로 다시 가라고 한다.


조금 짜증이 났지만 터벅터벅 신축건물로 다시 걸어갔다.




내가 신축건물로 들어가려는 찰나 총을 든 군인이 앞을 막아선다.


왜냐고 물어보니 보딩패스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난 보딩패스를 보여주며 지금 방금 도착했으며 잠깐 들어가서 환전만 하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No



난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게이트는 많다.


조금 돌아 다른 게이트로 가서 군인과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 No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은 이 시점부터 나는 공항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내가 급하게 환전을 해서 여행자거리까지 빨리 가긴 틀렸다.'


빨리 가지 못할 바에야 천천히 공항 탐험이나 하자고 맘 먹은 것이다.




세 번째로 만난 군인에게 다시 한번 말했더니 그렇다면 3C로 가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라고 한다.


좋다. 


3C게이트를 찾아 옆쪽에 있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니 출국장이다.


출국장에 들어가려 하니 또 다시 총을 든 군인이 가로 막는다.


안된단다.


왜냐고 물으니 넌 여기 도착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단다.


그럼 어떻게 환전을 하냐고 물었더니 아래로 내려가란다.



목 끝까지 욕이 차 올랐다.


하지만 난 공항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천천히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3C게이트의 군인이 앞에 보였다.


"나 들어갈래"


 - "안돼"


"왜? 난 1시간 전에 여기 막 도착했고, 돈이 없어. 환전을 해야돼"


 - "안돼. 위쪽으로 올라가면 출국장인데, 거기 가서 말을 하고 들어가면..."


"나 방금 전에 거기 갔다 왔어! 그런데 안된대! 어떡할까?"


 - "안돼. 그럼 여기서 환전할 수 없어."


"왜 안돼? 나 돈 없어. 그럼 너가 돈 좀 줄래? 나 택시비 하게"





인도에 도착한 지 1시간만에 난 인도 사람에게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군인은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나를 끝까지 들여보내주지 않을 셈인 듯 했다.


그래서 앉았다.




난 그 남자의 말은 들은채 만채,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총을 든 군인 옆에 털석 주저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노라니 인도 사람들이 미친 사람을 보는 듯 신기해했다.


나도 사람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몇 장 찍어 준다.


군인은 당황했는지 안쪽으로 들어가서 누군가에게 뭐라뭐라 말을 한다.


계급이 높아보이는 군인이 다가오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 한다.



"난 방금전에 콜카타 국제 공항에 도착했고, 돈을 찾아야되는데 이 사람들이 나를 못 들어가게 해. 2층으로 갔더니 3층으로 가라고 하고, 3층으로 갔더니 2층으로 가라고 해. 내가 어떡할까?"


 - "보딩 패스좀 보자"






남자는 나의 도착 보딩패스와 여권을 보더니 뭐라 뭐라 힌디어 몇 마디를 한다.


그리고 뇌리에 스친 말


"코리아"



그런 말이 오갔던 것 같다.


"저 정신 나간 동양인 어느 나라 사람이야?"


"코리아"



우리나라 국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인도 사람들에게 돈 달라고 구걸 안할 것을 다짐했다.




따라오라는 남자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배낭을 메고 종종걸음으로 따라간다.


그 남자는 군인들에게 몇 마디 하더니 프리 패스다.


드디어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


역시 계급은 높고 봐야한다.




난 쾌재를 부르며 고맙다고 말한 후 환전소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달러는 100불짜리 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이렇게 터무니없는 환율로 100불을 환전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태국 기념돈 100바트와 50바트를 건넸지만 직원은 받지 않는다.


"액수가 너무 적어. 최소한 2,000부터야"



공항 안으로 들어오면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착각이었다.


100불은 환전할 수 없고, 내가 보유한 타국가 통화는 터무니 없이 작다.


그렇게 안절부절하고 있으니 직원이 위쪽으로 올라가보라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며 위쪽으로 올라가니,




또 군인들이 있었다.


못 들어간댄다.


예전의 나 같으면 귀찮아서 큰 손해를 보며 100불을 환전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또 주저 앉았다.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니 아까 그 남자가 다가왔다.


"Nice to see you again"


하지만 남자는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아래층과 위층의 환전소는 같은 환전소이고, 넌 이 곳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난 더 이상 대한민국의 격을 낮출 수 없었기에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생각이 났다.


난 환전이 필요없다.


국제 현금 카드가 있다.


처음부터 ATM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던 것이다.



"그럼 하나만 묻자. ATM은 대체 어디 있어?"


 - "위층"


"나 들어갈 수 있어?"


 - "못가"




다리에 점차 힘이 풀렸지만 문화시민처럼 대화로 풀어보기로 했다.


"내가 돈이 없어서 그래. ATM한 번만 쓰면 안될까?"


 - "그럼 좋은 방법이 있어. 에어포트 매니저를 찾아가서 물어봐"



그렇다.


분명 공항 관리자중 높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난 터벅터벅 Airport manager를 찾아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바로 내 보딩패스를 달라고 했다.


조심스레 건넸더니 이런 선물을 주었다.




도장까지 찍어준다.


난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며 다시 출국장으로 올라간다.


선물을 보여주니 군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통과시켜 준다.





드디어 찾았다.


공항에 도착한지 3시간 만에 ATM 앞에 서니 예전에 슬프게 헤어진 연인을 만난 것처럼 애처로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돈이 생겼다.




이때부터 신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화장실도 다녀왔다.


콜라도 사먹었다.





그렇게 난 공항 출국장과 입국장을 활보하며 3시간 동안 콜카타 국제공항 탐험을 했다.


이 곳은 당신이 모르는 멋진 여행지라고 생각한다.


공항 직원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친절하게 들어주며, 유창한 영어로 대답해준다.


짜증을 부리면 받아주고, 내가 주저 앉아있으면 도와주러 다가왔다.


원래는 안되는 일이지만, 그 일을 되게 하기 위해 융통성도 발휘해줄 줄 아는 사람도 있으며,


입/출국장을 몇 차례 왕복하다 보면 저 멀리 서쪽에서 해가 지는 광경이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이 모든 과정을 끝낸 후 마시는 콜라는 기절할 정도로 달콤하다.


이곳.


꽤나, 멋진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이제부터 귀중한 정보이니 잘 듣는게 좋을 것이다.



1. 콜카타 국제 공항 입국장에는 ATM이 없다.


2. 콜카타 국제 공항 출국장에는 ATM이 있지만, Boarding pass없이 그냥 들어갈 수는 없다.


3. 콜카타 국제 공항 입/출국장 환전소는 터무니 없는 환율을 제시한다.


4. 콜카타 국제 공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는 군인과 말 다툼을 하지 말고, Airport manager를 찾아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


5. 콜카타 국제 공항에서 파는 코카콜라는 50루피다.


6. 콜카타 국제 공항 출국장 ATM은 VISA, MASTER모두 된다.


7. 콜카타 국제 공항 입/출국장 모든 게이트는 총을 든 군인이 지키고 있다.


8. 군인들에게 구걸을 해도 그들은 돈을 주지 않는다.


9. 공항에 도착해서 터미널 밖으로 빠져나가면 다시 들어가기 귀찮아진다.


끝.





여기서부터는 인도편 예고




이 모든 과정을 끝내니 밤이었다.


전철도 끊기고, 버스도 끊길 시간


결국 택시란 걸 타기로 한다.




여행자 거리인 서더 스트릿까지 290루피


매우 비쌌지만 어쩔 수 없이 구입한다.







그렇게 도착한 인도의 숙소


사진은 매우 깨끗하게 찍혔지만, 육안으로 침대 시트를 보면 구역질이 오를 정도로 지저분했다.


캄보디아에서 봤던 뚜올슬랭 수용소와 대등한 수준의 시설이었다.




게다가 눈에 보이는 베드 버그도 기어다니고 있었다.


침대는 아니지만 벽을 타고 기어다니고 있다.


결국 미달 누나의 선물을 꺼낸다.





방석을 베개 위에 깔고,


미달누나 돗자리를 침대 시트 위에 깔고


핫야이-쿠알라룸푸르 버스에서 공수한(?) 담요를 덮기로 했다.


이제야 사람이 잘 수 있는 침대처럼 변모한다.




잠자리를 정리하니 땀이 흘렀다.


씻기 위해 샤워장에 가 봤다.



젠장..


어찌되었든 내가 인도에 도착했구나.








그렇게 도착한 인도에서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