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은 다르지 않다.
캄보디아 역시 유치원이 있으며, 초등학교 6년 / 중학교 3년 / 고등학교 3년 / 그리고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국비가 지원되며, 대학교부터는 스스로 학비를 부담해야한다.
우리 나라와 꽤나 흡사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큰 차이점이 있었다.
학교는 주/야간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주간에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야간에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야간에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주간에 등교할 필요가 없다.
언뜻보면 한정된 시간에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하는 시간 만큼이나 중요한 노동의 시간이다.
그리고 캄보디아 남자들은 징집제가 아닌 모병제이다.
현지인의 말로는 군대에 가는 남자들 만큼이나, 머리를 자르고 중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기간은 짧다.
우리나라 처럼 파계당하기 전까지 혹은 성불할 때까지 스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부처를 모신다는 것이다.
경제 활동을 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스님이 된다면,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어려서 부터 노동을 한다.
물론 일부 부유층 자녀들은 엄마가 그랜드 체로키를 끌고 데려간 KFC에서 스무디를 홀짝 거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은 노동을 한다.
그들은 길에 있다.
그들은 앙코르 와트에 있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나 역시 맨발로 거리를 걷는 것에 거부감은 없지만, 이 곳은 얘기가 좀 다르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이 바닥을 달궈 대략 50도는 넘어보이는 돌길을 서슴없이 걸어간다.
다리를 굽혀 바닥에 손바닥을 대본다.
예상보다 뜨거웠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언어를 공부한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주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월등한 영어 실력을 자랑한다.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캄보디아(특히 이 도시)에서 언어는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몇몇 머리가 큰 녀석들은 제2외국어까지 능수능란 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어, 다음으로 일본어.
한국어를 배우는 녀석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세 번째로 많은데 왜 배우지 않느냐고 되묻자 그런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 여행사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고, 한국 가이드가 안내를 하고, 한국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한국 술집에 가서 소주를 마셔요."
그들이 이 곳에 와서 현지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네"
한국인임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아이들은 밝고 친절하다.
가끔씩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조악한 상품을 팔아보려고 하는 아이들 역시 존재하지만, 셈이 가능한 그 영악함에 함박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렇게 캄보디아 아이들은 우리와 같은 교육과정을 밟고 있고, 생존을 위해 언어를 습득 한다. 게다가 시간을 쪼개 노동까지 한다.
꽤나 열심인 유년 시절이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도 캄보디아 아이들은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못 살 것이란 것을.
예외를 두지 않는 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다.
하지만 못 산다는 것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인 대부분의 기준에 못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빈곤'하다는 의미일테다.
이제 그 기준을 행복에 두자.
과연 어떤 아이들이 더 행복할까?
이제 답은 쉽사리 도출되지 않는다.
어쩌면 캄보디아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나라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나는 깨달아가고 있다.
행복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으며, 그 총량을 타인의 것과 비교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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