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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네팔) 네팔에서 파키스탄 비자 받기

by 빛의 예술가 2014. 3. 20.


파키스탄 비자였다.


네팔에 도착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파키스탄 비자 수령.


내가 여행할 당시인 2013년에는 태국-미얀마 육로 국경이 열렸다, 그렇지 않다는 소문이 무성할 때였으므로 말레이시아에서 인도까지 비행기를 탔었다.

(2014년 3월 현재 역시, 태국에서 미얀마까지 걸어서 들어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입국 거부를 당했다는 사람도 있다)



태국-미얀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만약 이 루트가 열려있고, 당신에게 파키스탄 비자가 있다면, 태국에서 유럽까지 비행기를 한 차례도 타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루트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혹은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건너가 유럽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이번 여행에 미얀마는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인도에서 유럽까지 육로로 이동하기 위해선 파키스탄에 입국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최근까지 전쟁을 하던 사이이고, 서로 땅을 뺏고 빼앗기고 있으며,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전 세계 각국에서 두 나라의 전쟁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황이다.


결국 인도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발급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지리적/정치적/외교적 문제를 고려해 네팔에서는 파키스탄 비자를 수령할 수 있는데, "네팔에서도 파키스탄 비자 못 받아요"라는 소리를 듣긴 들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국으로 돌아가 파키스탄 비자를 받기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무대포로 달려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주 네팔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2014년 3월인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국적의 여행자가 네팔을 비롯한 제 3국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수령하는 방법은 없다. 


파키스탄에 가고 싶다면 한국에서 비자를 받아가자.






날씨는 맑았다.


파키스탄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선 여권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대사관의 추천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에 찾아가기로 한다.


주소나 여행자 거리에서 찾아가는 방법을 적고 싶지만, 적어봤자 당신들은 파키스탄 비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안 적겠다.


뭐? 불성실하다고?


그럼 생각해보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잘 이수하면 대학에서 떨어지는 상황' 에서 어느 초등학교가 좋고, 어느 중학교는 어떻게 갈 수 있다는 얘기는 하등 중요치 않다.


결국 대학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한 비자 발급기를 적는 이유는 대학에 떨어졌다 해서 인생 쫑나는거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이란 측면에 입각한다면 외려 대학 교육보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이 훨씬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절대로 주 네팔 대한민국 대사관의 주소를 찾기 귀찮아서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아니다.




검색 엔진에 주 네팔 대한민국 대사관을 찾아보면 주소 나온다.


그 후 친절한 네팔 사람들에게 물어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이다.





처음에는 잘못 찾아갔다.


분명 구글맵에도 확인을 하고 찾아갔는데, 총영사 관사가 나왔다.


들어가서 물이라도 얻어마시고 싶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당황해하고 있던 찰나, 친절한 네팔 아저씨가 나를 불쌍히 쳐다보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한 후 성큼 성큼 걷기 시작한다.




분명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고 하였지만,


걷고,


또 걷고,




또 걸어가시고,


얼마 남았냐고 물어보니 금방이란다.


그렇게 또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어서 도착한다.




무료로 커피를 마시라고 친절하게 응대한다.


타지에서 아주 고생이 많으시다.


"안녕하세요? 전화로 연락 드린 사람인데요, 파키스탄 비자 발급 추천 레터 받으러 왔습니다."

(난 스카이프에 돈을 내고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파키스탄 비자 발급 추천 레터의 발급 유무(말이 어렵다)를 미리 물어봤었다.)


"아 네~ 요즘 파키스탄.. 비자 받을 수 있죠!"


라고 하시더니 10분도 채 되지 않아 추천서를 주신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인이 박힌 추천서를 보자 파키스탄 비자 발급이 눈 앞에 다가온 듯 했다.


먼 타지에서 오늘도 고생하시는 대사관 분들의 배웅을 뒤로 한 채 주 네팔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주 네팔 파키스탄 대사관의 주소와 찾아가는 방법을 적고 싶긴 하나, 가 봤자 못 받는다.


그러니 적지 않겠다.


(절대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렇게 위풍당당한 봉투에 담아서 추천서를 주신다.





그렇다.


사실 알려주긴 싫지만, 파키스탄 대사관은 나라얀 고팔 초크에 있다.


구글맵에 아주 정확하게 위치가 표시되어있으니, (찾아갈 일은 없겠지만), 참고 하도록 하자.



역시 버스를 타면 금방 도착할 수 있다.


여권과 추천서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목적지에 내려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찾아 들어간다.


찾기는 쉽다.


삼엄한 건물에 총을 들고 있는 경비가 당신을 가로 막는 건물이 파키스탄 대사관이다.




당연히 사진같은거 못 찍는다.


당신이 '비자 비자'라고 말하면 영어를 하지 못하는 총을 든 경비원이 어딘가에 전화를 할 것이다.


그 때 까지 당신은 위병소 안으로 한 발짝도 들어갈 수 없다.


그 후 수화기를 건네 주는데 딱 두 가지를 질문했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


"네팔에 어떤 비자로 있느냐?"


사실대로 대답했더니 "네 놈에겐 비자를 발급해줄 수 없다!"라고 한다.


당황한 나는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대사관에서 받은 추천서가 있다. 일단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자. 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비자 업무를 중지한 지가 꽤 되었다는 거짓말로 화답한다.


그 것이 거짓말인줄 알았던 이유는 여행 중 만난 일본 친구는 최근 네팔에서 파키스탄 비자를 수령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하니, 수화기 너머로 "언제..?"라고 말하며 흔들리는 듯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때다 싶어 강하게 공격을 했더니 강하게 쫒겨났다.


ㅅㅂ


그렇게 난 파키스탄 비자는 커녕, 대사관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추방을 당한다.


그리고 내일 또 다시 도전해보겠노라고 생각하며 버스를 타고 타멜로 돌아간다.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당한 문전박대에 식음을 전페하고 슬퍼하긴 커녕 한식을 먹으며 원기를 회복하고, 현지 여행사에 가서 다짜고짜 물어봤다.


"한국 사람은 여기서 파키스탄 비자 못 받나요?"


그러자 여행사 직원이 내게 말한다.


"네.. 사실 관광 비자로 네팔에 입국한 한국 사람은 여기에서 파키스탄 비자 못 받아요."


그래, 좋다. 그럼 다음 질문.


"그럼, 일본 사람은요?"


"상황에 따라 다른데, 받을 수 있어요."




라고 했다.


난 그 말에 기분이 나빠 3일 동안 파키스탄 대사관에 찾아가서 시위하려던 계획을 틀어버렸다.


파키스탄. 치사해서 안간다.


대신 인도-파키스탄 3차 전쟁에서 인도가 빼앗아온 파키스탄의 영토로 여행가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파키스탄 비자 발급에 관한 정보 몇 가지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100% 파키스탄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네팔에 투어리스트 비자로 입국한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모두 거부되지만, 네팔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사람이라고 해서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현재, 파키스탄을 여행하고 싶은 경우 대한민국 파키스탄 대사관을 찾아가 비자를 받는 방법이 유일하다. 비자 발급 후 90일 내로 파키스탄에 입국하면 된다고 한다.





나의 파키스탄 비자 수령기.


실패!!





그 후로 내 인생 버킷 리스트에 '~스탄'국가 묶어서 여행하기가 생겼다.


그리 나쁘진 않은 결론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며 열심히 공부했는데 대학에 떨어지는 귀중한 경험을 하루 만에 체험해볼 수 있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그리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먼 길을 돌아 나를 대사관까지 바래다 준 네팔 아저씨를 만난 일이라든가, 대사관 직원이 마시라고 준 인스턴트 커피나, 대사관 사이를 이동하며 만난 터프한 운전 기사라든가, 난생 처음으로 파키스탄 사람과 전화를 하며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던 일, 그리고 만나는 여행자들에게 최신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일 들 따위 말이다.


꽤나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