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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안나푸르나) 생초보의 안나푸르나 트래킹 (1) 준비물 편

by 빛의 예술가 2014. 5. 2.

생초보의 '안나푸르나' 트래킹 (1)준비물 편 

가난한 배낭여행자인 우리는 대체 뭘 준비해야 하나?




이 포스팅부터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이하 ABC) 트래킹에 대해 적도록 하겠다.


대상은 전문 산악인이나, 아마추어 산악인, 혹은 트래킹을 즐겨하는 분들이 아닌 얼떨결에 포카라에 도착했는데 ABC에 가게 된 상황인 초보자를 위주로 서술한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를 떠올리면 그게 타겟이다.)




내 이야기를 하겠다.


사실 난 ABC를 오르기 15시간 전 까지만 해도 그게 뭔지 몰랐다.


포카라에 도착해 사람들이 ABC, ABC하는데 동명의 초콜릿만 생각나 군침을 삼키는 정도의 단어였을 뿐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정의하도록 하자. 


ABC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의 영어 약자이고, EBC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MBC는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와 같이 첫 번째 알파벳은 산의 이름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고, 뒤쪽에 따라오는 BC는 베이스 캠프(Base camp)를 의미한다.





아마 당신이 이 곳 포카라에 도착했다면 히말라야 14좌, 히말라야 16좌 등의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혹자가 주장하기에 히말라야 산맥에는 8,000m가 넘는 산이 14개가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16개가 있고, 어떤 사람들은 18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설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부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14좌가 되었든 18좌가 되었든, 오늘부터 우리가 오를 안나푸르나는 어느 기준으로 세분화 하더라도 8,000미터가 넘는 고산 그룹에 속해 있다.


해발고도 8,091m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꼭 몇몇 트래커들이 실족사를 하는 곳, 심지어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박영석 대장조차 코리안 루트(Korean route)를 만들다 돌아가셨던 곳, 그 곳이 안나푸르나다.





물론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같은 초보는 아직 정상을 꿈꾸기에 이르다. 일단 그 허리쯤인 베이스캠프(약 4,130m)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 본격적으로 안나푸르나 트래킹 시 무엇을 가져가야 할 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필수 준비물>


1.쓰레기 봉지

2.입산 허가증/TIMS

3.배낭/물통

4.신발 (장화 혹은 트래킹화 혹은 런닝슈즈)

5.초코바

6.등산용 폴 (Option) / 레인코트(우기 시)

7.소금 (우기 시)

8.E-book 혹은 사진기 혹은 핸드폰

9.선글라스

10.여벌 옷, 속옷 1~2벌 / 두꺼운 옷

11.현금 (네팔 루피)




그렇다.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ABC에 가기 위해서는 고어텍스 재질의 윈드 브레이커도 필요없고, 산악용 양말도 필요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동네 뒷 산에 가더라도 휘황찬란한 장비로 무장하신 분들이 살벌하게 걸음을 옮기시지만, 돈도 없고 산도 모르는 우리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얼떨결에 포카라에 왔고, 안나푸르나에 가게 되었기 때문에 튼튼한 몸과 최소한의 준비물만 챙기면 된다.


그렇다면 세부적인 준비물을 알아보기로 하자.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쓰레기 봉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준비해라.


한 장에서 많게는 세장, 네장을 준비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산을 오르며 당신이 배출하게 되는 쓰레기는 모두 봉지에 담은 후 가지고 내려와라.


그게 최소한의 예의다.


이 것은 추후 따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으니 다음으로 넘어간다.







(2)입산 허가증/TIMS (Entry permit / TIMS)



입산 허가증과 팀스는 위쪽의 종이처럼 생겨먹었다.


앞쪽에 있는 것은 엔트리 퍼밋(Entry permit)이고, 뒤쪽에 있는 것은 TIMS라는 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의 약자다.


각각 2,000네팔 루피 1,000네팔 루피의 발급비가 필요하며 사진 2매와 여권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2013년 7월 기준, 변동 가능)


이 두 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정식적으로 등록된 여행사에서 대리 접수를 하거나 포카라의 댐 사이드(Dam side)지역에 위치한 ACAP Permit counter에서 발급 받을 수 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 시작 전에 꼭 두 가지 카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사실 이 퍼밋을 받기 위해 먼저 결정해야할 것은 포터와 가이드의 고용 여부인데, 우리는 가난한 일개 배낭 여행자이기 때문에 포터(쉽게 말해 짐꾼)와 가이드는 뇌리에서 지우는 편이 낫다.


ABC정도는 지도와 나침반을 보며 스스로 올라가도록 하자.






(3) 배낭/물통





우리는 가난하지만 배낭 여행자란 장점이 있다.


이미 배낭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게 35리터급 소형 배낭이건, 65리터급 중대형 배낭이건 상관없다.


그냥 있는거 메고 가면 된다.


대신 무게는 경량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은 ABC트래킹에 65리터급 배낭을 메고 갔는데 배낭 자체 무게만도 2kg에 육박하는 무지막지한 무게였다.


'에이 그게 뭐야 고작 2kg가지고 생색내는거야?'라고 말할 당신에게 경고하겠는데, 산에서는 고작 1kg때문에 배낭 안에 있는 짐을 탈탈 털어버리는 사람. 꽤나 많이 존재한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배낭은 최대한 가볍게 싸도록 하자.




배낭과 함께 물통은 필수 준비물이다.


고가의 물통은 필요 없고 1.5리터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한병 사가면 된다.


물은 트래킹 중 방문하게 되는 크고 작은 마을에서 충전이 가능하다.


고산병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한 통을 더 준비해도 무방하다.


사실 고산병 약이라는 것은 별 것 아니다.


이뇨제가 대부분이다.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하루 최소 2리터의 물을 마시고 천천히 걷는다면 고산병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두려워 하지 말자.





(4) 신발



본인이 ABC에 갈 때는 7월, 즉 우기(Rainy season)였다.


안나푸르나 트래킹 시 많은 구간에서 거머리가 비처럼 쏟아지는(?)구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 것이다.


몰랐더라도 상관 없다.


본인도 전혀 몰랐지만 가기 전날에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레인부츠/장화다.


이 것을 신을 경우 거머리에 물릴 확률이 0으로 수렴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굉장히 걷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무겁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레인부츠/장화보다 트래킹화 혹은 러닝슈즈를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ABC트래킹의 정석은 트래킹 슈즈이지만 그거 비싸다. 우리는 돈이 없기 때문에 신고 있는 신발을 그대로 신고 가도록 하자)





물론 가난한 필자 역시 고가의 트래킹 슈즈 같은건 배낭 속에 없었기 때문에 홍콩에서 구입했던 나이키 러닝 슈즈를 신고 안나푸르나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러닝 슈즈를 신고 오르는 것 위험하지 않느냐고?


우리가 가는 곳이 히말라야라고 해서 긴장하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날리자면 ABC는 그리 험한 코스가 아니다.


심지어는 꼬꼬마들 조차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르는 곳이니 러닝 슈즈를 신어도 무방하다 하겠다.

(물론 우기 때는 가끔 바위에서 미끄러는 구간이 있긴 하다. 허나 우린 돈이 없는 대신 천부적인 생존 능력 즉, 균형 감각을 갖추고 있다. 조금 미끄러지되 절벽에서 떨어져 저 세상으로 갈 만한 구간은 없다. 대신 다리를 접지를 수 있으니 미끄러짐에 주의하도록 하자)






(5) 초코바 (비상 식량)



걷다 보면 달달한 것이 먹고 싶을 것이다.


물론 각 구간마다 존재하는 크고 작은 마을에서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긴 하지만 포카라 시내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더 비싸다.


미리 준비하도록 하자.



더불어 조난을 당했을 때 초콜릿을 먹는다면 며칠 정도는 거뜬히 버티며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으니 가히 필수품이라 하겠다.


물론 우리는 '돈이 없다. = 생존 본능이 뛰어나다.'의 공식에 따라 쉽게 조난되지 않으므로 필요없는 사람은 준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본인과 일행은 4박 5일의 일정으로 초콜릿을 5개씩 준비했다.


광고는 아니지만 상기 사진인 트X스는 우리처럼 돈이 없는 사람에게 유용한 초코바다.


초라하게 쭈그려 앉아 반으로 잘라 나눠먹기 쉽기 때문이다.






(6) 등산용 폴 / 레인 코트



위쪽에 보이는 사진이 등산용 폴이다.


이 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산행 시 하체, 즉 무릎이나 다리에 전해지는 하중의 30%까지를 커버해주는 놀라운 장비로 알려져 있다.

(그 하중의 일부가 손목과 팔로 전달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고가의 등산용 폴은 수 십만원을 가볍게 넘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헛된 희망을 버려야한다.


그렇다면 두 다리로만 안나푸르나를 오를 것이냐?


또 그건 아니다.


여기 옵션이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사람들이 버려두고 간 나무 작대기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걸 쓰도록 하자. 


공짜다.


뭐? 그건 너무 폼이 안난다고?


그렇다면 이 방법이 있다. 


산촌다람쥐 같은 식당에서 무료로 대여하거나 포카라 현지 아웃도어 상품점에서 구입(대략 3~4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하도록 하자.




팁이라면 산을 오를 때는 등산용 폴 하나가 편할 것이다.


필자와 함께 ABC에 가던 친구는 양손에 스틱을 하나씩 쥐고 올랐는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하나를 버릴 정도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걷는 도중 물을 마시거나, 한 손으로 스냅 사진을 찍거나, 얼굴을 한번 닦거나, 엉덩이를 긁적긁적하거나, 뭐 어떤 면에서도 한 손이 비어있는 것이 편하다.


물론 전례가 없는 상황이긴 하나 미친 염소나 미친 양, 그 밖에 미친 소들이 습격(?)을 할 때 부리나케 도망가기 위해서는 한 손이 자유로운 편이 낫다.


하지만 하산 시에는 등산용 폴 두 개가 편하다.


물론 폴이 하나밖에 없거나 아예 없다고 해서 ABC에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 이 역시 선택 가능한 준비물이다.


자신의 두 다리를 믿는다면 등산용 폴을 준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우기 시에는 레인코트를 준비하면 좋다.


물론 레인코트를 입고 걷다보면 매우 덥기 때문에 제대로 입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폭우가 쏟아질 경우에는 이 얇고 저렴한, 지하철 2호선에서 열심히 팔리고 있는 레인코트가 그리워질 지도 모른다.


그리 무겁지 않다. 일단 배낭에 넣자.






(7)소금



아주 작은 거머리에 물려 피가 흐르는 혐오스러운 사진을 업로드하여 미안하게 생각한다.


대신 이 포스팅의 모든 사진은 흑백이기 때문에 그리 충격적이진 않을 것이다.


당신이 우기에 ABC 트래킹을 한다고 하면 소금을 주먹만큼 준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왠지 거머리가 나올 것 같은 구간을 지날 때는 양말과 신발에 소금을 듬뿍 듬뿍 바르도록 하자.

(모르겠다면 처음부터 바르고 가도 무방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소금으로 신발을 코팅하지 않으면 거머리가 신발을 타고 당신의 다리로 올라가거나, 발로 들어갈 것이다.

(물론 하늘에서 떨어져 상체를 공략하는 일부 거머리가 있기는 하지만 이 부류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심지어 녀석들은 양말 정도는 쉽게 뚫어버리고, 흡혈을 시작한다.


물론 통증은 없다.


당신이 열심히 걸어가던 중 숨을 고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춰섰을 때 다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다면 거머리에게 당한 것이다.


피의 대가로 응징을 하거나 소금을 뿌려 녀석들의 생존 본능을 막아내도록 하자.


거머리라고 해서 손가락만큼 굵은 녀석들도 있지만, 실처럼 가는 녀석들이 더 많기 때문에 나뭇잎에 붙어있을 경우 육안으로 식별하기가 까다롭다.


동행이 있다면 서로의 다리를 잘 봐주고, 가끔씩 신발을 벗어 거머리들이 양말 속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물론 거머리에 물렸다고 해서 사망한 사례는 아직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걱정 마시라.





(8) E-book/사진기/핸드폰



ABC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략 2박(실제로 2박 3일만에 ABC를 다녀온 자들이 존재한다)에서 길게는 9박을 해야한다.


보통 낮에 트래킹을 하고 저녁부터는 숙소(Lodge)에서 쉬어야하기 때문에 매우 심심하다.


그렇다.


심심하기 때문에 읽을 책이라던가 들을 음악, 혹은 거머리에 물려 피가 흐르는 다리를 스냅 촬영할 사진기가 있으면 좋다.

(추후 당신이 술 자리에서 수 천 마리의 거머리와 싸워가며 산을 오른 썰을 풀어대는데 믿지 않는 자들이 있을 경우 증거자료로 보여주자)




스마트폰은 컨버전스에 입각한 전자기기이기 때문에 이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며, E-book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GPS를 통해 현재 위치 확인은 물론, 조난을 당했을 경우 나침반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니 가지고 갈 경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우리가 지금부터 오를 안나푸르나 트래킹 코스 내 위치한 크고 작은 마을에서는 충전 자체가 안되는 곳이 태반일 수도 있다.


보통 태양열로 전기를 사용하는 마을이 많은데, 우기 때는 충전이 원활하지 못해 스마트폰 충전은 커녕, 핫 샤워도 하지 못할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외장 충전기가 있다면 그 것을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물론 전자기기가 많아지면 배낭은 무거워진다.


적당히 가볍고 꼭 필요한 놈들로 골라 배낭에 집어넣자.








(9) 선글라스



우기라고 해서 해가 뜨지 않는 것은 아니다.


태양빛이 강렬하게 내리 쬘 때 선글라스는 필수품이다.


물론 못 생긴 당신들의 얼굴을 커버하는 목적도 있겠으나, 그 것 보다 더 중요한 시력 보호와 시야 확보에 그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10번은 여벌 옷/속옷이다.


이는 한 벌씩만 준비해도 무방하다. (우기 기준)


"난 깔끔하니까 숙소에서 계속 빨아서 입어야지"라는 생각은 시작 전부터 버리는 것이 좋다.


어차피 빨아도 안 마른다.


입었던거 입고 또 입고 바꿔 입으면 된다.


위쪽에서 언급 했듯이 샤워조차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인데 세탁은 무슨 세탁이냐.


그래도 깔끔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싶다고?


장담컨데 전날에 이어 트래킹을 시작하면 10분 내에 전날과 같은 몰골로 변할 것이다.


어차피 비 내리고 진흙 튀고, 거머리는 문다.




별도로 두꺼운 옷 한 벌은 꼭 필요하다.


당신이 우기 때 ABC트래킹을 한다면 MBC까지는 반 팔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밤의 MBC와 ABC는 굉장히 춥다. (계절 불문하고 춥다)


두꺼운 옷 한 벌정도는 준비하도록 하자.


물론 숙소(Lodge)에 두꺼운 담요가 비치되어 있으므로 담요를 돌돌 말고 최대한 체온을 유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본인은 두꺼운 옷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여름용 침낭안에서 추위와 사투를 벌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이다.


이게 없으면 못 먹고, 못 잔다.


1일 약 1,000~2,000네팔 루피 정도는 쓴다고 생각하고 현금을 준비하도록 하자.





이게 끝이다.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배낭여행자인 당신의 가방에 이미 있을 것이다.


타 블로그나 잡지, 커뮤니티에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안나푸르나 트래킹 시 준비물'들을 체크하는 것 역시 중요하겠으나 배낭 여행자의 기준에 입각하여 가장 필수적인 준비물들만 적시한 것이다.


이 것들만 준비하면 최소한 생존 가능하다.


필자가 말한 대로만 준비해서 갔는데 황천길로 갈 뻔했다고 툴툴댈 사람이라면 당신은 가난한 배낭 여행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서두에 적시한 것처럼 이 것은 가난한 배낭여행자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물이다.


돈 좀 있고, 쓰고 싶은 사람들은 포터 고용하고 가이드 쓰면 된다.


그럼 짐도 들 필요 없이 가뿐하게 ABC까지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 사전 지식 없이 올라가 보니 알겠더라.


정말 몰랐기 때문에, 진짜로 준비한 것 없었기 때문에 그 만큼 더 즐거웠고, 힘들었으며, 결국에는 낭만적인 트래킹으로 기억된 사실 말이다.




우리는 길을 안내해주는 가이드 없이 지도 한장 펴들고, 나침반 보며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찾아갔다.


포터를 고용하지 않아 모든 짐을 스스로 메고 올라갔지만 그 만큼 자기 인생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돈이 넉넉하지 못해 달밧(네팔 전통 음식)하나 시켜놓고 무한 리필 해서 먹으며 씨익 웃을 수 있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잠을 청하던 중 새벽 3시 두통에 고생하며 깨어났을 때 사람들이 왜 털모자를 쓰고 자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그 정도로 몰랐고, 아껴야 했고, 끝내 베이스 캠프를 밟고 박영석 대장이 묻힌 그 봉우리를 보기 위한 일념으로 걸었던 4박 5일간의 기록 중 첫 번째 편이다.


준비물


사실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우습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네팔 사람들은 그렇다.


찢어져가는 운동화를 신고, 어떤 사람들은 너덜너덜한 플립 플롭을 신고 걷는다.


누렇게 변색된 반팔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고, 흐물거리는 청바지를 입고 걷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그 사람들 삶의 터전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할 사람들에게 반문하자면 그 사람들도 사람이다.


우리에 비해 피부색이 조금 더 검고, 거칠지 모르겠으나 그 사람들,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준비물을 말하라면 산, 나아가 자연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이라 말할 지 모른다.




마지막 필수 준비물이다.


절대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정복한다고 말하지 말 것.


정상 공격이니 작전이니 그런 산악 용어는 뇌리 속에서 지워두는 편이 좋다.


우리 같이 경험 없고 산도 모르는 초짜들이 감히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당신이 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면 자연스럽게 깨닫겠지만, 미리 언질하겠다.


자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그에 동화될 수 있을 뿐이다.


그 마음가짐. 그 것이 마지막 준비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돈 없고 경험도 없던 가난한 생 초보 배낭 여행자의 안나푸르나 트래킹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