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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안나푸르나) ABC트래킹 결정

by 빛의 예술가 2017. 5. 10.



[ABC행 결정]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사실 네팔, 포카라까지 흘러 들어온 이유 가운데 트래킹은 없었다.


물론 내가 무언가를 정하고 어디론가 향하는 인간이 아니었으니, 이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에서 무엇을 할 지는 도착해서 생각하기로 한 터였다.


300네팔루피라는 적지않은(?)금액을 지불하고 숙소를 정했다.


아마 내가 지금껏 여행하며 묶어본 숙소 가운데 가장 깔끔하고, 좋은 조건의 숙소일 것이다.





도시를 조금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 작지도, 하지만 크지도 않은 도시를 둘러보기엔 자전거가 적격이다.


주위 자전거 렌탈샾을 찾아 하루동안 대여를 하고,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트래킹으로 유명한 도시 답게, 곳곳에 등산용품점이 즐비해있었으며, 트래커들을 위한 상점이 촘촘히 들어서있었다.


그렇게 골목 골목을 정처없이 떠돌던 찰나, 한글 간판이 보였다.


"산촌 다람쥐"








음식점과 트래커들의 정보를 공유하는 전초기지인 그 곳에 들어선 시간이 오후 2시였다.


라면을 먹고, 계산을 하며 주인과 얘기하고, 또 다른 친구를 만난 후 그 곳을 빠져나온 시간이 오후 3시 경.


그 동안 내게 많은 일이 일어났다.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 덜컥 ABC행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내일 당장.


결정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4박 5일]



ABC행을 함께하기로 한 남자의 이름은 강연이다.


우습게도 우리 숙소는 같은 골목에 나란히 위치해 있었다. 


각자 짐을 정리하고, 트래킹에 필요없는 짐은 산촌다람쥐에 맡기기로 했다.


그 후 난 강연이와 함께 현지 식당으로 들어가 맥주를 마시며 얘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인도 다즐링에서 널 본 기억이 있다에서부터, 네팔 카트만두에서도 본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술은 네팔식 막걸리인 '창'으로 바뀌었고, 그제서야 내일부터 ABC 트래킹이 시작됨을 인지했다.


보통 ABC 트래킹은 짧게는 6박 7일, 길게는 9박 10일 코스로 다녀오는 곳이지만, 우린 모두 비자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형 4박 5일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으응'이라고 대답했지만 쌩쌩한 대학생인 녀석을 보며 내심 불안한 감정도 들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4천 미터 정도는 올라가야하는데, 고산병이 오면 어쩌지?'


'얘가 치사하게 노쇠한(?) 날 버리고 가진 않겠지?'




자문하며 창을 들이켰다.


이 막걸리 비슷한 네팔 술은 정말 맛있었다.


아, 그런데 내가 방금 무슨 걱정을 했더라?


잘 기억 나지 않는 걸 보니 중요한 일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하며, 술잔을 끝까지 들이켰다.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때 가서 하기로 결정한다.'



"One more Chang please~!"



주인 아주머니가 난처한 웃음을 짓더니 다 팔리고 없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강연이와 나는 아쉬웠지만, 5일 후 다시 올테니 꼭 우리 몫의 술을 남겨달라고 말하곤 각자 숙소로 헤어진다.









[30분]


숙소로 돌아와 몇몇 사람들에게 4박 5일동안 연락이 되지 않을터이니, 걱정 말라고 연락을 해둔다.


오늘 이 숙소를 나서기 전만해도 전혀 계획에 없던 안나푸르나 산행이다.


어쩌다 발견한 한글 간판에 이끌려, 라면을 먹고, 값을 지불하던 중 


여사장님과 수다를 떨었고, 내 몰골이 태국 사람처럼 생겼다는 얘길 듣고 웃었으며, 함께 ABC얘기를 했고, 같이 갈 사람을 소개받았다.


우습게도 인도 다즐링에서 분명히 본 기억이 있던 친구였으며, 몇 분 간 얘기를 하던 중 덜컥 ABC트래킹을 결정해버렸다.


그 모든 과정이 30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 빈둥거려본다.


숙소가 맘에들어 하루 종일 빈둥거렸다면 내 여행기에 쓰여지지 않았을 페이지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