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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잡문(旅行雜文)

이집트 혁명 그 후

by 빛의 예술가 2013. 12. 28.

"30년 장기 집권으로 충분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11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불똥이라도 튀듯 이집트에서 혁명이 일어난다.


목표는 30년째 집권 중인 무바라크 정권 퇴진.


당위성은 각종 민영화로 인한 사회 양극화, 정치인의 부정부패, 극 빈민층 탄생, 13%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 총 10%의 실업률 가운데 90%를 차지하는 청년 실업률.


그렇게 무바라크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 백 만명의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가 '백만인 대 행진' '총파업'등으로 부패한 정권의 총/칼에 맞선다.


수 천 명의 국민이 피를 흘리며 죽었다.


하지만 피의 대가는 조금도 퇴색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집트 국민들은 독재자 무바라크를 끌어내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국민 투표를 통해 개헌을 한다.


과도정부 체제가 흐르고 혁명 이후 첫 선거가 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집트 국민들은 이슬람 형제단의 무르시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경제 운영 실패와 권력 독점 등의 문제로 다시 화가 난 이집트 국민들은 군부와 협세하여 무르시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렸다.


'알고 보니 아니었다. 잘못 뽑았다.'


어제는 무르시가 속해있던 이슬람 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2013년 12월 현재 당신이 접하는 이집트 테러 소식은 이슬람 형제단의 지지세력, 혹은 이슬람 형제단의 일원이 군부와 일반 시민을 상대로 벌이는 테러이다.





오늘, 아스완(Aswan)에 돌아와 숙소에 짐을 풀고 있던 중 총소리를 들었다.


분명 총소리였다.


연속적으로 네 발, 잠깐의 시간을 두고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그 후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렸으며, 거의 동시에 최루 가스 냄새가 창문에서 진동했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로비로 내려가보니 한 남자가 눈을 감은 채 콧물과 침을 흘리며 안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TV케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다.


고통스럽게 눈을 비비는 남자에게 '최루가스를 뒤집어 썼을 때 대처법'을 설명해주기위해 다가갔지만 호텔 직원에게 제지당한다.


제발 방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결국 나는 '저렇게 눈을 비비면 안된다고 전해달라. 소란이 멎으면 밖으로 나가 옷을 털고, 뜀박질을 시키는게 좋다'라고 알려주고 방으로 돌아온다.


바깥에선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생각했다.


'밖에 있는 사람 그 누구라도 죽진 않아야 할텐데..'




2013년 12월 27일.


룩소르(Luxor)발 아스완(Aswan)행 서민 기차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