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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잡문(旅行雜文)44

히잡, 부르카, 차도르, 니캅. 뭐라 부르던 간에 집어던지는 원초적인 질문 하나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쓴다. 이 정도 얄팍한 지식을 가진 채 나는 이란에 입국했다.부수적으로 따라붙는 기본적인 궁금증에 의거한 또 다른 지식은 '남자는 안 써도 된다' 였다.(물론 무슬림 남자들도 머리카락을 가리는 특유의 모자를 쓰는 것을 권유 받는다) 나의 단순한 사고는 그렇게 흘러간다. '나 = 남자 = 히잡 안써도 됨'혹은'나 = 종교 없음 = 무슬림 아님 = 관심 꺼버려도 됨' 그렇게 결론내리자, 내 머릿속에서 히잡, 부르카, 차도르, 니캅 뭐라 부르던 간에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뒤집어 쓰는(혹은 온 몸에 두르는) 그 것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당시 나의 단순하고 천박한 사고의 결론인 셈이었다. 이란의 거리에서 한 남매를 만난다. 남자 꼬마와 여자 꼬마 였는데, 어느쪽이 나이가 많은지는 그리 .. 2017. 7. 21.
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And they crucified him, and parted his garments, casting lots: that it might be fulfilled which was spoken by the prophet, They parted my garments among them, and upon my vesture did they cast lots.- Matthew 27:35 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에 제비를 뽑아 나누고- 마태복음 27장 35절 한 미술관에 들어갔다.케밥과 커리의 향에 질리고, 둥글고 뾰족한 모스크에 사그라들고, 더위에 녹아내리고, 호의적이지 않은 부류의 사람들에 지쳐갈 때쯤.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미술관에 들어갔다. 거기서 발견한 이 작품은 누가 보기에도 .. 2017. 7. 20.
기괴한 성지(聖地), 바라나시 이 곳은 과거, 빛의 도시(Kashi)로 불려졌다.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기억할 법한 '갠지스 강' 중류에 위치해 있으며, 몇몇 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에도 등장한 적이 있어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알려져있다.인도, 바라나시다. 8대 불교 성지(聖地) 중 하나가 네팔 룸비니였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성지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라면,이 곳은 힌두교의 성지다.때문에 사시사철 성지를 방문하는 순례자들의 행렬을 볼 수 있는데, 이 곳이 가진 매력은 그들의 존재 유무가 아니다. 인도, 바라나시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성지의 고정관념을 원초적인 형태로 깨부수는 기괴한 아이러니위에 실재하는 공간이란 점이다. 첫 번째 기괴함은 미로다.마치 도시가 잘 짜여진 한 판의 미로처럼 이루어져.. 2017. 6. 6.
히말라야와 똥골 쓰기 앞서, 해당 글에는 동물의 배설물 사진이 포함되어 있다.누군가에겐 혐오스러울 수도 있으니, 보기 싫을 경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의 똥골]똥골이란 동네가 있다.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습게도 우리 나라에는 똥골이란 동네가 많다.서울을 기준으로 종로구 관철동에서 종로2가로 이어지는 동네는 단순히 더럽다는 이유만으로 '똥골'이라 불렸었다.그 자조적인 가학성에 조금 우스운 일이었다 치부할 수도 있지만,곱씹어보면 참 가슴아픈 일이다. 대체 얼마나 더러우면 지명에 똥이 붙어버린걸까?궁금했다.찾아갔다.그리고 그 곳은 내 생각보다 지저분하지 않았다. 내가 찾아가보지 못한 '똥골'은 여러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서울 뿐만 아니라 부산에도 있으.. 2017. 5. 20.
공백, 그에 따른 단상 글을 쓰는 작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 낮잠을 자고 깨어나 또 술을 마시고 있다. 아침, 맨 정신으로 시간을 보내다 제 2차 민중 궐기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블로그에 마지막 포스팅을 하고, 벌써 1년, 혹은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혹자는 게을러 터진 주인장을 욕하고, 이미 잊혀진 여행기를 읽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졌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 역시 자본주의의 개가 되어 돈만 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우스꽝스럽겠지만, 나 역시 나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었다. 조국에 돌아온 기념으로, 한글로 적힌 책을 수 백 권이나 읽었으며, 여러 사람에게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언제 다시 여행기를 쓰기 시작할 지 모르.. 2015. 12. 6.
Raanjhanaa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난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꽤나 많은 영화를 봤었는데, 그 것을 수치로 환산해보라 한다면 당신들이 지금 상상하고 있는 것 보다 많은 편 수의 영화일 것이다. 어쩌면 난 당신이 들어보지도 못한 제목의 영화들을 스물 다섯가지 정도 쉬지 않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들이 스물 다섯 가지 제목의 영화를 말한다고 해서 내가 그 것들을 모두 접해본 것은 아닐테다. 조금은 괴팍하고, 아주 조금은 편협한 내 취향 탓에 대중적인 영화를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후 계속해서 하게 될 음악 이야기처럼, 내게 영화란 대부분이 '과거'였다. 과거의 것이 현재의 것보다 위대했으며,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이유? 포마드로 머리를 깨끗이 빗어 넘기고, 굵은 테의 안경(혹은 얇팍하고 렌.. 2014.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