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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잡문(旅行雜文)

히잡, 부르카, 차도르, 니캅. 뭐라 부르던 간에 집어던지는 원초적인 질문 하나

by 빛의 예술가 2017. 7. 21.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쓴다.


이 정도 얄팍한 지식을 가진 채 나는 이란에 입국했다.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기본적인 궁금증에 의거한 또 다른 지식은 '남자는 안 써도 된다' 였다.

(물론 무슬림 남자들도 머리카락을 가리는 특유의 모자를 쓰는 것을 권유 받는다)


나의 단순한 사고는 그렇게 흘러간다.


'나 = 남자 = 히잡 안써도 됨'

혹은

'나 = 종교 없음 = 무슬림 아님 = 관심 꺼버려도 됨'


그렇게 결론내리자, 

내 머릿속에서 히잡, 부르카, 차도르, 니캅 뭐라 부르던 간에 무슬림 여성들이 머리에 뒤집어 쓰는(혹은 온 몸에 두르는) 그 것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당시 나의 단순하고 천박한 사고의 결론인 셈이었다.




이란의 거리에서 한 남매를 만난다.

남자 꼬마와 여자 꼬마 였는데, 어느쪽이 나이가 많은지는 그리 궁금하지 않았다.

내 눈에는 둘 다 '꼬마'로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복장이 우스웠다.

남자 꼬마는 나시에 헐렁한 반바지, 슬리퍼를 착용하고 있는 반면, 여자 꼬마는 긴 청바지, 긴 팔티, 그리고 히잡을 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중 원초적인 궁금증이 들었다.


저 여자 꼬마아이 덥진 않을까?


답은 쉬이 도출된다.

이 사막 지대에, 내리쬐는 햇볕 아래, 

덥지 않을 리 없었다.



최근 이란 여성들 사이에는 이런 서구적인 복장이 유행 중이다.

물론 서구적인 복장이라고 해 봐야, 봄에 입는 얇은 코트 정도였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가슴과 엉덩이 선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연히 히잡을 벗을 수는 없지만, 위 사진처럼 절반만 두르는 게 유행이었다.


저 여자들이 죄다 바바리맨도 아니고, 

분명 얇은 코트 안에 상의를 입고 있을텐데, 왜 이 날씨에 코트까지 입어야할까?

덥진 않을까?


덥지 않을 리 없었다.



원래 이란 여자들은 이렇게 입는게 정석이다.

이렇게 온 몸을 두르는 천을 차도르라고 말하는데, 주로 나이가 든 사람들이나 종교적으로 독실한 사람, 

그 밖에 예배를 드리러 갈 때는 차도르를 입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차도르의 색깔은 검정색이다.

이 정도되면 더 이상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더워보였다.

그네들은 이미 적응해버려 그 사실조차 잊고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당신, 덥지 않냐'고.


종교적 가르침이나, 의복 가치에 대한 상대성이나, 남녀 차별의 사회적 문제제기나, 이민자들의 복장에 대한 핍박같은 국제적 이슈따위는 모두 던져버리고,


뻔한 대답, 쏟아질 비난에 대한 예상은 뒤로한 채


원초적인 관점에서, 

혹은 

니체라도 된 양


그냥 그렇게 질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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