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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 시엠립에서 프놈펜으로 (20130528)

by 빛의 예술가 2013. 5. 28.


미달이 누나, 수미 누나와 헤어졌다.


마지막 날 우리는 거금 4불씩을 내고 근처 호텔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는데, 사진과 이별 후기따위 올리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또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들이니까.



누나들은 대략 2달이 조금 안되게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하는데, 다시 루트가 같아지면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난 앙코르와트에서 만날 사람들이 있었고, 프놈펜에서 후배 성휘도 만나야 했기 때문에 누나들은 먼저 베트남으로 떠났다.




우린 1주일 정도 함께 여행했을 뿐인 사이다.


우린 1주일 전엔 서로 존재 자체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버스가 멀어져 서로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손을 흔들어댔다.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다.


여행자들을 위해 많은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버스티켓을 판매하는데, 많은 버스 회사들이 이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난 숙소 앞까지 온 픽업버스를 타고 이 곳으로 이동한다.



어딜 가나 장시간의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때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야 한다.


난 이번 여행에서 물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한 시간에 물을 1L씩 섭취해도 화장실에 가지 않는 이유는 내가 한 시간에 1L가까운 땀을 배출하기 때문일 것이다.


난 그게 신기해 물을 더 마셔봤다.


그제서야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몸은 꽤나 정직한 것이다.



내가 타고갈 7불짜리 시엠립-프놈펜 버스


SOKHA라는 회사에서 운영 중인데, 무료로 물도 주고 꽤나 괜찮은 편이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래 버스가 보였다.



음.. 뭔가 더 좋아보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리야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버스다. Mall같은 것을 지어두고 장사를 하는 회사로 추측된다.)


하지만 시설에 연연해하지 말자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순간 또 다른 버스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녀석은 버스에서 와이파이까지 된다고 한다.


대체 이건 얼마 짜리길래 이런 서비스가 지원되는지 알아봤다.


다짜고짜 기사를 불러 이거 얼마? 물어본다.


12불이랜다. 이 버스가 유명한 메콩델타 익스프레스다. (Mekong delta express)


그제서야 내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어차피 출발 / 도착 시간 비슷한데 5불을 아껴야지'


미달/수미 누나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버스 터미널 기둥에 낙서가 있어 읽어봤는데, 처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다가 마지막에 가면 물음표로 바뀐다.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혹은 시엠립에서 관광하던 중 거대한 사기 집단의 공작에 걸려 도망치듯 빠져나가며 적은 메시지일 수도 있다.




시엠립에서 수도 프놈펜까지는 약 6시간이 소요된다.


중국에선 30시간씩 기차도 타고 다녔는데, 6시간 쯤은 식은 죽 먹기다.


그래서 난 식량을 미리 구입하는 것을 깜빡했었다.


아마 절반쯤은 '6시간 쯤이야'라는 생각이 작용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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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만에 배가 고파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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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만에 주위 사람이 먹을 걸 가지고 있는지 힐끔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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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시간 만에 도착한 휴게소에서 빵을 먹는다.


거지꼴이 따로 없다.



4,000리엘(1불)을 달라고 했는데 주머니에 보니 100불짜리와 3,000리엘밖에 없었다.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조그만 휴게소 마을에 100불을 바꿀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은 없어보였다.



"아주머니 정말로 죄송한데..."로 시작해 난 결국 3,000리엘에 빵을 구입한다.


물론 시장 사람들에게 까지 가격을 후려치는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꽤나 큰 바게뜨 빵을 썰어 두조각으로 만든 뒤 안쪽에 이것저것 샐러드를 넣어주는 식이었는데, 1불의 가치는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정말 없었기 때문에 못 준 것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100불을 내고 빵을 먹을 순 없다.


다음에 이 곳에 온다면 아주머니에게 1,000리엘 더 드리고 빵을 먹어야겠다.


[Tip.당신이 시엠립에서 프놈펜으로 육로 이동을 한다면 '캄퐁통'이란 조그만 도시에서 쉬게된다]




그렇게 3시간을 더 달려 버스는 수도 프놈펜에 도착한다.


일단 가지고 있는 돈이 100불이었기에 돈을 바꾸러 20분 동안 돌아다녔으며, 툭툭 기사와 가격 협상을 하는데는 20초가 걸렸다.



"나 카비 게스트하우스 갈거야"


"4불"


"싫어" (획 돌아선다)


"알겠어 3불"


"싫어 2불"


"2불은 안되는데..."


"그래? 그럼"(휙 돌아선다)


"Ok Ok 2불"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 미리 가격을 알아봤었다.


이 곳은 수도라 그런지, 툭툭의 기본료가 시엠립보다 비싸다.


정말 거리가 가까우면 1.5불, 보통 2불에서 시작을 한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시엠립은 보통 1불에 모두 돌아다닐 수 있다)





2불로 협상하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는 중




짠, 내가 3일여를 묵을 게스트 하우스다.


뭔가 깔끔해 보이긴 하지만 자세히 보자.



자세히... 자세히..



그렇다. 이 곳은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창문에 온통 실리콘을 발라 밀폐시켜놨다.


대신 한국의 고시원처럼 송풍기가 있긴 한데, 매우 작고 이 곳은 한국과는 비교가 불가한 날씨라 난 3일을 찜질방에서 자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싱글룸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싸다!




참, 3일 동안 프놈펜에서 지내며 6번 쯤 단수가 되었고, 2번쯤 정전이 있었다.


정전 한 번은 도시 전체가 6시간이 넘도록 암흑 상태인 Brown out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성휘를 만났다.


녀석, 벌써 3개월동안 여기서 일했다고 하는데 나보다 더 하얗다.


캄보디아 맥주를 마시며 간만에 회포도 풀고, 성휘가 프놈펜의 갈 곳들도 다 알려주었다.



맥주를 마시던 내내 내 바지로 기어올라오던 고양이


3불주고 비싸게 산 바지인데, 녀석이 발톱으로 구멍 하나를 내놓았다.


난 분노의 맥주를 마시며 녀석의 엉덩이와 목덜미를 붙잡고 땅바닥에 내려두었지만 10초 후 다시 내 무릎에 올라오길 반복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도착 첫째날.


한국에서도 못보던 후배를, 낯선 땅 캄보디아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