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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무이네) 어촌 마을 (Fishing village)

by 빛의 예술가 2013. 6. 28.


사실 하정우를 닮은 이지 라이더(easy rider) 기사와 반나절 투어는 생각보다 길었다.


새벽 4시부터 시작해 12시 정도에 숙소에 돌아왔으니 엄밀히 따지면 반나절 이상 함께했던 것이다.


무이네 비치 가운데 있는 내 숙소에서 출발해 흰색 사막(White sand dune), 무이네 캐년(muine caynon), 어촌마을(fishing village), 붉은 사막(Red sand dune), 요정의 샘(fairy stream)을 도는 코스였다.


방법은 그러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예로 들자면, 이른 아침 술에 취해있는 고딩이들을 다급히 관광버스에 집어넣은 후 유명한 관광지나 유적지마다 버스가 멈춰서고, 잠에 취해있는 고딩이들을 버스에서 밀어낸 후 황급히 사진을 찍고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는 어처구니 없는 '여행'




방법 자체는 비슷했으나,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내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난 가고 싶은 곳을 미리 말해두었으며,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가만히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하정우는 포인트마다 나를 내려주었으며, 내가 사진을 찍거나 멍청히 풍경과 동화되는 순간에도 가만히 나를 기다려주었다.


심심하게 나를 기다리는 하정우가 가여워보여 캔 콜라 하나를 사서 건넨다.


터프하게 생긴 얼굴처럼 뚜껑을 열고 단박에 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Thank you


목소리도 멋있다.




이번에는 위쪽 관광 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어촌마을(Fishing village)이다.



사실 난 어촌마을에 방문하면서부터 살짝 인상이 찌푸려졌다.


초입에서부터 생선 비린내와 조개 썩은 냄새가 진동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서 나를 반기고 있는 것은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는 아낙들이었다.




어촌마을(Fishing village)은 고기 잡이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2013년, 구글(google)이 해저 탐사를 진행하며 해저 지도까지 만들겠다고 떵떵거리는 이 순간에도, 이 사람들은 조용히 바구니를 타고 항해하며 잡은 고기로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그들의 삶을 조심스럽게 훔쳐보고 있노라면 문명의 이기따위는 그리 중요치 않아 보인다.


꽤나 원시적으로 만든 배를 타고 고기를 잡은 뒤, 바구니 하나에 담아 바닷물에 씻고 나서 백사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뒤 말리는 형식이다.


이 모든 과정은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을 취하며 진행되고 있었다.


효율과 생산성을 강조하던 내 과거의 업을 바탕으로 직업정신을 발휘해봤다.




'이 사람들이 조금 더 풍족하게 살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첫째로 계획이 필요했다.


물론 계획은 지켜지지 못하겠지만, 일인 어획 할당량/(day)이 필요하고, 전체 어획 할당량/(day)이 필요했다.


평균을 10이라고 가정했다면 기준은 20으로 잡는다.



둘째로 조정과 통제가 필요하다.


기준 20에 미달할 경우, 당근을 줄 지 채찍을 줄 지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정하고 통제한다.


기준이 잘못 설정되어있을 경우 첫 번째 기준을 재조정한다.



셋째로 피드백(feed back)


이 모든 과정을 반복하며 조금 더 효율적이고 생산성 있는 고기 잡이 플랜을 만든다.



내가 이렇게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 사람들은 아주 천천히, 하지만 그리 느리지도 않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풍족하게 잡은 고기는 잉여가치를 발생시킨다.



이 마을에서 잉여가치는 모든 갈등과 경쟁의 근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마을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들.


이 마을에도 조금씩 큰 배가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은 바구니를 타고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비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내가 아는 '효율'이란 개념자체가 틀려먹은 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경제학에 입각한 효율은 시간과 돈이라는 기준으로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니까.








그렇게 다시 이 마을 사람들이 행복해 지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할지 생각해봤다.


사람들이 열심히 고기를 잡고 말리는 백사 옆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율이라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랬다.


이 마을 사람들의 삶과 행복은 기존의 통념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잣대조차 들이밀 수 없었다.


아마도 이 마을 사람들의 방법이 최선책일거라 생각했다.



"고기를 느리게 잡을 것, 그리 빠르게 말리지 않을 것"




in fishing village, mu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