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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달랏) 한적한 휴양도시 달랏, 걸어서 둘러보기(상)

by 빛의 예술가 2013. 6. 29.

2013년 5월 29일


여행을 시작한지 보름만에 정착할 곳을 찾은 느낌이었다.


내 방에는 에어컨도 없고, 선풍기도 틀지 않았는데 담요를 뒤집어 쓰고도 포근하다는 생각에 내내 행복한 기분이었다.


방콕에 도착한 그 때부터 가공할 만한 더위에 고생했던 기억은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손목에 걸려있는 시계를 힐끔 바라보니 9시다.


젠장


아침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준다고 했으니 이미 늦었다.


주린배를 움켜쥐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터벅터벅 내려가니 친절한 주인이 내게 묻는다.


"왜 아침식사 안 하세요?"


늦잠을 잤노라고, 내일은 꼭 먹겠다고 이야기하자 식당에 올라가 있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친절한 주인은 다시 아침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했다.




에그 프라이가 2개, 버터에 구운 바게뜨 반쪽, 바게뜨 한쪽, 바나나가 두개였고, 베트남 커피에 차까지 준비해주었다.


난 주인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 빵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어치워버렸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넉넉해진다.


달랏이란 도시가 더욱 좋아지기 시작했다.





구글맵에서 달랏 지역을 확대해보면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도시를 둘러싼 길이 거의 미로처럼 이어져있다.


하지만 실제로 도착해보면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고, 길 찾기도 수월하니 지도만 보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선선하므로 난 자전거도 바이크도 빌리지 않고 도보로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이 곳에 온 목적은 밀린 블로그를 하고, 보름간의 여독을 풀어내기 위함이었지만 이 멋진 도시는 나를 가만히 방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고산도시 특유의 가까운 하늘과 쨍쨍한 햇살이 매 시간 나와 함께 해주었다.


나는 론니플래닛 지도와 명소만 보고 발길을 옮겼는데, 하나의 동선으로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게끔 설계된 도시였다.





사실 긴 팔을 입고 계속해서 걸으면 땀이 조금 나는 날씨지만, 천천히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걷는다면 땀조차 잘 흐르지 않는 멋진 기후를 자랑한다.


그것도 1년 내내 비슷한 기후란다.


봄과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곳에 오랫동안 머물며 점점 짧아지는 한국의 봄/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걷다 발견한 에펠탑+동방명주


에펠탑은 실제로 보지 못했지만, 상해에서 본 동방명주는 정말 크고 멋졌는데 이런 조형물을 보니 그 귀여움에 웃음이 절로 났다.




달랏의 쑤언흐엉 호수(Xuân Hương Lake)


일산의 호수공원보다 조금 큰 호수다.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매일같이 호수공원을 조깅하고, 배낭을 메고 걸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가능했다.


호수는 도시 중심가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오리배도 대여해서 탈 수 있다.


요금은 한 시간에 60,000동(약 3$)으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2인용 오리배를 혼자서 끌기는 힘들어보였고,


혼자서 오리배를 타고 호수를 두둥실 떠다니는 것도 우스운 꼴이라 가격만 물어보고 계속해서 걷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걷던 도중 익숙한 장비를 발견했는데, 가만히 보니 영화를 찍고 있는 듯 했다.




이게 정말 영화를 만들고 있는 거라면 감독과 주연배우가 있을 법


난 주연배우를 찾기 위해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아마 아래에 찍힌 사람이 감독과 주연배우로 추정(?)된다.




나의 미모(?)를 질투하는 듯 주연배우로 추정되는 남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다시 보니 왼쪽 남자는 정말 감독처럼 생겼다.


멍청히 앉아서 스탭들을 바라봤지만 계속해서 장비 셋팅만 하고 있었기에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여자 주연배우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진짜다.)





달랏은 예전 프랑스 사람들이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던 시절, 인공적으로 만든 휴양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쑤언흐엉 호수를 걷는 내내 그런 건물을 마주할 수 있다.





그렇게 계속 걷다보면 식물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난 베트남에서 우연치 않게 발견했던 멋진 동물원 보타닉 가든이 생각나서 20,000동(약 1$)을 지출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조형물이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식명칭은 Flower park인 듯 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보면 내 블로그를 탐독하는 자들은 알 수 있는 익숙한 쓰레기통을 발견할 수 있다.




돌고래 쓰레기통





판다 쓰레기통





암컷 곰 쓰레기통


녀석들의 배 안에는 하나같이 쓰레기가 없었는데, 이렇게 귀엽게 쓰레기통을 만들어 둔 식물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플라워 가든에 입장해 꽃은 제대로 보지 않고 쓰레기통만 감상하고 있노라니 우스워져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대체 플라워 가든과 쓰레기통, 커피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 곳이 베트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걷다보면 변두리에 카페가 늘어서 있다.


한국의 커피전문점처럼 깔끔한 외관에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그 보다 훨씬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노점 카페.


가격도 15,000동(약 0.75$)로 저렴하다.





베트남 커피는 아래쪽에 연유를 붓고, 커피 원액을 조금 붓는다.


그리곤 나머지 부분을 모두 얼음으로 채우는데, 그 상태 그대로 커피를 마시면 써서 마실 수 없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35초간 추출한 로부스타종 에스프레소보다 훨씬 쓰다.


마시는 방법은 '기다리는 것.'


뜨거운 날씨에 얼음이 조금씩 녹아 물과 희석이 되면 커피가 점점 맛있어 진다.


꽤나 낭만적인 방법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조금 기다릴 것."





그렇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계속해서 플라워 가든을 돌아다닌다.





사실 이 곳에는 그리 화려한 꽃들은 없다.


하지만 울울창창한 녹음 안 조그맣게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 짐을 느낄 수 있다.








플라워 가든을 나와 계속해서 호수를 돈다.


호수는 여기서 끝날 듯, 끝날 듯 하지만 끝나지 않고 굽이굽이 그 영역을 확장해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20여분을 더 걷다보면 호수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생긴다.


이미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호수 반대편에 보일 것이다.


유명한 기차역 달랏 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달랏역은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경사길을 올라가야한다.


하지만 그리 가파르지 않고, 주변 경관이 정말 예뻐 천천히 가쁜 숨을 쉬며 올라가도 후회하지 않을 곳이다.





달랏역 가는 길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





그렇게 비탈길을 10여분 오르면 달랏 역이 보인다.



<오늘의 베트남 어>


베트남 말로 Ga는 '역'(station)이다.


그래서 달랏 역은 Ga da lat


응용도 가능하다.


호치민 역은 Ga ho chi min


끝.



달랏 역은 유럽의 조그만 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건축양식을 채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정동진 역보다 조금 큰 규모이고 그에 뒤지지 않는 예쁜 역이다.








론니플래닛에서 말하길 달랏 역에서 트리매트까지 19세기에나 운했을 법한 앤틱한 기차가 하루 다섯 대 운행한다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역장이 다음 열차는 14시에 출발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최소 인원 15명을 채우지 못하면 14시가 되어도 출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5사람도 채 있지 않았다.


조금 걱정하며 역 안으로 들어가 기차를 봤더니 정말 예뻤다.


운임은 비쌌지만 한번 쯤은 타보고 산길을 넘어가고 싶었다.




달랏-트리맷 열차 시간표


하루 5대가 운행하며 왼쪽에 있는 것은 달랏 역 출발 시간, 오른쪽에 있는 것은 달랏역 도착 시간이다.


트리맷 역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되며 1시간 정도 정차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요금은 124,000동 (약 6$), 


2013년 6월 기준.



아직 출발시간까지는 많이 남았고, 출발 유무조차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동안 크레이지 하우스(Crazy house)를 보고 오기로 한다.


다시 비탈길로 발걸음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