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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방비엥) 블루라군(Blue lagoon)? 브라운라군(Brown lagoon)!! (상)

by 빛의 예술가 2013. 7. 24.


방비엥(Vangvieng)에 도착한지 3일째 아침이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던 어제와는 달리 화창하게 개인 하늘이 보였다.


날씨도 찌는 듯 더웠고 우리는 이제 수영을 하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다.



미달/수미 누나와 나는 물놀이를 참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한국에서도 스쿠버다이빙 클럽(?) 정모에도 참석을 하곤 했단다.


장소는 완도.


아직 가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섬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초대해준다고 했는데, 당장 와닿지 않는 먼 미래라 실감이 나진 않았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어제 만났던 한국인 남자 둘을 만나러 간다.


이전 여행기에 적진 않았지만 어제 밤 일본인들과 몰려다니던 사람을 붙잡아 이것저것 물어보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가 문연이었고, 어제 비엔티엔에서 버스를 타고 온 아람이가 함께 하기로 했었다.





위쪽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일본 여행자의 소굴같은 곳인데, 그네들의 아지트 답게 매우 저렴한 방값을 자랑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일본인들이 몰리는 숙소가 있는데, 항상 중심가에 위치해있으며 저렴한 방값을 자랑하는 그런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여행을 하고, 먼저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정보가 잘 갖춰져있는 편이라고 한다.


미달이 누나는 론니플래닛보다 더 정확하고 깔끔하게 적혀있는게 일본어로 적힌 가이드북이라고 했는데, 난 중국어 간자는 읽을 수 있지만, 번자를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실 일본어는 조사를 깨우치고 번자를 읽을 수 있으면 80%이상 해독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난 번자를 읽지 못한다.


교육과정의 폐해다.


'한자'과목을 배우지 않고 '컴퓨터'같은 과목을 배웠으니 중국어 번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것이다.




오른쪽에 잘 생긴 사람이 아람이다.


이전부터 신기했지만 아람이는 굉장히 조용조용하게 현지인들과 대화를 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게 난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분명 영어를 하는 것 같았는데 조금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알고보니 아람이는 태국말을 할 줄 알았다.


태국말과 라오스말은 80%이상 비슷하기 때문에 현지인들과 현지어로 능수능란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게다가 전공도 English communication이라 영어도 잘한다.


나처럼 4개국어를 하는 뛰어난 언어능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때부터 현지인들과 대화를 할 때는 영어도 필요없이 아람이만 찾으면 모든게 해결되었다.





전날 저렴함을 추구하는 이스라엘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자전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촉을 곤두세우고 물어봤었다.


"그래서 자전거 얼마에 빌렸어?"


-"만 킵"


"그래? 어디서 빌렸어?"


-"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뱀부 브리지 옆에서 빌렸어."



나도 전날 자전거 대여료 시세를 알아봤었지만, 10,000킵(약 1.2$)보다 저렴한 수준의 가게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5명이서 강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빌린 자전거.


핑크핑크한 색상이 서태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렌트할 때는 아람이가 모든 것을 해결해줬고, 어제 발견했던 탐짱(Tham jang)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라오스어로 탐(Tham)은 동굴이다.


다시말해 짱(Jang) 동굴(Cave)인 것이다.


짱 동굴.


론니플래닛에서 말하길 방비엥에서 가장 유명한 동굴이라고 해서 비싼 입장료를 내고 갔었는데, 난 이 일로 인해 누나들의 성화에 말라 죽을 뻔 했었다.


(착한 아람이와 문연이는 별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네들도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이 글을 빌어 죄송스러운 맘. 전한다.)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지만, 어제 내린 비로 도로 곳곳이 파여있었다.


이리저리 피해 어제 발견했던 리조트 입구 겸 탐짱(Tham jang)입구 매표소로 향한다.


어제 사람+자전거는 4,000킵이고, 사람만 걸어가면 2,000킵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모두들 입구에서 걸어 가기로 결정한다.


시내에서 탐짱(Tham jang) 매표소까지는 도보로 20분 탐짱(Tham jang)매표소에서 탐짱(Tham jang)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항상 누나들과 여행하다 이렇게 일행이 늘어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모두 다섯명이 탐짱(Tham jang)을 향해 계속 걸어간다.








가는길엔 이렇게 몽환적인 풍경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린 이처럼 청록빛을 발하는 호수를 지나며 말했었다.


"여기도 이렇게 예쁜데 블루 라군은 얼마나 예쁠까?"





그리고 드디어 탐짱(Tham jang)의 매표소에 도착한다.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말하지만, 아까 도보로 2,000킵을 냈던 것은 탐짱(Tham jang)으로 가는 길의 입장료이고,


지금 보이는 매표소는 탐짱(Tham jang)동굴의 입장료다.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15,000킵(약 2불)을 준비하도록 하자.




비싸더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들어갔었다.


론니플래닛에서 말하길, 가장 유명한 동굴이라고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만난 어마어마한 계단


동굴에 들어가기도 전에 쓰러지지 않도록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고 올라야한다.




계단을 열심히 올르면 동굴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물론 생각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경치가 빼어나다거나 그런건 없다.




그리고 시작된 동굴 탐험!





응?





응?





응..





끝이다.


볼게 없었다.


냉정하게 판단해, 우리나라 충북 단양에 위치한 고수동굴이 24배는 멋졌다.


그리고 마녀같은 누나들은 이런걸 보러 여기까지 비싼 돈 내고 왔냐고 나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난 론니플래닛에게 죄(?)를 돌렸지만 그런건 통하지 않았다.


아마 1박 2일 동안 구박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탐짱(Tham jang)에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다음 목적지인 블루라군(Blue lagoon) & 탐푸캄(Tham phu kham)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블루라군과 탐푸캄은 동시에 입장료를 받고, 위치도 붙어있다.


우린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서 가기로 한다.


또 샌드위치다.


그래도 라오스 샌드위치는 맛있고,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문연이에게 샌드위치를 사라고 보냈더니 사람을 한 명 데리고 온다.


요르단 사람인 이브라힘이다.


혼자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우리가 블루라군(Blue lagoon)에 간다고 하니 함께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섯은 여섯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은 동행이 생겼다.




이브라힘의 자전거까지 다시 렌트해 우린 블루라군으로 출발한다.


블루라군(Blue lagoon)은 시내에서 강을 가로지르는 대나무 다리(Bamboo bridge)를 건너 약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한다.


다리 이름은 Namsong bridge이다.


물론 탐짱과 마찬가지로 통행료를 내야한다.





탐짱(Tham jang)에 입장할 때와는 달리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간다고 해서 10,000킵을 내는건 아니다.


여기에선 자전거를 타고갈 경우 6,000킵을 내면 된다.


걸어갈 경우 4,000킵, 오토바이를 타고 갈 경우 10,000킵이다.


자전거를 타고 1시간을 가야하는 먼 길이었기 때문에 6,000킵을 내고 자전거와 함께 다리를 가로지른다.





이번 여행에 함께하기로 한 이브라힘


표정이 매우 다양하다.


요르단 사람이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살고 있다며, 말레이시아에 놀러오면 맛있는걸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쉽게도 내가 다음에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이브라힘은 아직 라오스를 여행하고 있어서 만나지 못했다.




Namsong bridge를 지나면 이런 도로가 펼쳐진다.






우측을 바라보면 거대한 바위가 있는데 이름은 Red cliff이다.


이렇게 멋진 산길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는데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절경이다.


하지만 자꾸 두리번 거리면 위험하다.


도로가 비포장이고, 자갈도 많이 박혀있어 잘못하면 자전거와 함께 논바닥으로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달리면 블루라군이라는 팻말이 계속 보인다.


갈림길이 3,4군데 정도 있는데 망설이지 말고 팻말을 따라가도록 하자.


모든 갈림길에는 블루라군 가는 방향이 적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블루라군에 가며 갈림길에서 현지사람에게 길을 물어봐야할 때는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땀뿌깜?"


그렇다면 현지인이 친절하게 블루라군 가는 길을 알려줄 것이다.


물론 블루라군이라고 해도 8할 이상이 알아듣는다.




이 정도 달려왔으면 이미 땀이 범벅이 되어있을 테고, 간절하게 블루라군으로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온갖 웹에서 떠다니는 시퍼런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그 블루라군(Blue lagoon) 말이다.




블루라군(Blue lagoon) 및 탐푸캄(Tham phu kham)입장료는 한꺼번에 낼 수 있다.


요금은 10,000킵




그렇게 우린 들뜬 마음으로 블루라군에 입성한다.


그런데 찾질 못하겠다.


블루라군.. 어디있지?





아무리 찾아봐도 이런 것 밖에 없다.


저게 설마 블루 라군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 현지인이 나를 비웃으며 저게 블루라군이라고 말해준다.




이게 블루라군.


웹에서 보던 그 푸른 빛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그제서야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탐짱(Tham jang)에 이어 안풀리는 날이구나 생각한다.



당신이 우기에 방비엥의 블루라군(Blue lagoon)에 갈일이 있다면 최대한 비온 다음날은 피하도록 하자.


알고보니, 어제밤에 내린 폭우로 토사가 아직까지 쓸려 내려오며 그 특유의 푸른 빛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블루라군(Blue lagoon)이 아니라 브라운라군(Brown lagoon)에 왔다고 조소하며 웃어보려 했지만 웃음은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할 말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고 있는 찰나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한국인 아저씨들이다.




그리고 아저씨들의 선물


무료로 쓰시던 방갈로를 쓸 수 있게 말씀해주시고, 저 멀리 보이는 참이슬 팩(Red)도 기증해주셨다.


우린 환호성을 와-하고 질렀지만 마음속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걸 보려고 한 시간동안 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왔다니..




누나들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뭐가 만회하지 못하면 오늘 숙소에 들어가 고문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탐짱(Tham jang)과 블루라군(Blue lagoon)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직 탐푸캄(Tham phu kham)이 남았으니 모든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치킨 샌드위치를 씹는 내내 어떻게 이를 만회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편에서 계속




p.s. 블루라군의 물 색깔이 저 모양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물에 뛰어들어 신나게 놀았다 -_-

난 도저히 들어가기 싫어서 그네까지만 헤엄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