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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방비엥) 베트남 쌀국수보다 10배는 맛있는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센"

by 빛의 예술가 2013. 8. 7.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베트남에서, 블로그에 적은 것 보다 더 많은 쌀국수를 찾아헤맸고 당신들이 짐작한 것보다 더 많이 쌀국수를 먹어보았다.


관광객 대상이 아닌, 진정한 현지의 맛을 찾겠다고 길거리를 전전하며 먹었던 쌀국수는 대부분 식도를 통과함과 동시에 고통스런 추억만 안겨주었다.


찡그린 얼굴은 덤이었다.




한국에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을 가봤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여자의 손엔가 이끌려 한번쯤은 가봤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때는 먹을만 했을 것이다.


적어도 베트남 쌀국수가 '맛없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함께 손을 잡고 간 여자와 함께 먹어서 일 수도 있겠으나, 한국의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은 수출 및 확산을 목적으로 현지(우리나라)의 입맛에 적응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먹을만 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베트남 길거리에서 파는 쌀국수는 한국에서 날아온 내 입맛따위에 신경써주지 않았다.





미달&수미누나와 저녁 산책을 하던 도중 공통된 의견을 도출해냈다.


건설적이고 희망적인 의견이었다.



"이제 라오스 샌드위치는 지겹다"


라오스 비엔티엔(vientiane)에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라오스 샌드위치를 먹어댔으니 지루할 만도 한 것이다.


그때부터 라오스의 또 다른 명물 쌀국수를 찾아헤매기 시작했는데, 난 서두에 밝힌 것처럼 쌀국수로 유명한 베트남에서 쌀국수에 크게 데였기 때문에 조금 머뭇거리며 둘을 종종 따라갔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글 간판


"짬뽕국수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생이 휘갈긴 듯한 범상치 않은 짬뽕국수란 단어를 보니 마음이 동하고, 입에선 신침까지 고이고 있었다.

(위치 : 라오스13번 국도(큰길) 남쪽으로 가면 버스 정류장 가는 네거리에서 직진)




이렇게 쌀국수를 파는 집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데 우린 짬뽕국수가 있다는 집의 왼쪽 집을 선택했다.






베트남에서는 누나들과 잠깐 헤어져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의 무용담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나들, 베트남에서 쌀국수 많이 드셨어요?"


- "응(끄덕끄덕)"


"어땠어요?"


- "야- 최악이었어"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 뭔가를 배울 수 있었는데 "카오삐약센"이라는 것이 쌀국수라는 것이다.


라오스를 여행하실 분들을 위한 카오 삼종 세트를 소개한다.



<카오 삼종 세트>

1.카오삐약센 : 쌀국수 (강추)

2.카오삐약카오 : 쌀죽

3.카오팟 : 볶음밥



나는 베트남 쌀국수에게 받은 트라우마를 깨기 쉽지 않았으나 도전적인 정신으로 카오삐약센(쌀국수)를 주문했고, 수미누나는 카오팟(볶음밥), 미달누나는 팟타이(태국 볶음면)를 주문한다.


물론 세명 모두 카오삐약센(쌀국수)를 먹고 싶어했지만, 세명 모두 베트남 쌀국수라고 하면 진저리를 칠 노릇이었기 때문에 여기서도 실패할 경우 한 명만 희생하자고 암묵적인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또 내가 실험양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랑스런 누나들의 은덕이 아닐까 싶다.




만일을 대비해 콜라를 주문한다.


어떤 음식이 나오든 콜라와 함께라면 위속으로 우걱우걱 집어넣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으려니 꼬마가 나와 나무젓가락을 씹으며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런 화덕에서 육수를 계속 끓이고 있었는데, 뚜껑이 닫혀있어 더욱 궁금해진다.


"대체 어떤 쌀국수가 나올까?"




오른쪽 주인 아주머니는 면을 다 끓이더니 육수와 함께 면+닭고기 조각을 넣어 카오삐약센(쌀국수)을 먼저 내 놓는다.





에이 생긴게 뭐 이래..


우리나라 인스턴트 라면을 그냥 끓여도 이것 보단 먹음직 스러울 텐데.. 라고 허탈해하며 면을 입으로 가져가본다.


번쩍!!!!!!!!


카오삐약센 맛있다 +_+

정말 맛있었다.


누나들도 조금씩 먹어보더니 정말 맛있다고 칭찬 일색이다.


가격은 15,000킵(약 2불)으로 크게 비싸지 않았으며 쫄깃쫄깃한 면발에 보들보들한 닭고기가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육수는 또 어떤가.


적당히 간이 되어있어 면과 닭고기를 씹던 입을 가글가글 해주며 식도로 잘도 넘어간다.


결국 육수 한방울도 남김없이 비운다.



매일 샌드위치를 열심히 씹어대느라 힘들어하던 턱도 좋아하고,


치킨 샌드위치로 가장한 비둘기 샌드위치를 소화하느라 고생한 내 위장도 좋아하고,


샌드위치(10,000킵)와 큰 가격차가 나지 않으면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음에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이후, 라오스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갈 때 까지 난 이렇게 맛있는 카오삐약센(쌀국수)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방비엥(vangvieng)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쯤 들러볼 맛집이다.




참, 카오팟(볶음밥)을 시킨 수미누나와 팟타이(태국 볶음면)을 시킨 미달이누나는 실패했다.


그리 맛없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나온 카오삐약센이 정말 맛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쌀국수보다 10배는 맛있는 라오스 쌀국수 "카오삐약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