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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방비엥) 블루라군(Blue lagoon)? 브라운라군(Brown lagoon)!! (하)

by 빛의 예술가 2013. 7. 30.


2013/07/24 - [다같이 돌자 지구 한바퀴/1.아시아] - (여행기/방비엥) 블루라군(Blue lagoon)? 브라운라군(Brown lagoon)!! (상)



in spite of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죽어라 외웠던 숙어다.


in spite of something


'~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이었지만 실제로 영어를 사용할 때는 단 한번도 사용한 기억이 없는 그런 숙어다.


단지, 내 영어가 짧아서 그렇다.



어쨋든, 갈빛의 흙탕물인 블루라군(blue lagoon)일지라도 사람들은 즐겁게 다이빙을 하며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수심은 얕은 곳은 1cm이지만 깊은 곳은 5m가 넘는다고 하니 꽤나 높은 곳에서 다이빙이 가능했는데, 큰 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나무에 줄을 매달아 점프를 하거나 나무에 올라 다이빙을 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나무 위를 힘겹게 올라 대나무 손잡이를 잡고 낙하지점을 확인한 후,





오오오오옷 점프!!!!!!!!!





그럼 이렇게 갈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블루라군으로 들어갈 수 있다.


2초도 안걸린다.





서양인들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헤엄을 쳤는데, 크롤영법+개구리헤엄이었다.


그게 우스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나중에 루앙프라방의 수영장에서 그 모습이 기억나 크롤+개구리 영법을 몸소 실천해봤더니 숨쉬기도 편하고 앞으로 쭉쭉 잘 나갔다.


폼이 안나고, 팔이 좀 저려오는게 단점이었지만 어차피 자유형은 자유형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크롤영법이 수영의 자유형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현존하는 인간이 만들어낸(그게 크롤이란 사람이다) 가장 빨리 헤엄을 칠 수 있는 영법이 크롤 영법이지, 당신이 그 보다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자세를 개발한다면 그 것 역시 자유형이다.





그렇게 블루라군(Blue lagoon)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브라운라군(Brown lagoon)도 자꾸 보고 있으니 정이 생긴다.


나무에는 줄도 메달고, 계단도 만들어 두었지만 하나더 설치해둔 것이 있었다.


큰 나무가지에 저렇게 줄을 달아 그네를 만들어 놓았다.


물론 줄만 있을 뿐, 나무 판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이 3살 때 뛰어놀던 놀이터의 그 그네를 상상하고 뛰어들면 안된다.


난 갈색빛의 블루라군에 도저히 점프할 수 없어 저기까지만 헤엄쳐서 다녀왔다.


그러던 중 이브라힘과 미달누나가 동반점프를 한다고 나무위로 성큼성큼 올라간다.




수면과 나무위의 높이는 약 5m정도 되어보였다.


둘은 손을 꼭 잡고 있다 One two three에 뛰어내리기로 했는데, 이브라힘은 미달누나를 혼자 떠밀고 즐거워한다.




이때부터 루앙프라방에서 다시 만날 때 까지 저 둘은 앙숙관계가 지속된다.


지금까지 미달누나에게 당했던 고통이 씻겨져 나가는 듯하여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게 혼자서 즐거워하고 있으려니 수영을 못한다던 아람이가 결심한 듯이 줄을 잡는다.


난 "사람은 원래 물에 뜨는거야~"라고 격려의 말을 해줬지만 내심 녀석이 대단해보였다.



수영도 하지 못하면서 5m가 넘는 급류에 뛰어들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참 멋진 녀석이었다.


그리고 줄을 타고 블루라군에 입수




처음에 허우적 거리던 아람이가 걱정되어 계속 쳐다보고 있으려니 이내 자세를 다 잡고 헤엄치기 시작한다.


3초만에 헤엄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지금껏 봐왔던 사람들 중 최단시간에 헤엄을 배운 남자다.




그렇게 아람이는 그네에 앉아 즐겁게 놀던 수미누나를 향해 미친듯이 헤엄친다.


아마 잡을 게 필요했으리라.





그리곤 뭍으로 무사히 돌아온다.


막내 문연이는 이 모든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아토피가 있어 물에 쉽게 못들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곳 블루라군에서 만났던 빨간셔츠 아저씨.


역시 오랜시간 여행을 하고 계셨는데, 라오스 꽝시 폭포에서 다이빙을 했다 죽을뻔한 기억이 있다고 말하며 쉽게 뛰어들지 않으셨다.


하지만 계속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들어가 봐야 되는데'라고 말씀하신다.


그 모습이 조금 처량해보여 저 분을 매달아드릴 줄이라도 있나 가방을 뒤적뒤적거려보니 좋은 걸 발견했다.


에.어. 목.베.게.


"이거 불어드릴테니까 한번 점프 하실래요?"


-"오 그거 괜찮은데요? 그런데 뜰까요?"


"뜰거예요. 여기 수영 잘하시는 분들 많은데, 안뜨면 구해주시겠죠 ㅎ"



그렇게 빨간셔츠 아저씨도 내 목베게를 꼭 부여잡고 방비엥의 블루라군으로 점프 하신다.




모두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탐짱(Tham jang)과 블루라군(Blue lagoon)을 가이드한 죄(?)로 누나들의 고문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구렁이 담 넘어가듯 피해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바탕 물놀이를 한 우리들은 블루라군(Blue lagoon)바로 옆에 붙어있는 푸캄동굴(Tham phu kham)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난 걱정했다.


'이게 만약 탐짱(Tham jang)이랑 비슷한 수준이라면 안되는데!'


하지만 탐푸캄은 그 걱정을 기우로 만들어주었다.




물이 왼쪽으로 흐르는 방향을 등지고 산으로 향하면 이렇게 탐푸캄(Tham phu kham)으로 향하는 팻말을 찾을 수 있다.


이미 블루라군에 입장할 때 함께 입장료를 지불했으니, 따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오셨다는 듬직한 빨간셔츠 아저씨가 앞장을 서시고 우리가 뒤를 따랐다.


꽤나 높은 계단을 계속 오르면 입구가 보인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동굴이 보이는데, 전혀 개발이 되어있지 않았다.


오로지 빨간색 페인트로 대충 칠해놓은 화살표만 존재할 뿐이다.


탐짱(Tham jang)과 달리 탐푸캄(Tham phu kham)은 원시상태 그대로 보존이 되어있어 정형화된 길조차 없다.


당신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이 길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셈이다.




탐푸캄(Tham phu kham)의 위용은 어마어마했다.


동굴 안쪽에 작은 사원이 하나 지어져있었는데, 작다고 해봐야 높이가 3m는 족히 넘어 보였다.


동굴의 크기가 실감이 날 것이다.




이건 탐푸캄의 입구이다.


그리고 열심히 사진을 찍겠노라고 DSLR까지 메고 갔지만, 제대로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바닥은 수억년의 시간동안 흘러내린 종유석으로 메워져 미끄러웠으며, 계단이나 길조차 찾을 수 없어 랜턴을 키고 그야말로 동굴탐험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국의 고수동굴처럼 인공조명도 기대하면 안된다.


동굴의 입구에서는 바깥 세상에서 비치는 빛을 볼 수 있지만, 점점 안쪽으로 들어가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동굴탐험을 하는 도중에도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7명이나 되는 인원이 서로 랜턴을 비춰가며 일렬 종대로 열심히 움직였기 때문에 나 혼자 사진을 찍겠노라고 따로 놀 수가 없었다.


탐푸캄의 더 많은 사진이 보고 싶으면 구글에 검색해보길 바란다.




푸캄 동굴은 수미누나가 특히나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나, 여기 갇혔다고 생각하면 진짜 답답할거 같지 않아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나오는 그 우물같아"


- "정말 아찔하네"




그게 이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크리스찬 베일이 아니기 때문에 저런 곳으로 목숨걸고 올라가지 않았다.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된다.





그렇게 30여분 동안 동굴 탐험을 한다.


난 몸무게가 60kg정도로 뚱뚱하지 않은 편인데도 지나가기가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좁은 길도 있었으며, 천장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공간도 있었다.


어디론가 흘러내려가고 있을 얕은 개울을 지나가기도 했으며, 바닥을 쳐다봤을 때 온통 암흑이었던 지점도 있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우리는 탐험대장 빨간셔츠 아저씨를 뒤를 따라 종종 걸음을 계속 걸어 마침내 바깥 세상에 도착한다.




물론 바깥세상이긴 하지만, 블루라군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아니었다.


되돌아가고 싶으면 점프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당신에게 패러글라이딩 장비가 없다면 점프를 하지 않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는 의견을 전한다.


낭떠러지다.


그래서 우린 동굴 안으로 다시 들어가 옆 길로 어떻게든 빠져 나간다.


"이쪽이 나가는 길이 맞을까요?"


- "뭐 가봐야죠"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야되는건 아니겠죠?"


- "그건 좀 곤란한데요 허허"



빨간셔츠 아저씨도 조금 지쳐보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우린 거의 40여분정도 동굴 탐험을 했기 때문에,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은 다시 40분 동안 탐험을 계속해야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우리는 돌아왔던 입구로 향하는 또 다른 길을 찾아냈고, 7명 모두 무사히 바깥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공기가 맑았다.


그리고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우물에서 빠져나온 배트맨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렇게 바깥 세상에 나온 우리들은 한바탕 더 물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빨간셔츠 아저씨는 방비엥(Vangvieng)시내에서 이 곳 블루라군(Blue lagoon)까지 걸어오셨다.


돌아갈 때도 걸어가실 생각이라고 하셔서 우리의 착한(?) 미달누나가 자전거를 빌려주겠다고 한다.


대신 본인을 뒤쪽에 태우는 조건으로 -_-


매우 착하다.





그렇게 즐거운 복귀가 시작된다.


이 때는 즐거웠을 것이다.


사람들 표정을 보니 이 때는 즐거워보였다.


분명하다.



방비엥(Vangvieng)에서 블루라군(Blue lagoon)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이며, 돌과 자갈이 잔뜩 깔린 구간이 많다.


오르막 내리막은 말할 것도 없으며, 곳곳에 물이 고여있어 자전거를 탈 때는 주의해야한다.


꽤나 힘든 구간이다.


난 이렇게 사진을 찍어주고 어차피 힘들 바에야 열심히 달려 빨리 쉬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다시 Red cliff가 보이고,




밤부 브리지(Bamboo bridge)가 보인다.


드디어 도착!!


내 뒤를 따라 수미누나가 도착한다.


한국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고 해서 우리들 가운데 자전거를 가장 잘 탄다.


그렇게 둘이서 10분, 20분을 기다렸지만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누나는 먼저 씻으러 들어가겠다고 하고 혼자서 다시 10분, 20분을 기다렸지만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뭔가 이상했다.


자전거를 타고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저 멀리 빨간셔츠 아저씨가 보이기 시작한다.


반가워 손을 흔들어대니 뭔가 좀 이상했다.


모두들 자전거를 끌고 걸어오는 것이었다.



자전거 한 대는 체인 풀리고, 자전거 한 대는 타이어 펑크라고 한다.


오는 도중에 자전거가 그렇게 되어버려 그때부터 끌면서 걸어왔단다.


난 그 상황이 재밌어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미달누나에게 얻어맞을 것 같았기 때문에 표정 관리를 행한다.



그렇게 모두 영화처럼 멋졌던 탐푸캄(Tham phu kham)까지 발이 되주었떤  자전거를 반납하고 뒤풀이를 하기로 약속한다.


물론 어디서 만날지, 언제 만날지는 정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용케 6명이나 만나 방비엥 백팩커스로 찾아가 김치 칼국수를 먹었다.(20,000킵)



고향의 맛을 찾았다.


맛있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블루라군에서 만난 아저씨들이 기증한 소주도 몇 모금 홀짝거렸는데, 한국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


아마, 이날 난 라오스 산신령님의 은혜를 받아 누나들의 손아귀에서 무사히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inspite of tham jang 


in spite of blue lagoon with brown colored



중학 영어도 쓸모가 있다는 거.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