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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비엔티엔-방비엥) 지옥의 라오스 국경 넘기 3일차

by 빛의 예술가 2013. 7. 23.


어제 저녁에는 비엔티엔(Vientiane)의 야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여행자 거리에는 제법 깔끔한 외관의 레스토랑이 많았는데, 한 일본 식당 앞 쇼윈도에선 Kimuchi란 정체 불명의 음식을 전시해두었다.


생긴건 김치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일본에 저런 음식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여행자 거리에서 강쪽으로 5~10분정도 걷다보면 비엔티엔의 야시장을 만나볼 수 있다.




핸드폰으로 야경사진을 찍지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매 순간 사진기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가방조차 메고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죄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밤 늦은 시간이라 야시장도 파장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아 다시 숙소로 총총 돌아온다.


내일 한 번만 이동을 하면 드디어 방비엥(Vangvieng)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배고프다는 나의 성화에 어제 먹었던 라오스식 샌드위치를 사러가기로 결정하곤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한다.


결과는 미달 누나 당첨!


하지만 마녀같은 누나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다시 하잰다.


정말 마녀같다.



투덜거리며 사다리 타기를 다시 했더니 역시나 내가 당첨된다.


마녀들의 즐거워하는 웃음 소리가 들린다.


터벅터벅 걸어 우의를 꺼내 입은 후 샌드위치를 사러 걸어간다.


지금 흐르는 비가 내 눈물일까, 비일까.



샌드위치와 콜라를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누나들은 한 한국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까 배낭을 짊어지고 우리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한 남자였다.



난 초강력 선풍기에 우의를 말리고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수분이 증발하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샌드위치를 씹으며 누나들과 이야기한다.


"누구예요? 뭐래요?"


-"한국 사람인데, 혼자 여행한대"



그렇게 헤어질 인연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지만, 그 남자와는 방비엥(Vangvieng)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RD게스트하우스 벽면에 붙어있는 여행자 버스 요금


아침 10시와, 오후 2시에 출발하며 기 언급한 것처럼 로컬 버스보다 저렴하고 빠르다.




위쪽 사진은 우리가 묶은 RD게스트하우스 Room condition 및 Price


참고하도록 하자.


찾아낸 비엔티엔의 가장 저렴한 숙소다. (더 저렴한 숙소를 찾으면 알려주시길 바란다)


왜 가장 저렴한 숙소냐 하면, 기준 가격도 저렴한데다 거기서 디스카운트가 먹히기 때문이다.


우린 140,000킵이라고 적혀있는 숙소에 3명이 100,000킵을 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분이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외관도 소개한다.




비엔티엔에서 잠깐 머물다 가기에 좋은 숙소. 


우린 9시 30분에 Pick up bus를 타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라오스에 도착해서 생선 트럭, 일반 트럭같은 것만 타다 이런 좋은 미니버스를 타게 되어 영광이었다.


에어컨까지 잘 나오고, 의자에 쿠션도 푹신푹신했다.


이 미니버스로 방비엥까지 이동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다.




게다가 유리창 위쪽에는 끈이 달려있어, 내 핸드폰 거치대로 물통도 묶어둘 수 있었다.


저런 짓을 하고 있으니 왼쪽에 앉은 웨스턴 중년 남자가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함께 씨익 웃어준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려 비엔티엔 사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타고온 픽업 버스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이 버스는 라오스에서 탔던 버스 중 최고의 상태를 자랑했다.


에어컨이 고장나지도 않았으며, 의자에 쿠션도 푹신푹신했다.


비엔티엔(Vientiane)에서 3~4시간을 달리면 방비엥(Vangvieng)에 도착한다.




라오스의 1인당 GDP는 1,200불 정도로 우리나라의 1/20수준이다.


사실 1인당 GDP라는 경제용어의 이면에 존재하는 허점은 잘 알고 있지만, 명목상 GDP로 따져도 라오스는 우리 나라보다 20배는 못산다.


그리고 난 이 때 깨달았다.


라오스의 4,5개 도시를 돌며 의구심만 가졌지만, 수도 비엔티엔을 떠나며 확실해졌다.


세상에 맥도날드와 KFC가 없는 나라도 있구나.




지금까지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전 세계적인 거대 체인을 자랑하는 패스트푸드점을 발견하지 못한 나라는 없었다.


라오스.


이 곳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버스는 각국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시내버스에는 일본 국기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고, 시외버스의 대다수는 우리나라에서 폐차직전의 차를 수입하거나, 원조받거나, 상태가 꽤나 괜찮은 구형차를 구매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자동문'이나 'XX관광','XX여행사' 따위의 한글이 그대로 붙어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 4개국 가운데 가장 못사는 나라.


점점 발전하고 있는 태국과 베트남의 틈에 끼여 경제마저 종속되고 있는 나라.


시내버스마저 자력으로 구하기 힘들어 원조를 받는 나라.


많은 것을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공산품 및 식자재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서민들의 소비는 또 다른 종속을 배태하고 있었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나랑 아무 관련도 없는 나라였지만 걱정이 되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이런 식의 종속은 곧 종말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라오스의 푸른 하늘은 나의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맑고 푸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종속된 것은 라오스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라오스의 푸른 나무와 하늘은, 내가 어줍잖고 얄팍한 지식으로 한 국가의 성쇠를 판단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 배웠다.


체제나 주의, 이념따위를 넘어서는 것이 대자연이라는 것.


언제 끝장날지 모르는 것들이 전자라면, 후자는 그보다 오래 지속된다.


흩날리는 담배 연기처럼 짧고, 언제 끝날지 모를 잣대로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은 뒤 즐거워하고 있는 표정의 나





초상권이 있는 누나들의 예쁜 얼굴은 스마일로 표시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달리면 이렇게 호수가 보이기 시작한다.


방비엥에 도착하기 전 약 20Km전쯤 보이던 마을이다.


개인적으로 이 마을이 참 예뻤는데, 다음에 라오스에 간다면 꼭 이 마을에 묶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린 방비엥(Vangvieng)에 도착했다.


첫 인상은 조용한 시골마을.


우리나라 충청북도 단양과 비슷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산이 있고, 그 산허리를 가르는 계곡에 동굴까지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지형이 비슷한 모양이다.





방비엥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10군데 정도를 돌며 가격을 물어본 후 가장 저렴한 숙소에 체크인.





게스트하우스 이름은 읽어도 잘 읽을 수 없는 그런 영어다.


위치는 Mr.chicken house라는 한인 식당 우측에 위치해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던 이스라엘 친구가 1시간여를 돌아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온 걸 보니 방비엥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가 맞다고 생각된다.


조금 더 조용한 숙소를 원한다면 시내를 벗어나 강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1~20분 내려가면 더 조용한 숙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가격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꽤나 저렴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옥의 라오스 국경 넘기가 이제 끝났다.


우린 이 곳 방비엥(Vangvieng)에서 최소 4,5일은 묵을 생각이다.


배낭을 풀고, 빨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3일만에 끝낸 라오스 국경넘기를 자축하기 위해 우린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맛있는 것들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난 이 BBQ가 먹고 싶었다.




물론 누나들이 BBQ를 먹을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곳저곳 맛집을 서성이다 좋은걸 발견한다.





길거리 샌드위치.


먹었다.



라오스 국경넘기 끝.


마지막은 10,000킵짜리 샌드위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