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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훼-사바나켓) 지옥의 라오스 국경 넘기

by 빛의 예술가 2013. 7. 10.

2013년 6월 3일


옥의 라오스 국경 넘기 편



6시 30분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어제밤 90%정도는 패킹해둔 배낭을 순식간에 모두 패킹해버린다.


사람 좋은 New life hue hotel아저씨는 우리를 끝까지 배웅해주며 손을 흔든다.


처음부터 끝가지 좋은 일만 가득했던 베트남 훼에 안녕을 고하며,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기 시작한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었을까?


철교를 지나 Coop마트 옆 동바 터미널에 도착한다.


어제 철저한(?)조사를 해둔 덕분에 우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북부터미널 가는 방향의 버스 스탠드에 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우린 확실성을 기하기 위해 아무나 붙잡고 묻기 시작한다.


"벤 세 피아 박? (Ben xe phia bac?)"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여기가 아니라고 몸짓으로 말한다.


뭐지??


당황한 우리들은 멍을 때리고 있었지만, 용감한 베트남 소녀가 나타나 여기가 맞다고 알려준다.


그러더니 아저씨와 소녀가 티격태격 거린다.



우린 어제 조사했던 정보를 믿기로 하고, 버스가 올 때마다 그 소녀를 쳐다봤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면 아닌 것이고, 까딱 까딱 하면 맞는 것이다.


만국 공용어이다.


그리고 소녀는 계속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어 댄다.





그렇게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저 멀리 조그만 버스가 달려온다.


우린 어김없이 소녀를 바라봤고, 드디어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왔구나.


남부터미널-동바터미널-북부터미널을 잇는 1번 로컬 버스이다.


요금은 4,000동으로 저렴하다.





택시를 타고 북부터미널에 갔으면 몇 만동은 족히 깨졌을 텐데, 역시 로컬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게 우린 베트남-라오스 국경을 넘는 여행자 가운데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국경을 넘기 시작한다.

(히치 하이킹 제외한다.)




1번 로컬 버스로 20여분을 달리니 어제 표를 알아봤던 북부 터미널에 도착한다. 7시 50분.


누나들이 매표소에 다시 다녀오더니 출발 30분 전에 표를 사러 오라고 한단다.


예매란 개념이 없어보이는 곳이다.




큰 배낭 순서대로 내 것 - 미달 누나 것 - 수미 누나 것


나중에 알고 보니, 미달누나/수미누나 메인 배낭은 내 보조 배낭과 무게가 비슷했다.


그 때 느꼈던 허탈함&배신감&자괴감&망설임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세계일주를 하는 나와 인도차이나 반도 일주를 하는 사람 배낭 무게가 같을 순 없지만, 두 사람의 배낭은 무지 가벼웠다.


나에게 저 배낭을 준다면 메고 칸첸중가를 오를 자신도 있다.





어찌되었건,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 시간 30분 전에 오라고 했기 때문에 우린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분위기 좋은 베트남 카페를 찾아간다.


소개한다.


베트남 훼 북부 터미널 맞은편 분위기 좋은 이름 모를 카페다.




스트로베리베리한 붉은 빛의 앤틱한 테이블과 동일색의 목욕탕 플라스틱 의자.


초록빛이 감도는 대형 타일로 바닥을 장식한 센스까지.



낭만적이다.


게다가 커피 가격도 싸다.


블랙 커피 : 5,000동

밀크 커피 : 7,000동


한국 스타벅스에서 카페 라떼 1잔을 주문하면 6천원 정도 내야하는 걸로 기억한다.


이 낭만적인 훼 북부터미널 맞은편 까페에서 한국돈 6천원을 내면 밀크커피 20잔. 마신다.

(물론 와이파이같은건 없다.)



버스터미널을 찍고 있으려니 도도한 포즈로 본인을 찍으라고 요구(?)한 아저씨.


신기하게도 경상북도 안동에 사시는 내 이모부를 닮아 반가운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는 사진을 찍는 순간 고개를 뒤로 빼 나보다 얼굴이 작게 찍히는, 한국 여성의 사진 찍는 세 번째 스킬을 완벽히 숙지하고 계셨다.


강조하지만 난 머리가 굉장히 작다.


군대에서도 53짜리 모자. 썼었다.


아저씨의 스킬에 당했을 뿐이다.




현지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내 피부.


아마 저 때부터 베트남 사람들이 베트남 말로 내게 말을 걸고, 라오스 사람들이 라오스 말로 말을 했던걸로 기억한다.






9시가 되었다.


들었던 것처럼 출발 시간 30분 전이었기 때문에 매표소 앞으로 다시 간다.


이제야 발권을 해준다.


훼-라오바오 요금은 65,000동이다.


현재 기준, 라오스 국경 넘기에 사용된 금액 : 4,000동+65,000동 = 69,000동




그 밖에 베트남 북부터미널에서 갈 수 있는 도시와 시간을 찍은 화이트 보드 사진을 첨부한다.


잘 찾아보고 저렴한 요금으로 이동을 하도록 하자.


물론 기준일은 2013년 6월이다.


2015년에 이 포스팅을 보고 갔는데, 시간이 맞지 않다고 본인에게 화내기 없기다.




베트남 훼(Hue)에서 라오스와 맞닿아있는 베트남 국경도시 라오바오(Lao bao)까지 가는 버스.


미니 밴이었다.


좌측에 보이는 은색으로 빛나는 밴이 오늘 우리가 타고 갈 밴이다.




실내는 쾌적했다.


에어컨도 나왔으며, 깔끔하게 실내 청소가 되어있어 만족한다.




그렇게 3시간 여를 달리면 라오스 단사반(Dansavan)과 맞닿아있는 베트남 라오바오(Lao bao)에 도착할 수 있다.


모두 국경 도시 이름이다.







달리는 밴 안에서 간식을 나눠줬다.




대나무 잎으로 예쁘게 포장된, 중국에서 몇 번 먹어봤던 음식이라 별 거부감이 없었는데 누나들이 나를 쳐다본다.


"야 먼저 먹어봐"


마녀같은 누나들이다.


졸지에 마루타가 되버린 난 우걱우걱 간식을 먹어본다.


안에 새우도 들어있어 꽤나 맛이있지만, 두 개를 먹고 싶지 않은 그런 맛이었다.


하나로 족하다.


누나들은 그 모습을 보더니 몇 번 씹어보더니 안 먹는다고 한다.


그렇게 밴은 달리고 달려 라오바오(Lao bao)에 도착한다.




우린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라오바오(Lao bao)까지 왔음을 자축하며 신나게 보더로 걸어들어간다.


이제 베트남 출국 절차만 밟으면 그리던 라오스에 입국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베트남 라오바오(Lao bao) 보더이다.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오른쪽으로 들어가자.





앞으로 계속 가다보면 경비 아저씨가 왼쪽 건물로 들어가라고 알려줄 것이다.


그때 왼쪽 건물로 들어가면 출국 스탬프를 쉽게 받을 수 있다.


간혹 출국세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비용이므로 무시하면 된다.


게다가 출국이다.


입국장에서는 몸을 사리는 편이 좋지만,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사람들은 출국장에서 당당히 출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렇게 베트남 출국 도장을 찍고 나니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내 두개의 배낭에 레인 커버를 씌워준다.


지선누나가 협찬(?)해준 내 내셔널 지오그래픽 배낭 레.인.커.버.


사실 몇 해 전 배낭을 선물 받을 때 부터 레인커버가 딸려 있었지만, 중국에서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번 여행을 위해 누나가 직접 사주었다.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이 글을 빌어 고맙다는 말, 전한다.


그리고 찢어졌다는 말, 역시 전한다.


새로 하나 사서 보내줬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렇게 출국 절차를 밟고 계속 걸어가면 아래와 같은 노란색 문이 보일 것이다.


물론 우린 읽을 수 없지만, 베트남에 방문해주어 고맙다. 또 와달라. 정도의 문구로 추측된다.


넘어가자.







이 노란색 문을 넘으면 빨간 지붕에 하얀색 기둥의 문이 보일 것이다.


이 문을 넘으면 라오스다.









라오스 육로 입국의 역사적인 순간이다.


아직까지 우린 여행자 거리에서 이 곳에 오기까지 69,000동(약 3.5$) 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최고로 저렴한 국경 넘기다.


이보다 저렴하게 국경을 넘는 방법은 히치 하이킹 뿐이니, 도전해보고 싶다면 도전해보도록 하자.





그렇게 조금 더 걸어 빨간 지붕과 하얀 기둥 문을 넘었다면 이런 팻말을 만날 수 있다.


"Welcome to savannakhet"


팻말에 녹은 좀 슬었지만,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다.


드디어 라오스 국경을 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난 이렇게 국경 넘기가 끝날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그 팻말을 지나 계속 앞으로 걸어가면 위 사진과 같은 건물, 만날 수 있다.


바로 라오스 입국 스탬프를 받는 곳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자라면 무료로, 입국 스탬프 받을 수 있다.


Arrival card는 작성해야한다.




특별한 정보를 요구하지는 않으니, 기본적인 사항을 적고 여권과 함께 제출하면 된다.





라오스 보더에 도착한 직후 기뻐하고 있는 나.


앞으로 닥칠 일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현지인들이 새치기를 해서 여권을 뭉탱이로 들이미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멀찍히 서서 기다렸다 입국 심사를 받도록 하자.


어차피 우린 시간이 많으니 말이다.



물론, 그게 싫다면 현지인들과 몸싸움을 하며 먼저 입국 심사를 받을 수도 있다.



입국 심사를 끝내고, 비는 그 세기를 점점 더해갔다.


도중에 입국사무소 직원에게 론니플래닛을 들이밀며 라오스 국경도시 단사반(Dansavan)에서 비엔티엔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냐고 물어봤지만, 그런게 없다고 말해준다.


우린 조금 당황했지만, 단사반(Dansavan)까지 가 한번 찾아본 뒤 정말 없으면 사바나켓(Savannakhet)으로 넘어가기로 결정한다.



<중요한 정보>


베트남 훼(Hue)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Vientiane)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을 지나가야 한다.



비는 억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우리가 라오스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정말 하늘에서 들이 붓는듯, 떨어진다.


첫 번째 고난이 다가왔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법!


우린 우의를 착용한 후 라오스 국경마을 단사반(Dansavan)까지 걷기로 결정한다.


라오스 보더에서 단사반(Dansavan)까지는 약 1Km. 도보로 20여분이 소요된다.




라오스에 도착해 즐거워하고 있는 표정의 마녀같은 누나들.


난 혼자서 낑낑 셀카를 찍었으나, 흔들렸다.




그렇게 20여분을 걷는다.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계속 걸었다.


도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를 요구했지만, 우린 라오스 돈이 1킵도 없었다.


낑낑대며 계속 발걸음을 재촉하니 저 멀리 마을이 하나 보인다.


정말 작은 마을이었고, 특이한 점은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어린 아이들의 Hello라고 하는 인사.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영어를 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로지 아는 영어라고는 Hello뿐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두 번째 고난이 다가왔다.


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버스 정류장을 찾지??



사실, 당신이 계속 보더에서부터 이 마을에 왔다면 우측에 버스 정류장이 보일 것이다.


그건 이미 사용이 정지된 버스 정류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걸어와야한다.



우린 당황하며 버스정류장을 찾기 시작했고, 더 이상 무거운 배낭을 메고 비를 맞으며 찾기 힘들다고 판단,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난 누나들에게 배낭을 봐달라고 말한 후 혼자 버스정류장을 찾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


패닉이었다.


하지만 버스에 사바나켓(Savannakhet)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에 손짓 발짓으로 출발하냐고 물어봤고, 아저씨는 분명 맞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누나들에게 서둘러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누나! 저 버스 정류장 찾았어요!!"


"그래 잘했다. 그런데 어떻게 탈건데?"



맞다.


우린 라오스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결국 미달 누나와 함께 다시 동네를 돌며 은행을 발견했다.


라오바오에 딱 하나 있는 은행이다.



"누나, 행원정도 되면 영어를 구사하지 않을까요?"


"물어보자. 왠지 할거 같아."


그렇게 우린 소액의 달러를 환전한 후 사바나켓(Savannakhet)으로 가는 버스가 언제 출발하느냐고 물어봤다.


그리고 행원이 대답한다.


"Now!"


미달누나와 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은행털이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은행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배낭을 지키고 있는 수미누나에게로 달려갔다.


"누나~~~~~~~~"



그런데 수미 누나는 이상한 아저씨들과 함께 있었다.


조금 긴장한 채 무슨 상황인가 가보니 중국 아저씨 두 명이었다.


우리 말고 이런 마을에서 사바나켓으로 로컬 버스를 타고 가려는 사람이 또 있었던 것이다.


신기했다.



어쨌든 나는 아저씨들에게 인사를 하고, 환전하는 것 까지 도와준 다음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아저씨들은 인민폐(RMB)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단사반(Dansavan) 은행에서 인민폐는 라오스 킵으로 환전해주지 않는다. (환전 가능 화폐는 USD, EUR, JPY포함 4,5개국 화폐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저씨들은 영어를 못했다.



결국 난 동시통역사라도 된 것 처럼 중국 아저씨들과 라오스 행원의 중간에 끼여 통역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는 사설 환전소에서 위안화를 라오스 킵으로 환전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어디선가 생선 냄새를 풍기는 트럭이 오더니 우리에게 말한다.


"Savannakhet??"



"Y~~~~~~~~~es"


그리고 요금을 물어보니 2만 킵이라고 말한다.


2만 킵이면 약 2.5$정도 되는 돈이다.


결국 우리는 베트남 훼(Hue)에서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까지 69,000동+2만킵 = 약 6$에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뻤다.


이렇게 저렴하게 가는 여행자. 


없었을 것이라고 의기양양해가며.




영어를 한 마디도 구사하지 못하면서, 베트남/라오스 전역을 여행하고 있던 아저씨 둘.


저기 가지고 계시는 가방이 전부였다.


아무래도 저 가방 안에 온통 인민폐(RMB)가 들어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게다가 아저씨 한 분은 구두를 신고 계셨다.







우린 그렇게 생선 비린내가 나는 트럭 뒤에 탄 채 사바나켓(Savannakhet)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단사반(Dansavan)에서 사바나켓(Savannakhet)까지는 약 9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생선 비린내가 뼈속까지 흡수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세 번째 고난이 닥쳐왔다.



알고보니 중국 아저씨들과 누나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고 했는데, 하롱베이 투어에서 였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아저씨들은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다시 내가 동시 통역사로 나선다.


비에 쫄딱 젖고, 생선 비린내에 쩔어가고 있는 상태로, 중국말과 우리말을 번갈아가며 하니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달리자 모두들 피곤했는지 말이 없어진다.




그리고 미달 누나의 생존 스킬이 다시 발동 되었다.


생선비린내가 진동하는 덜컹거리는 트럭 위에서 주섬주섬 자리를 잡더니,


누웠다.




그리고 계속 누워서 간다.


수미누나마저 옆으로 쓰러져 잠을 청한다.




하긴, 우린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힘들었으니, 졸릴 법도 했다.


나도 서서히 눈꺼풀이 감겨온다.


그런데 갑자기 트럭이 정지를 한다.


난 쉬어가는 곳인가 생각하며 잠을 자려고 했으나 트럭 기사가 우리에게 내리라고 말한다.


대체 왜 내려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구글 맵으로 현재 위치를 확인했다.


세폰(Xepon)이라는 라오스의 도시였다.


그리고 트럭기사가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2만킵이었고, 사바나켓(Savannakhet)까지는 다시 2만킵을 내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트럭으로 갈아타"


네 번째 고난이 닥쳐왔다.


하지만 우린 2만킵에 사바나켓(Savannakhet)까지 가기로 약속했었다.


우린 거칠게 항의했지만 트럭기사는 계속해서 2만킵은 지금 내고, 2만킵은 갈아탈 트럭에 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짐을 다 빼버린 후 바닥에 앉아 투쟁하기 시작했다.


난 다시 동시 통역사가 되었다.


중국 아저씨들에게 이 상황을 말하니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에게 동조 해주었다.


그렇게 중국어,영어,한국어로 30분 정도 떠들어대며 싸웠을까?


아저씨들은 어디론가 가시더니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난 계속해서 트럭 기사와 싸우고, 영어가 그리 능숙치 않은 기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한 술 더 떠 말했다.


"Call the police"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기사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나를 바꿔준다.


솔직히 뜨!끔! 했으나,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경찰은 아닌것 같았다.


영어가 능숙한 본인의 친구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나에게 바꿔준 것이었다.


난 그 남자에게 2만킵에 단사반(Dansavan)에서 사바나켓(Savannakhet)까지 가기로 약속을 했으므로, 2만킵을 더 내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고 끊어버렸다.


그렇게 계속 냉전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아저씨들을 쳐다봤는데 아직도 말을 하고 계셨다.


'아저씨들은 영어를 못하실텐데..?'


천천히 다가갔더니 아저씨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중국 사람이었다.


이런 작은 마을에도 중국 사람이 살고 있다니 정말 놀랄 노자였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여기까지 온 트럭에 2만킵은 내지 말고, 새로 갈아타는 트럭에 2만킵을 내고 가."


그렇게 우린 다시 협상을 했고, 결국 성공했다.


이미 40분이 지나있었다.




새로 갈아탄 트럭은 꽤나 쾌적한 트럭이었다.


적어도 생선 냄새가 나진 않았으므로.





그렇게 흙먼지를 휘날리며 트럭은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1시간


2시간


3시간


배가 고파 라오스 경찰에게 물을 달라고 구걸한다.


물. 마셨다.


정말 시원한 물이었다.


4시간


5시간


배가 고파 징징 거렸더니 중국 아저씨 중 한 명이 비스킷을 꺼내 우리에게 주신다.


그 걸 본 라오스 현지인 아저씨가 캔디를 주섬주섬 꺼내 우리에게 주신다.


온갖 나라에서 얻어 먹을 복은 타고난 것 같다.


6시간


7시간


그 것이 8시간이 될 때 까지 우린 계속해서 흙먼지를 마시고 뒤집어 쓰며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 포장도로다.)


단돈 6$에 베트남 훼(Hue)에서 라오스 서쪽 도시 사바나켓(Savannakhet)까지 이동한 것은 정말 멋졌지만


흙먼지와 덜컹거림은 다섯번째 고난이었다.


머리카락은 온통 흙먼지 투성이었고, 팔/다리를 슥 문질러도 모래가 묻어나왔다.


그 상황에서 미달누나는 트럭에 누워 잘도 잔다.


게다가 어디서 담요를 꺼냈는지 담요까지 덮고 잘 잔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트럭은 9시간을 달려 사바나켓 버스 스테이션에 정차한다.


시계를 보니 오후 8시 40분이었다.


아침 6시 30분부터 이동을 시작했으니 14시간 가까이 걸려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에 도착한 것이다.


중국 아저씨들은 뭐가 고마운지 우리에게 저녁식사를 대접 하고 싶다고 말하셨으나, 우린 비엔티엔으로 바로 넘어갈지 이 곳에서 묶을지 결정해야했기 때문에 작별 인사를 나누고 버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막차는 9시다.


비엔티엔(Vientiane)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친절하게 찍어왔으니 위쪽 사진을 참고하도록 하자.


20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우린 고민했다.


이미 14시간 동안 이동하며 온갖 흙먼지를 마시고 뒤집어 쓴 상태로 슬리핑 버스를 탈 것인가, 숙소를 잡아 씻고 내일 아침 이동할 것인가?


결국 120,000킵이라는 비싼 슬리핑 버스를 포기하고, 저렴한 숙소를 잡아 조금 쉰 다음 내일 아침 다시 비엔티엔으로 이동하자고 결정했다.



그리고 숙소를 잡으러 가는 길.


우린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온갖 로컬 버스와 트럭을 타고, 현지인들과 싸워가며 베트남에서 이 곳 까지 왔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부작용이 있었다.


사람의 정신이 피폐해진다는 것.





정말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초 저가 국경 넘기였다.


라오바오에 가면 모든게 해결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잘 대처하며 운 좋게 14시간만에 국경을 넘어 사바나켓에 도착한다.





당신이 베트남 훼에서 라오스로 국경을 넘을 일이 있다면, 본인이 서술한 방법보다 더 비싸더라도 여행사에서 여행자 버스를 예매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방법으로 국경을 넘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직도 세계지도를 펼쳐들어 베트남에서 라오스 가는 길을 바라보면, 마녀같은 누나들 그리고 이름모를 중국인 아저씨 두 명과 함께 했던, 아찔하고도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그 일이 또렷하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구간 구간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다.




게다가,


나름대로 즐거웠다.


오히려 고생이라고 표현했지만, 현지인들은 이런 방법으로 국경을 넘고 라오스를 이동한다.


더 비싼 돈을 주면 편하고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지만,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국경을 넘어보는 것도 색다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무작정 가보는 것.


그 것 자체로 멋진 경험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라오스는 처음부터 하드코어(Hard core)한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했다.






<베트남 훼(Hue) - 라오스(Laos) 육로 국경 넘기 정보>


1.여행자거리 ->동바 터미널(Dong ba) 도보 이동 (약 20분 소요)

2.동바 터미널(Dong ba) -> 훼 북부 터미널(Ben xe phia bac) 로컬 버스 이동 (4,000동/약 20분 소요)

3.훼 북부터미널(Ben xe phia bac) -> 라오바오(Lao bao) 미니 밴 이동 (65,000동/약 3시간 소요)

4.라오바오 보더(Lao bao border) -> 단사반(Dansavan) 국경 넘기 (입출국 심사&도보 약 30분~1시간 소요)

5.단사반(Dansavan) -> 세폰(Xepon) -> 사바나켓(Savannakhet) 트럭 이동 (20,000킵/약 9시간 소요)


총 비용 : 약 6$

총 시간 : 약 14시간

정신적 피폐도 : 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