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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사바나켓-루앙프라방) 지옥의 라오스 국경 넘기 2일차

by 빛의 예술가 2013. 7. 16.

그렇다.


아직 지옥의 로컬 라오스 국경 넘기는 끝나지 않았다.


엄밀히 규정하자면 우린 이미 라오스에 넘어왔고, 도시간 이동을 하는 것 뿐이지만 사바나켓(savannakhet)에 머무는 9시간 동안, 아직 라오스에 도착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우리 목적지는 방비엥(Vangvien).


베트남에서부터 라오스로 넘어가면, 시판돈(Si phan don, four thousand island)으로 갈지, 긴팔 원숭이 체험(Gibbon experience)을 할지 고민했었다.


라오스의 북동쪽에서 남서쪽 까지 직선거리는 1,000km가 넘는다.


시판돈은 라오스의 남쪽 끝,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 내려갔다가는 이동하는데만 꼬박 이틀이 넘게 걸린다는 판단하에 포기했던 곳이다.


하지만 론니 플래닛에서 강추하는 곳이며, (주로 웨스턴이 많이 간다) 멍을 제대로 때려보고 싶은 사람들은 100이면 100 후회하지 않는 곳이라 하니 한번 쯤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18시간을 도보/로컬버스/미니버스/폭우 맞으며 도보/생선트럭/일반트럭으로 이동한 후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며 찍은 숙소 사진이다.


외관이 풀빌라 뺨치게 생겼다.


숙소도 꽤나 깔끔한 편이었지만, 온 몸에 흙투성이가 된 우리들은 오로지 밥 생각 뿐이었다.


이 날, 씻고 밥을 먹으러 나갔는지 혹은 밥을 먹고 와서 씻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생선 비린내가 진동하는 그 트럭을 탄 것이 생각보다 큰 패닉이었다.








라오스에서 처음 먹은 밥.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면 누구나 느끼는 사실 중 하나.


비싸다.





여기서 인도차이나 4개국 물가를 비교하는 시간을 갖겠다.



-본격!! 인도차이나 반도 4개국 물가 비교-


1.먹거리 : 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2.숙소 :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3.의복 :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알라딘 바지 기준)

4.맥주 :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5.커피 : 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라오스 커피는 마시지 않는게 신상에 이로움)

6.마사지 : 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 (4개국 비슷비슷함)


7.총평 : 태국이 제일 비싸다. 뭘 비교해도 비싸다. 다음으로 라오스는 그에 준하는 혹은 조금 저렴한 수준이며, 베트남과 캄보디아가 뒤를 잇는다.


이는 매우 주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비교 물가이기 때문에 어디 논문같은데 비교 물가랍시고 쓰는건 상관없지만, 출처같은거 밝히지 않길 바란다.


비교 끝.





우린 30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걸 못먹고, 못씻었고, 못마셨기 때문에 처참한 상태였다.


밥을 먹고 돌아와 바로 곯아떨어 진다.


게다가 내일도 5시 30분에 일어나야한다.





저 멀리서 동이 튼다.


조금 자고 일어났지만 회복이 되지 않는다.


사바나켓 버스 터미널 사진이 그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른시간이라 빛이 충분히 확보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흔들린 사진을 찍을 내 손이 아니다.


오늘 타고 갈 사바나켓-루앙프라방 행 로컬 버스.


요금은 75,000킵.




구조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에는 운전석이 있고 뒤쪽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버스였다.


2층에는 객석이다.


우리는 가장 좋아보이는 앞 자리에 앉았지만 내가 앉은 자리에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9시간 동안 지옥을 맛봐야했다.

(대신 조망권은 확보된다. 홍콩에서 탈 수 있는 2층 버스의 맨 앞자리와 뷰가 흡사하다)


누나들이 앉은 자리는 에어컨이 작동했지만, 좌석의 시트가 몽땅 꺼져있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누나들은 매우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간다.


누나들의 초상권을 지켜주기 위해 스마일 스티커. 사용했다.




먼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대신 이 버스는 지겹다.


출발과 동시에 2,3시간은 5분에 한 번씩 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스 정류장 옆 200m에서 사람을 태운 것도 신기했는데, 앞으로 가면서 사람이 손을 흔들 때마다 버스가 정차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버스가 79번 정도 정차 했을까?


난 정차 횟수 세기를 포기하고 내리는 비를 즐기기 시작한다.







계속 봤더니 비도 지겹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다.


현지인들 중 좌석과 좌석 사이에서 쪼그려 앉아 가는 사람도 꽤나 많았다.




분명 9시간만 가면 된다고 했었는데, 아마 10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어제 오늘, 라오스의 비포장 도로를 이동하며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 비포장 도로가 북쪽으로 올라가는 유일한 고속 도로(사실은 포장도로지만 유실과 먼지로 인하여 비포장과 흡사)였으며, 수 백 km를 달려왔는데 빌딩 한 채 보이지 않았다.


마을도 모두 우리나라 시골 마을보다 훨씬 작았다.


"이 사람들 뭐 먹고 살지?"라는 의문이 생겼으며, "먹고 살긴 하겠다. 그런데 정말 먹고 살기만 하나?" 라는 의문이 들었던 곳.





그렇게 멍청하게 8시간을 보내고 나니 미달누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뒤쪽에 앉은 50명도 넘는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난 부끄러워 미친 사람인척 할까 했지만, 그 편이 더 부끄러울 것 같아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누나는 그렇게 몇 곡 정도 더 부른 후 노래 부르기를 멈췄다.


당연히 내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은 미달누나에 의해 강제로 제거된 상태였다.





지옥같은(?) 시간이 끝난 후 도시가 나타난다.


라오스에서 위쪽 사진 같은 길이 나타나면 대 도시가 인접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우린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Vientiane)에 도착한다.







나름 신경을 쓴 비엔티엔 버스터미널 앰블럼


자세히 보면 귀엽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린 후 우린 비엔티엔에서 잠깐 머물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어차피 목적지는 방비엥(Vangvieng)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도 하루만 묶고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비싸게 부르는 버스정류장 앞의 툭툭 기사를 물리치고, 200m정도를 더 걸어 길에서 툭툭 기사와 가격 협상을 한다.


이 때 깨달은 것 중 하나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선 조금 더 걷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도시에서나, 우글거리며 달라붙어 무언가를 팔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가격 담합이 되어있다.


그 사람들을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경매'뿐이고, 다른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경매에 대해서는 인도 편에서 자세히 서술하도록 하겠다)


피할 수 있다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우린 3명이 20,000킵에 버스터미널에서 여행자 거리까지 이동했다.




비엔티엔(Vientiane)의 여행자 거리는 남푸(분수다)를 중심으로 퍼져있다.


때문에 당신이 처음으로 이 곳에 도착해 여행자 거리에 가고자 하면,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남~푸?"


그렇다면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린 10시간여를 넘게 이동해 비엔티엔의 여행자 거리에 도착했다.


물론 숙소를 잡는데도 1시간을 넘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가장 저렴한 숙소를 잡고 또 다시 밥을 먹으러 간다.


아주.. 밥 먹는게 중요 일과가 되어버린 듯 했다.




라오스에 머무는 내내 나와 함께했던 비어 라오





그리고 10,000(약1.2불)킵이었던 라오스식 샌드위치


이 샌드위치는 사바이디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팔고 있는데, 비엔티엔(Vientiane)에서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이기 때문에 꼭 먹어봐야한다.




묶었던 게스트하우스, 4베드에 100,000킵이었다.


이름은 RD게스트하우스


위치는 남푸 근처에 있고, 대로에서 2~3블록 더 들어가면 사원이 하나 보이는데, 왼쪽길로 들어가면 우측에 위치해있다.




"누나들 그런데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 가는건 로컬버스보다 여행자 버스가 더 싸대요"


"그래? 그런데 좀 아깝지 않냐?"



누나들이 그렇게 말했었다.


조금 아깝다는 것은 베트남에서부터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마지막에 여행자 버스를 타기가 조금 아쉬웠던 것이다.


물론 당신들이 보면 "그게 뭐가 아깝냐?"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현지인들이 타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기까지 온 것에 내심 뿌듯해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고민하기 시작했다.



더 빠르고, 쾌적하며 심지어 더 저렴한 여행자 버스를 이용할 것인가.


더 오래 걸리고, 더 비싼 로컬 버스를 이용할 것인가.




꽤나 오랜 시간을 고민했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라면 당연히 전자가 옳았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온통 자극적인 표현으로 로컬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이 힘든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 것을 탔기 때문에 만났던 좋은 사람들도 많았고 더 신나는 기억도 많았었다.


그렇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나질 않았다.




결국 긴 고민 끝에 우린 비엔티엔-방비엥 구간을 여행자 버스(35,000킵)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때 생각했었다.




"여행을 함에 있어, 옳은 이성적인 판단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시, 난 현지인들이 풍기는 땀냄새, 날리는 흙먼지, 지독하게 풍겨오던 생선 비린내, 고장난 에어컨 아래에서 뻘뻘 흘리던 땀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고민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