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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달랏-훼) 수미달 누나들 만나러 가는 길

by 빛의 예술가 2013. 7. 4.


달랏에서는 쉬면서 블로깅을 열심히 하려 했었다.


Loney planet에서 알려주는 Sight는 무시하고 선선한 기온을 즐기며 방에만 콕 쳐박혀 밀린 방학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지내려 했는데, 이 도시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숙소에 돌아오니 10시가 지나 있었다.


맥주는 한잔 마셔야겠고, 달랏 특산품은 달랏 우유도 한잔 해야하고, 베트남 커피도 마셔야하고, 중간 짐 정리도 해야했다.


그렇다.


중요도를 따지자면,


맥주>특산 먹거리>커피>짐정리>>>>>>>>>>>>블로그




이 허접한 블로그에 종종 찾아주시는 분들께 매우 죄송해 이제부터 블로그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실제 위치와 블로그상 위치의 간격을 보름까지 줄이는게 첫 번째 목표다.


블로그 상 내 위치는 베트남이지만, 이미 난 베트남->라오스 중부->라오스 북부->태국 북부->태국 남부->말레이시아->인도를 넘었다.


송구스러울 따름이다.




어쨋든 난 달랏에서 중간 짐 정리를 했었다.


중간 짐 정리 포스팅 바로가기





그리고 미달누나와 수미누나를 다시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다.

(이하 수미달 누나)


정확하게 한 가지 이유를 꼽으라면 힘들다.


하지만 확실하게 든 생각이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수미달 누나와 평생 같이 여행할 일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원래 루트였던 달랏(Dalat) -> 나짱(Nha trang) -> 호이안(Hoian) -> 다낭(Danang) -> 훼(Hue)를 수정했다.


달랏(Dalat)에서 곧장 훼(Hue)로 논 스탑.


사실 호이안과 다낭은 베트남에서도 잘 알려진 관광지다.


해변도 예쁘고 건물들도 예쁘다 하며, 심지어 론니플래닛 인도차이나 편에서 꼭 가봐야할 곳 Top20에 호이안이 속해 있었다.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베트남에 올 수 있을까?'


'난 천천히 돌고 라오스에서 누나들을 다시 만날까? 아니 만날 수 있을까?'


'사실 호이안 / 다낭 뿐만이 아니라 하노이까지 올라가서 하롱베이도 보고 싶은데..'




하지만 수미달 누나들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라도 만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금쯤 한국에서 매의 눈으로 본인들의 에피소드를 모니터링할 누나들이 두려워 이렇게 적어내리는 것이 아니다.


진심이다.




누나들을 보러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을 때, 사실 내 손에 다낭(Danang)행 버스 티켓이 쥐어진 상태였다.


그녀들과 연락이 되었고, 결심을 굳혔으니 티켓을 취소하고 훼(Hue)까지 가는 티켓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1시에 달랏(Dalat)에서 훼(Hue)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여 티켓을 구매한다.



#달랏(Dalat)에서 훼(Hue)가기


1. 버스 티켓 구매한다.

2. 간다.


가격 : 약 430,000동(약 21$)

끝.



쓰고보니 정말 비싸게 간 듯 하다.


물론 두 도시간 거리가 꽤 멀긴 하지만, 그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비싸 보인다.


누나들이 이 글을 보고 있으면 내 비싼 버스비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나짱에 도착했다.


어찌되었든 버스는 나짱, 호이안, 다낭을 거쳐 훼로 갈 것이다.


구글맵을 봤더니 도로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에 가능한 추측이었다.



10분을 정차하든 10시간을 정차하든 중요한 건 난 나짱에 있었다. 호이안에도 있었고, 다낭도 가봤다.


그렇게 우길 셈이다.




버스는 나이트 버스(침대 버스)라고 한다.


예전 워커를 신고 나이트 버스에 탔을 때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는 쪼리를 신고 워커를 버스 짐칸에 넣을 요량으로 손에 달랑달랑 들고 다녔는데 오히려 짐만 되었다.


짐칸에 못 싣는 단다.


결국 난 쪼리에 워커까지 비좁은 침대에 집어넣고 다리를 접은 상태로 훼까지 질주했다.


도중, 킨들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구토'라는 단편을 읽었다.








여기가 어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가 불편한 자세로 있건 말건, 버스는 갈 길을 천천히 도로를 질주했다.





역시 어딘지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모르겠다.


사진이 죄다 이 모양이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찍었기 때문이라 변명하고 싶지만, 실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줄곧 넋이 나간 상태였다.


버스는 어느덧 훼(Hue)에 도착했다.


나짱이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호이안/다낭 세 도시 중 버스가 잠깐 정차한 사이 와이파이에 접속했었는데 누나들이 호텔 지도를 보내줬었다.


구글맵과 비교해보니 내가 있는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대략 1Km정도.


그래서 비몽사몽한 채로 배낭을 챙겨메고 걷기 시작한다.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니 이 길이 아니라 반대로 가야한다고 알려준다.



그 말을 듣자마자 택시를 탈까 고민했지만 누나들이 그 모습을 보면 재회의 시작부터 얻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걸었다.


낑낑대며 걷는다.


계속 걷던 중 결국 누나들이 묶고 있는 숙소 간판을 발견한다.


New life hue hotel


구글맵의 위대함을 경탄해 마지않고 있을 때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문!경~~~~~~~~~~~~~~~"


수미달 누나들이었다.


내가 어디로 도착할 지 모르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고, 호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 안 더워요? 몇 시간이나 기다렸어요? 잘 지냈어요? 라고 물을 새도 없이 수미달 누나들은 배가 고프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짜증스럽고 길었던 달랏(Dalat)에서 훼(Hue)까지 버스 이동이 끝났다.


배가 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니 번지수를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그렇게 우린 재회 기념으로 무지 맛있는 길.거.리. 음.식.을 먹었다.



베트남 훼(Hue)도착

2013년 5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