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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방콕) 방콕에서 꼬따오로..

by 빛의 예술가 2013. 9. 24.

빠이(Pai)에서는 온 종일 먹고 마신다.


그게 빠이(pai)를 즐기는 가장 멋진 방법인 것이다.


남아있는 사진 조차 몇 장 되지 않을 정도로 그 곳에서 보낸 일주일은 정말 행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히피들의 무리에 끼여 행복해할 순 없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 곳은 자본과 그에 바탕한 무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난 무작정 '평화'나 'No War'따위의 깃발을 들쳐메고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는걸 용인할 만큼 이 세상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쯤 알고 있다.


무엇이 더 가치있는 삶인지 짐작은 할 수 있으나 정답은 없다.


삶이란 개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를 문제이지, 그 누가 결정해주는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나는 빠이(Pai)에서 보낸 시간을 뒤로한 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방콕(Bangkok)으로 향한다.



빠이(Pai)에서 방콕(Bangkok)으로 가기 위해선 직행 버스는 없으며, 치앙마이(Chiang Mai)를 경유하여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 한다.




치앙마이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먹었던 팟타이.


팟타이를 보자 내가 다시 태국에 왔다는 사실이 다시금 상기된다.


내겐 언제나 그랬다.


두 번이나 찾았던 필리핀 세부에서 가장 먼저 실감했던 것은 택시 뒷자리의 퀴퀴한 특유의 필리핀 냄새였고,


몇 번이나 방문했던 중국에서 가장 먼저 다가왔던 것은 길거리를 감싸 도는 특유의 기름 향이었다.


태국도 마찬가지다.


팟타이의 냄새가 내게 태국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끔 한다.


내겐 언제나 '향'이란 것이 어떤 나라를 기억하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버스로 1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방콕(Bangkok)에서 문연이와 세 번째로 다시 만난다.


이젠 이별과 재회가 새삼스럽지도 않다.


다시 만났지만 언제나 옆에 있었던 것처럼, 혹은 언제라도 떠날 것처럼 그렇게 우린 만남과 이별에 적응하고 있었다.


물론 반갑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언제나 재회는 그립고 반가운 녀석인 것이다.


문연이를 끌어안고 말한다.


"야- 맥주 마시러 가자"



사실 우린 방콕의 카오산 거리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이 곳을 가도 시끄럽고, 반대편을 가도 시끄럽고, 골목을 가도 시끄럽고, 심지어는 숙소조차 시끄럽기 때문이다.


어딜가도 시끌벅적하고 술에 만취한 여행자들이 소리를 질러대는 거리.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럽고, 가장 얼큰하고, 가장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곳 중 하나일 것이다.


태국 방콕의 카오산 거리는 두 달 전의 모습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오산 거리는 사람들을 흡수하는 힘까지 가지고 있다.


맥주를 한잔, 두잔 마시다 보면 어느덧 난 이 소란의 주체가 되어있다.


그리고 우리의 마녀 누나들은 본격적으로 문연이를 악의 구렁텅이로 끌고 갈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문연이를 끌고 수영장에 던진 것도 부족해, 이제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함께 가자고 권유하는 것이다.


말이 권유지 절반 이상은 협박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카오산 거리는 나의 이성조차 마비시킨다.


나도 거기에 동조해, 문연이에게 꼬따오(Koh Tao)로 함께 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야- 그거 수영 못해도 할 수 있어, 스쿠버 다이빙 하다 죽은 사람도 없대-"


그렇게 근거조차 빈약한 말을 덧붙이며 결국 문연이에게 꼬따오(Koh Tao)섬까지 함께 간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럼 일단 거기까지 같이 가서, 스쿠버 다이빙 할지 안할지는 거기서 결정할게요 -_-"



사진 찍히길 좋아하는 귀여운 문연이.


어제 밤의 약속 때문인지 초췌해 보인다.



방콕(Bangkok)에서 꼬따오(Koh tao)로 가는 버스&페리는 밤에 출발하기 때문에 우린 방콕에서 둘 째날 일정이 텅 비어버렸다.


결국 우린 오전 내내 짜투착 시장을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버스를 탄다.



짜투착 시장은 방콕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버스 번호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약 20여분이 소요되고, 크게 흥미있는 물건은 많지 않았다.



미달누나는 맘에 드는 디자인의 슬리퍼를 발견했지만, 맞는 사이즈가 없어 눈물을 흘리진 않고, 주인에게 짜증을 부렸다.


마녀1 다운 모습이다.


문연이는 다른 슬리퍼를 하나 사고, 수미누나는 무언가를 먹고 마시는데 열중하셨다.


수미누나는 항상 무언가를 먹고 마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몸매를 유지할 수 있는지 피라미드 건설의 비밀보다 더 흥미진진한 연구거리다.


심지어는 남자인 나보다 빨리 먹고, 빨리 마시고, 자주 먹고 마신다.


난 이 곳에서 아무 것도 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돈은 썼었다.


화장실을 갔는데 유료화장실이라 3바트를 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짜투착 시장을 둘러보고 우린 꼬따오로 이동할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방콕에서 꼬따오로 가는 가장 저렴한 표는 한인 게스트하우스인 '동대문'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두 종류의 회사가 있는데, 우린 조금 더 비싸고 쾌속선을 이용하는 Lomprayah 표를 샀다.


요금은 1,050바트


동대문에서 표를 샀던 한 한국인 남자는 800~900바트 정도면 표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난 미달누나가 또 다시 마녀모드로 돌변할까 눈치를 봤지만 그리 동요하지 않는 모양새다.


다행이다.





대신 바닥에 누워 힘들어하기 시작한다. -_-


이 마녀는 지구가 침대로 보이는 모양이다.


거기에 실제로 침대에 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내 큰 배낭을 깔개로 삼아 누워서 뒹굴뒹굴 거리기에 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배낭 속에는 귀중한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물건을 지켜야했다.




"누나!! 안돼요 일어나요!!"


 -"왜? 왜 안돼!! 내가 누울거라고!!"


"그..거기 깨지는 물건 있어요!"


 -"그.. 그래? 뭔데?"


"신라면이요"



그리고 난 광속으로 일어나 발차기를 하는 마녀와 조우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수 있는지, 그 전까지는 몰랐다.




방콕(Bangkok)에서 꼬따오(Koh tao)로 가는 버스는 야간 버스다.


방콕(Bangkok)에서 수랏타니(Surat Thani)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수랏타니에 새벽 4~5시에 도착하여 꼬따오(Koh Tao)까지 페리로 이동(약 1시간 소요)하는 식이다.


방콕의 버스 스탠드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려야한다.



그리고 수랏타니(Surat Thani)에 도착하면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버스에서 내린다.


빠르면 새벽 4시 전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첫 배는 5~6시에 출항하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2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는 것이다.



우린 졸린 눈을 비비며 무언가를 마시려고 했지만 수미누나가 제지한다.


"야~ 나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져온 커피 있어. 그거 만들어 먹자"


커피 브랜드와 모양을 보건데, 아무래도 수미누나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커피를 가져온 듯 했다.


쌀쌀한 날시에 마실 커피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 얼른 물을 받아온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수미누나.


모양은 노숙자가 마시는 커피처럼 생겼지만 스타벅스 캬라멜 프라푸치노 뺨치게 맛있었다.



그렇게 1시간여가 흘렀을까, 꼬따오로 향하는 페리에 입장하기 시작한다.



수랏타니(Surat Thani)와 꼬따오(Koh tao)를 연결하는 페리는 중국 홍콩(Hongkong)과 마카오(Macau)를 잇는 페리와 거의 흡사한 모양새였다.


게다가 소요되는 시간도 우스울 정도로 비슷하다.


1시간.


그렇게 우린 태국 남쪽의 섬 꼬따오(Koh Tao)로 향하기 시작한다.






창문으로 물이 쏟아져 마치 그림처럼 그려진 꼬낭유안(Koh Nangyuan)


태국어로 Koh는 섬이다.


다시말해 낭유안 섬.


그리고 우리가 가는 곳은 따오 섬.



이렇게 페리는 낭유안 섬을 먼저 들렀다 따오 섬으로 향한다.


멀미는 당연히 없었다.


마카오를 정벌하러 홍콩에서 수 차례 페리를 타고 간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리라.


그 기억이 떠올라 다시금 미소 짓는다.


결과는 세세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총 금액으로 따지자면 난 마카오의 카지노와 수 차례 치른 전쟁에서 이겼었다.


한화로 2,3만원 정도.




그렇게 초췌한 모습의 나는 꼬따오 섬에 무사히 도착한다.


물을 두려워하는 문연이도 내 뒤를 따라온다.


조금 안쓰러웠으나 그 뒤를 바싹 뒤쫒는 두 마녀들의 모습에 다시 웃음 짓는다.




참, 난 방콕에서 내 인생 두 번째로 머리를 땋았다.


두 번째로 했던 드레드 락 헤어.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다 풀릴 줄 알았지만, 그리 심하기 풀리진 않았다.


총 30가닥의 와이어로 시술 했었는데, 다이빙을 네 번째 한 다음에는 그 중 한 가닥만 잃어버리고 나머지는 꽤나 멀쩡하게 붙어있었다.


사실 머리를 하고 나서 바로 물에 들어가는게 두려웠었다.


다음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낭만귀두'님의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그의 매혹적인 글 솜씨와 전문성에 반해 카페에 가입을 했었는데, 카페 활동을 잘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사람의 '털'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음카페 '낭만귀두'님이 운영하시는 카페에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http://cafe.daum.net/dreadlock




두번째 방콕을 지나 태국 남쪽 섬. 


꼬따오(Koh tao)로 입성한다.


이제는 바다속을 여행할 차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