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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꼬따오) Dive to the blue(하)

by 빛의 예술가 2013. 9. 29.


2013/09/28 - [다같이 돌자 지구 한바퀴/■아시아] - (여행기/꼬따오) Dive to the blue(상)



그런데 내가 묶고 있는 리조트 이름이 왜 부다뷰(Buddha View)냐고?


사실 나도 궁금했었다.


이 리조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영감을 얻어 이름을 만들었나? 그런 바보 같은 추측만 할 뿐이었다.


어쨌든 부처님과 리조트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개의 틀 안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과정 셋째날이자 마지막 날.


바다로 다이빙을 하러 가는 선상에서 강사님이 바위 하나를 가리킨다.


"저거 보이시죠? 저 바위 이름이 부처님 바위(Buddha Rock)이예요, 뒤쪽에서 보면 부처님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어서 그렇게 이름 지었대요. 우리 리조트 이름도 Buddha Rock이 보인다고 해서 Buddha View입니다"




사실 오늘은 오픈워터(Open water)과정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별로 긴장되거나 아쉽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다.


우리 셋은 모두 오늘부로 강습이 끝나지만 미달누나는 오픈워터(Open water)과정에 이어 중급자(Advance)코스까지 교육받기 때문에, 미달누나가 다이빙을 하러 간 사이 우린 리조트에서 놀고 먹자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우린 다이빙을 하러 가는 바다 위 선상에서 과자 파티를 벌이며 신나게 떠들어 댄다.


리조트의 배 안에는 간단한 키친(Kitchen)이 마련되어 있는데 거기 쿠키를 드럼통에 넣고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항상 우리 입에는 쿠키가 가득 물려 있었다.


아침도 안먹고 배를 타는 경우도 있었다.


공짜 쿠키가 우릴 반기는 곳이었으니까.




이런것(?)을 좋아하는 미달누나는 배 갑판 위에 앉아 명령한다.


 -"야~ 과자좀 더 가져와"


"아 누나가 좀 가져와요!"


 -"맞고 가져올래 그냥 가져올래?"


"...몇 개요?"


 -"5개, 아 올때 커피도 가져와"




그렇다.


무료 커피&티도 있었다.


그렇게 나와 문연이는 다이빙 전까지 마녀의 심부름을 하며 파도에 휘청대는 갑판을 오르락 내리락 한다.


한 손에는 쿠키 가득,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말이다.








오픈워터(Open water)과정은 수영장 강습 제외 총 4번의 다이빙을 한다.


두 번째 날 2번의 다이빙을 했으니, 오늘 2번의 다이빙을 하면 이 곳에서의 교육도 끝나는 것이다.


첫째날 두 번째 다이빙에서 우린 대략 15분 정도 바다 속을 유영 했는데, 5명 중 산소가 가장 빨리 소모되는 사람을 기준으로 시간을 정한다고 했다.


수면위로 올라오자 내 산소통의 게이지는 간당간당한 수준이었으며, 문연이는 산소가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평균적으로 여성에 비해 남성이 바다 속에서 산소를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달누나와 수미누나의 게이지를 힐끔거렸는데 놀랍게도 그녀들은 주어진 산소의 절반 조금 넘게 소모했을 뿐이었다.


산소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가는 또 얻어맞을거 같아 조용하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마녀1 미달누나가 말한다.



"야!! 나 산소 절반이나 남았는데 왜 올라온거야!! 니네 물에 들어가면 숨 쉬지마!! 아 아까운 산소"



그랬다.


마녀들은 평소에 우릴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이제 물 속에서 숨도 쉬지 말란다.


이쯤되면 정말 사람이 아니라 마녀가 아닐까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다시 왼손으로 마스크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버클을 잡은 채 바다속으로 풍덩 빠져든다.


그 푸르고 아름다운 바다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우습게도 마녀의 두려운 협박이 더 이상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바다와 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수면에서 점점 멀어질 수록 바다는 어두워진다.


혼자 우주 비행선에서 뛰어내려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난 일부러 사람들 곁에서 조금 떨어져 혼자서 유영을 하며 절대 고독을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짓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가 강사님이 번개같이 다가와 주의를 준다.


'냥냥..냥!..냥냐아아아앙냥냥!!'


물에서 말을 하게 되면 정말 이렇게 들린다.


그래서 수신호가 필요한 것이다.


난 무슨 소린지 전혀 몰랐지만, 혼자서 떨어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주의하도록 해라! 라는 강사님의 걱정인 듯 하여 오케이 수신호를 보낸다.


'네- 잘 따라가겠습니다'






핀을 신은 발을 천천히 움직이며 우린 바다 안에서 몇개의 동작을 연습하고, 갑작스러운 사고 상황에 대비해 버디(Buddy)의 보조 산소 호흡기를 사용하여 수면 위로 올라가는 방법, 마스크가 벗겨졌을 때 다시 쓰는 방법, BCD가 풀려버렸을 때 다시 장착하는 방법 따위를 배웠다.


그리고 산소량을 체크하는 게이지가 점점 떨어질 때 쯤, 강사님들이 수면 위로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보낸다.


온통 어두웠던 바다 속에서 다리를 박차며 점점 수면위로 올라가자 별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태양 빛이 파도에 반사되어 수만가지 방향으로 굴절되며 만들어내는 장관이었다.


다채로운 색깔의 고기떼가 내 옆을 지나가고, 천천히 손을 뻗자 약속한 것처럼 쏜살같이 방향을 바꾼다.


그리고 BCD에 조금씩 부력을 채우자 난 순식간에 별 세상을 넘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곳이 바다 속에 있었다'





오픈워터 임시자격증이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세계 어느곳을 가던지 산소통을 빌려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물론 혼자서는 위험하기 때문에 동일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친구와 함께 가거나, 전문 강사가 따라붙어야 한다)


오픈워터는 수심 18m, 미달 누나가 이제부터 배울 어드밴스는 30m까지 다이빙을 할 수 있단다.


강사님들의 말을 빌리자면, 정말 예쁜 것들은 30m정도는 내려가야 보일거라고 말한다.


난 18m까지 밖에 다이빙을 못한다는 게 아쉬웠지만, 미달누나가 어드밴스 자격증을 따고 '야- 난 30m까지 갈 수 있지롱~'말하며 자랑질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 두려워졌다.


'어떻게 견디지?'



아무렴 어떤가!


오늘부터 나도 스쿠버 다이버가 된 것이다.

(물론 좌초된 배의 잔해를 찾거나, 아틀라스 문명을 찾기 위해 잠수하는 것 따위의 일은 하지 못한다)


그 기념으로 함께 수업을 들었던 5명의 수강생과 대낮부터 맥주 파티를 한다.


이 여행기를 쓰는 도중에 다시 생각난 우리 넷을 제외한 나머지 한 명의 이름.


예슬씨다.


예슬씨는 우리 넷과는 달리 장기 여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휴가를 내서 왔노라고 오늘 다시 방콕으로 가야한다며 맥주를 사고 떠나겠노라고 말한다.


나와 동갑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글을 빌어 그 때 맥주 정말 잘 얻어마셨노라 감사 인사 전한다.


그리고 이 맥주를 시작으로 꼬따오에서 나의 얻어먹기 릴레이가 시작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이틀간 바다에 풍덩풍덩 빠지느라 고생한 우리들은 오늘 저녁은 맛있는걸 먹자고 약속한다.


위쪽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맥주 파티에 프랑스팀 강사인 제레미(Jeremy)도 함께 했었는데, 오늘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꼬따오는 그리 큰 섬이 아니라 도보로도 충분히 섬을 이동할 수 있다.

(물론 할 수 있을 뿐이지, 끝에서 끝까지 걷는데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비추다.)


마녀누나 둘과 문연이는 레스토랑에 먼저 가고, 나는 샤워를 하고 가겠노라고 그들을 먼저 보낸다.


그리고 혼자서 천천히 해질녘의 꼬따오를 걷는다.


몇 안되는 건물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며, 어디선가 울어대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리고, 바다와 멀어져 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파도소리까지 모두 한데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행복했다.


치앙마이에서 만났던 중년 커플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무슨 복을 받아서 세계일주를 다 하고 그런대요?"



무슨 복을 받은걸까?


아니, 그런거 받기나 했던걸까?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내 선택으로 이 곳 까지 찾아와 바다 속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저 멀리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이 눈 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에는 마녀누나 둘과 문연이 그 밖에 처음보는 남자 두 명도 있었는데, 서른 중반쯤 되어보이는 외모였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앉아 그들과 이야기하고 있노라니 느낌이 왔다.


그리고 둥실둥실한 외모의 형이 말한다.


"이거 다 살게요- 많이 드세요. 맥주, 어- 맥주도 드시고~ 다 드세요"













아싸!!!



냠냠냠



쩝쩝



오오오 후루룩



놀랍게도 우리 생명의 은인들은 밥을 다 사주고 맥주까지 계산한 후 또 한잔 마시러 가자고 말한다.


우리는 어쩔줄을 몰라하며 따라간다.


사준다는데 안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재정 상태로는 마실 수 없는(아니, 정정한다. 안마시는) 그런 비싼 술을 파는 바다가 보이는 펍에 들어선다.


거기서도 우리의 은인은 말씀하신다.


"이거 제 친구가 다 살거니까. 맘 놓고 드세요- 칵테일도 드시고~ 맥주도 드시고~"




그랬다. 오픈워터 과정이 끝나는 꼬따오에서의 3일째.


예슬씨에게 얻어마신 맥주를 시발점으로 꼬따오를 벗어날 때 까지 얻어먹기 릴레이가 시작된다.


우리들의 은인이었던 두 분의 용안을 공개하도록 한다.



어디선가 이 분들을 만나면 친한 척도 하고, 생긋생긋 거려보자.


혹시 모른다.


맥주라도 한병 던져 주실지.




이 글에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얻어먹기 릴레이 편을 연재한 후에 큰절 한번 올리겠다.


그래도 큰절 올리기 전 인사 한번 드리자.


"그때, 정말 감사히 잘 먹고 마셨습니다. 덕분에 건강하게 여행 잘 하고 있습니다."




Dive to the blue(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