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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빠이) 히피들의 도시 빠이(Pai)

by 빛의 예술가 2013. 9. 18.


치앙라이(Chiang Rai)에서 다시 만난 문연이와는 치앙마이(Chiang Mai)에서 헤어진다.


방콕(Bangkok)에서 만날 친구가 있다며 먼저 기차를 타고 내려간단다.


그 동안 몇 명 정도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고, 꼭 그만큼에서 두 명을 제외한 모두와 헤어졌다.


이제는 만남도 헤어짐도 어느정도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막상 그 시간이 닥쳐오면 아쉬운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에는 정답이 없는 듯 했다.


거자필반 회자정리라는 과거, 아무나 지껄여 뱉은 당연한 말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진리인 것처럼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제기할 수 있는 반론은 없다.





그리고 그 두 명은 미달, 수미 누나다.




미달누나와 수미누나랑은 꽤나 친해졌다.


2달 가까이 인도차이나 반도 한바퀴를 함께 돌았으니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던 것이다.


노상강도를 만난 것과, 서로가 머리채를 쥐고 싸운 것 빼고는 모든 일을 함께 겪은 듯 하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무척이나 많아진 셈이다.



누나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그녀들을 그렇게 생각한다.













마녀들... -_-










뻥이고, 참 좋은 누나들이다.


아마 평생동안 살아가며 함께했던 인도차이나 반도 일주만 가지고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 즐겁게 얘기할 수 있을정도로,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많은 그녀들이다.





우리는 치앙마이(Chiang Mai)를 거쳐 빠이(Pai)라는 태국의 북쪽 도시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보냈다.


우습게도 남아있는 사진이 30장이 채 되지 않는다.


대략 일 주일정도를 머물렀음에도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미누나는 아래 사진과 같은 캔(Can)으로 만든 모자를 샀으며, (저런 모자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미달누나는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겠노라고 빠이(Pai) 시가지를 온통 헤집고 다녔으며, (매일 실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그 곳에서 캄보디아인지, 베트남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블로그를 포스팅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밤 맥주를 마시고, 빠이(Pai)의 밤 거리를 쏘다니며 군것질을 하고, 다시 아무런 바(Bar)에 들어가 맥주를 마셨다.


오토바이를 두대 빌려 빠이(Pai) 주변을 돌아다녔고, 비가 내리거나 기름이 없어, 항상 유명한 관광지의 초입에서 돌아와야만 했었다.


결과적으로 우린 빠이(Pai)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다시 말하면 우린 빠이(Pai)에서 모든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낸 셈이다.




태국 메홍손 주에 위치하고 있는 빠이(Pai)는 그런 도시였다.


현지인들은 모두가 히피 생활 10년차 정도는 되는 그런 포스를 풍기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남자는 평범한 수준이다.




맞다.


우린 빠이(Pai)에서 꽤나 많은 사람과도 만났었다.


주로 현지인이나 태국 사람이었는데 한결같이 말하는 공통된 의견이 있었다.


"중국 여행자들 시끄러워서 싫어."


그리고


"가치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이 곳에 왔어."




어쩌다 중국과 인연을 맺고나서부터, 타인이 중국을 욕보이면 나도 발끈하는 경향이 생겼지만 중국 여행자들 아니 관광객들은 나도 그다지 반기는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가치있는 삶 (그들은 Quality란 단어로 가치를 표현했다)을 살기위해 이 곳에 왔다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아보였다.


웃을 때 이마에 주름살이 짙게 배이던 타투샾의 머리 긴 남자에서부터 저녁 술자리에 마구잡이로 끼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5개 부류의 인종에 대해 설명하며 미달누나의 머리를 땋아주던 지코 바의 사장 지코 등.




방콕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그 곳은 너무 복잡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 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빠이(Pai)는 그런 도시다.


작지만 아름다운 온 동네가 히피같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서부터,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 그림을 파는 사람들. 담배를 질겅질겅 씹으며 음식을 서빙하는 드레드락 헤어를 가진 남자에서부터 그 모습을 보기위해 찾아온 우리같은 여행자들이 한데 엉클어져 비틀거리며 돌아가는 도시.


분명 위태로울 정도로 비틀비틀 대고 있지만 그 도시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건강하게 지속되고 있었다.



난 앞으로도 빠이(Pai)가 그렇게 자유롭고 가치있는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내 수많은 꿈들 가운데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빠이(Pai)에 별장 짓기"




-히피들의 도시 빠이(Pai)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