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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훼이싸이-치앙라이) 라오스 태국 국경 넘기

by 빛의 예술가 2013. 9. 16.


긴팔 원숭이 체험(Gibbon Experience)을 마친 우리는 수미누나와 문연이가 기다리고 있는 태국의 치앙라이(Chiang Rai)까지 쉬지 않고 가기로 한다.


내 세계일주가 시작된 곳.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가 시작점이겠지만, 세계일주 중 처음으로 방문했던 나라는 태국인 것이다.


미달누나와 수미누나를 만났던 곳, 다시 그 나라로 들어간다. 



미달누나와 난 라오스를 벗어난다는 생각에 남김없이 라오스 화폐를 탕진(?)했다.


워낙 꼼꼼한 우리 둘(?)이라 마지막 날에도 남긴 돈이 별로 없었지만, 그 마저도 생과일 주스를 두 잔씩 마셔가며 탈탈 털었다.


계산상 필요한 돈은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 사이를 흐르는 강을 건너는 비용 뿐이었다.


그 돈만 남겨둔 채로 말이다.




그런데 젠장!!


라오스를 출국하기 위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10,000킵 또는 1달러를 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물론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었지만 그 마저도 우리 수중에는 없었다.


결국 피눈물을 흘리며 태국으로 입국했을 때 조금 남아있던 바트로 출국세를 낸다.



라오스 훼이싸이(Huay Xai)와 태국 치앙콩(Chiang khong)을 잇는 보트 티켓 부스다.


가격은 40바트 혹은 10,000킵을 내면 된다. 물론 달러도 받는다. 


1불이다.


도하에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가량이지만, 라오스를 떠나 문명 국가(?)로 향하는 우리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태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맥도날드와 KFC여.. 내가 간다.


네덜란드 누나도 얼떨결에 우리와 함께 치앙콩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그렇게 보트로 강을 건너면 태국쪽 국경 사무소가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중국 여행자들 뒤에 줄을 서 태국 입국 스탬프를 다시 받는다.


그리고 수미누나와 문연이가 기다리고 있는 치앙라이(Chiang Rai)까지 가기 위해선 택시를 타고 치앙콩 버스정류장까지 이동 후 버스를 타고 가야했다.



치앙콩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비용은 30바트



치앙콩에서 치앙라이로 가는 버스 시간표는 위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던 중 발견한 문명의 흔적


편의점이었다.




라오스에서는 단 한 군데의 편의점도 찾을 수 없는데, 보트를 타고 5분 정도 강을 건너자 바로 편의점이 보이는 나라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편의점안은 에어컨이 쌩쌩 가동되고 있었다.


미달누나와 나는 콜라와 물을 사는 척 하면서 계속해서 편의점 안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라오스에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에어컨이다.


우린 더운 날씨에 시원해하며 편의점 안에 계속 서 있었다.


그리고 난 벌써부터 라오스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없어 쨍쨍하게 내리쬐는 태양볕을 그대로 감싸안은 대지에서 뿜어나는 열기가 온 방 안에 묻어나는 그 게스트하우스가 그리웠고,


냉장고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물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찾아갔던 조그마한 구멍 가게며,


생선 비린내가 가득한 트럭을 타고 비포장길을 10시간 가까이 넘어 국경을 이동했던 일이며,


60m나무 위 남겨두고 온 내 집이 다시 보고싶어졌다.



문명이란 것은 언제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명 이전의 삶.


그 것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라오스는 내게 그런 나라였다.


그런 단상을 태국의 작은 도시, 치앙콩 버스터미널 옆 세븐 일레븐에서 했다.




버스는 달리고 우리는 치앙라이까지 무사입성했다.


와이파이존을 찾기 힘들어 미달누나와 난 숙소를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숙소가 보이지 않는다.


치앙라이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지 않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수미누나와 문연이를 찾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와이파이를 사용하겠노라고 얘기하며 메신저를 켜는 찰나 소리가 들렸다.


"형~~ 누나~~"



반가운 문연이 목소리였다.


어떻게 연락하지도 않았지만, 이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문연이가 반가워 한참을 끌어안고 있긴 개뿔, 바로 밥을 먹으러 갔다. -_-


그랬다. 


인간의 생에는 사람보다 밥이 조금 더 중요한 시간이 찾아오는 법이다.




이미 이 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그들을 따라 치앙라이 나이트 바자까지 찾아간다.


어마어마한 먹거리가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 태국에 왔구나.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온갖 종류의 팟타이며, 갖가지 튀김, 그리고 맥주까지.


모든 것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린 치앙라이의 라이브 바에서 당구를 치고 맥주를 마신다.


먹는데 정신이 팔려 잠깐 잊고 있었던 그 것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다.




난 오늘 국경을 넘었다.


세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를 일렬로 세우면 앞의 어디엔가 서 있을 라오스란 나라에서,


세상에서 가장 향락적인 나라중 하나인, 태국으로.



사방을 바라봐도 끝도 없는 나무들이 진열된 숲 속. 잠에서 깨어나, 빌보드 싱글 차트가 울려퍼지는 외딴 도시의 라이브 바로 이동했다.


고작 보름정도 체류했던 라오스의 여행기는 이게 끝이다.



이 블로그에 쓰지 못한 일들이 더 많았던 나라.


물론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겠지만, 내게 항상 많은 질문을 던지던 나라.


고작 도시 하나를 이동하는데 100번도 넘게 정차하는 버스에 짜증을 냈던 나라.


비포장 도로에 몸이 익숙해져버린 나라.


우리나라와 애처롭게도 닮아있는 나라.


라오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