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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꼬따오) Dive to the blue(상)

by 빛의 예술가 2013. 9. 28.


심있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난 오늘 블로그 스킨을 바꿨다.


HTML과 CSS에 대한 약간의 지식도 전무한 내게 스킨을 바꾸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다.


덧붙여 예전에 업로드 했던 사진들의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는 처참한 현실과 조우할 수 있었다.


예전에 조금 열심히 배울걸, 하는 후회가 든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도 데이터를 통해 알고 있지만,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으로 이 블로그 접속하는 무리들.


거의 없다 -_-




우리나라가 모바일 강국이라 그런지, 내 글을 읽는(혹은 스크롤만 하는) 사람들의 8할은 핸드폰으로 이 블로그 접속한다.


블로그로 접속할 때는 모바일 스킨이 따로 적용된다.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뭐가 바뀌었는지 전혀 모를터이니, 신세한탄은 그만하고 여행기를 적어내려간다.


이번엔 바다 속이다.




위 사진은 가로 1,000px


아래부터는 업로드를 잘못하여 900px다.


이제부터 모든 사진은 가로 1,000px를 유지하겠다.




각설하고, 우린 태국의 남쪽 섬 꼬따오(Koh tao)에 도착한다.


이 곳은 세계 3대 다이빙 포인트(Diving Point)중 한 곳이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다이빙 샾과 리조트가 즐비해 있는 섬이기도 하다.


아마도 당신이 이 곳을 방문한다면 하선하자 마자 그 그 명성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팻말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리조트와 다이빙 스쿨을 겸하고 있는 곳으로, 지금부터 마음에 드는 리조트 이름을 골라서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이 섬을 찾은 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역시 웹서핑을 통해 '부다뷰 리조트'라는 곳을 선택했었다.


스쿠버 다이빙이란 것은 바다 속에서 자칫 실수하면 위태로운 사고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알아봐야할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연 그 리조트가 제대로 된 교육 기관인지, 면허는 받았는지, 강사의 평은 어떤지,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강사는 존재하는지 등의 사전 조사 작업을 거쳐야 한다.


물론 우리가 '부다뷰 리조트'를 선택하게 된 것은 단순히 최저가이기 때문이었다. -_-



-3일 전-


미달 : "아니야- 친구가 그랬는데 그거보다 더 싼거 있댔어. 빨리 찾아봐"


나 : "한국어로 강의해주는데는 다 찾아봤는데, 이거보다 싼 가격 없어요."


수미 : "음.. 여기 괜찮을거 같은데? 한번 전화해보자"


미달 : "아니야!!!!! 더 싼데 있대니까!!!"


나 : "음.. 어!! 다른데 찾았는데, 여기 엄청 싼데요?? 왜 이렇게 싸지? 야매로 알려주는거 아니예요?"


미달 : "거봐- 있대니까.. 빨리 예약하자"




그랬다.


미달누나는 이 곳이 어딘지 보지도 않고 예약을 하라고 성화다.


이 때는 부다뷰 리조트 한국인 팀 특별 할인 행사가 있는 기간이었고, 이집트 '다합'을 제외하면 세상에서 이 가격보다 더 쌀 수 없는 가격에 우린 예약을 마쳤다.




부다뷰 리조트에서 보내준 픽업 트럭을 타면 선착장에서 리조트로 직행이다.


그리고 이 때 처음 알았다.


숙소를 정해놓고 여행하면 편하구나.



우리가 숙소를 정하지 않고 이 섬에 도착했다면 분명 마녀 누나들은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를 이동하자 마자, 숙소에 들어갈 수 있고, 백팩을 벗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어마어마하게 행복한 것임은 이 때 깨달았다.



미리 연락해둔 강사님이 마중을 나오시고, 우리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를 기다린다.


그 때 들리는 강사님의 음성


"아- 여기 커피는 무료예요, 그냥 드시면 되요"


우린 번개같은 속도로 뛰어가 커피를 탄다.


내가 그 틈에 끼어있었으니 망정이지, 그 광경을 객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아주 가관이었을 것이다.


12시간이 넘게 이동해 꾀죄죄한 얼굴에, 그건 둘째 치고라도 한국인이라고 믿을 수 없는 피부색과, 공짜 커피란 소리에 번개처럼 움직이는 우리를 보면서 말이다.




그렇게 우린 커피를 마시며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다.


그리고 문연이는 마녀 누나들에게 어떤 협박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자격증을 따기로 한다.


역시 여행 중에는 동행을 잘 만나야 한다.


불쌍한 문연이.. 




우린 장 시간의 이동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일단 무언가를 먹기로 한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자마자 리조트 옆의 식당으로 달려가 끼니를 해결한다.


그제서야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린 아침식사를 하고 멍청히 바다를 보며 앉아있었다.


이게 내 세계 여행 중 처음으로 보는 바다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렇다.



첫 날은 달콤한 낮잠을 자고 스쿠버다이빙 이론의 기초같은 것을 학습하더니 바로 시험을 본다.


난 시큰둥하게 제대로 듣지도 않았는데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시험은 크게 긴장되는 일이지만 내겐 아무것도 아니었다.


'못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잘 보면 좋은 것이다.'



그 망할 무긴장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이어졌던게 내 인생의 오점이라면 오점이다.




시험을 본다고 해놓고서 시험지를 나눠주신 후 강사님은 웃으며 나가신다.


그랬다.


졸린눈으로 시청각 교육과 이론교육을 듣던 우리 다섯에게 (마녀 누나 둘+문연+나, 그리고 한국인 여자 한 명이 더 추가 되었었다) 이건 오픈 북 시험임을 깨닫게 한다.


게다가 우린 열띤 토론(?)을 하며 시험을 본다.


스쿠버다이빙 이론 교육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재 시험을 봐야하지만, 당연히 우리들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게 집단 지성의 힘이구나!'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간다.


10시간이 넘는 이동에, 예상치 못했던 시험이란 적을 만난 우리는 저녁을 먹자마자 곯아 떨어진다.


저 멀리 파도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좋다.


계속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며 순식간에 잠에 든다.




다음날은 본격적으로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연습 & 실제 다이빙을 한다.


오전에는 수영장에서 기본적인 수신호와 부력조절 등의 교육을 행하는데, 사진이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


당연히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 장도 없는 것이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진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전무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바다로 들어간다.



리조트 옆에 보이는 바다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리조트에서 트럭을 타고 처음에 이 섬에 도착했던 선착장으로 가면 리조트의 배가 있다.


대단하다.


이 섬 대부분의 리조트는 배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감탄하는 것도 잠깐, 배를 타고 2,30여분을 달려 첫 다이빙 포인트를 만난다.





우리가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지도와는 달리,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저지도가 있다.


그리고 그 해저 지도를 보고 다이빙을 하는데, 그 것 부터가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가 접하는 지도는 지구의 70%이상을 채우고 있는 바다를 오로지 파란색으로 표시할 뿐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보는 지도는 달랐다.


그 파란색으로 표시된 바다 안의 지형을 일일이 표시하고 있는 생전 처음 보는 지도였다.


그렇게 신기해하고 있노라니 강사님들이 우리를 부른다.


여기서 첫 다이빙을 한단다.


그 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울리던 배의 모터소리가 꺼진다.


어딘가 줄을 묶어 정박한 것이다.




다양한 리조트에서 소유하고 있는 여러척의 배들.


모두 해저 어느 지점에 앵커를 밖고 시동을 끈 채 바다에 두둥실 떠 있었다.


그리고 우린 이렇게 생긴 갑판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난 예전에 물을 무서워 했었다.


가장 최근의 일을 기억하자면 24살 때 필리핀의 어느 작은 섬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힘이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때 친구 인석이가 내 뒤로 다가와 나를 밀어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난 세계일주는 커녕 저승 일주를 먼저 했을 것이다.


그 밖에 꼬꼬마 시절, 명절 때 찾아갔던 시골집 근처 어느 논두렁에서 스케이트를 타다 얼음이 깨지며 물에 빠진 기억이 있다.


역시 꼬꼬마이던 우리 누나가 나를 구하겠답시고 함께 물에 빠졌는데(?) 꼬꼬마 누나는 물에 빠진 나를 구하진 않고 함께 허우적 대던 기억이 난다.



그게 싫었었다.


난 왜 수영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까?


아마 도시에서 귀하게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7살 때부터 수영 학원에 다녔었다.


칼퇴근을 할 수 있는 좋은 회사였기 때문에 오후 8시 수업을 꼬박 꼬박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점점 난 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이젠 어느 곳에서든 수영을 할 수 있게끔 변했다.




강사님이 알려준 대로, 왼손으로는 마스크를 꽉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버클을 잡은 채 배 위에서 한 발 크게 내딛으며 물에 풍덩하고 빠진다.


구명 조끼와 일맥상통한 장비 BCD의 부력을 채우고 바다에 두둥실 떠 있노라니 그 먼 기억이 떠올랐었다.


그렇게 다섯명이 모두 바다에 둥실 뜨고, 편의상 나눈 여자팀은 먼저 줄을 잡고 BCD의 부력을 빼며 바다로 들어간다.



남자팀은 문연이와 나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이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문연이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입수할 때 물을 먹어 긴장을 한 상태였다.


난 녀석이 긴장을 한지, 아닌지 몰랐지만 강사님은 한 눈에 그게 보였나 보다.


계속해서 물 위에서 문연이를 진정 시키고, 우린 조류에 쓸려 두둥실 배 주변을 맴 돌았다.


"자꾸 이러면 위험해요, 긴장 풀고, 천천히 숨 쉬세요"


조류는 바다에 떠 있는 우리를 자꾸 배 쪽으로 몰아 세웠고, 난 가까스로 손으로 배를 밀며 버티는 중이었다.


해저 어딘가에 앵커를 박아 부표로 띄워놓은 줄은 이미 저 멀리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강사님은 시계를 보더니 줄은 포기하고 그대로 입수하자고 말한다.


"손 꼭 잡으세요"


그렇게 한 손은 강사님을 잡은 채로 BCD의 부력을 빼자 내 몸은 새파란 남국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니 15분 여가 흘러 있었다.


산소통을 확인하자 이미 70%이상을 소모한 것이다.


내 인생 처음으로 바다 속으로 들어간 날.


모든 것이 달라 보였으며, 아름다웠다.


어줍잖은 내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다 속은 아름다웠다.




그렇게 다시 배 위로 올라탄다.


짙푸르게 빛나는 남국의 바다가 새롭게 보였다.


분명, 이 곳에 뛰어들기 전과 지금 모든게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바다 속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생각하며 우린 두 번째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리조트 소속의 배는 다시 시동을 걸고, 경쾌한 모터소리를 내며 물살을 내가르기 시작했다.




Dive to the blue(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