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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다즐링) 안개 속의 도시 다즐링(Darjeeling)에 가다 (1)

by 빛의 예술가 2013. 11. 22.



사실 내가 인도 북부지방, 정확하게는 웨스트 벵갈(West Bengal)주에 위치해있는 도시 다즐링(Darjeeling)으로 발길을 옮긴 이유는 단순했다.


더위에 지쳤기 때문이다.


두 달을 넘게 적도 주변의 나라를 돌고 인도 콜카타(Kolkata)에 도착하는 순간 러시아(Russia)로 루트를 바꿔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이다.


인도 가이드 북을 어깨에 메고 인도차이나 반도를 한바퀴 돈 후 여기까지 가지고 왔지만 읽지 않았다.


다시 가이드 북을 배낭 깊숙히 구겨넣고 지도 한 장을 달랑 펼쳐 어디로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 익숙한 이름 다즐링(Darjeeling)이 보였다.


'다즐링? 차로 유명한 도시 아냐? 위도와 경도, 고도로 파악컨데, 콜카타보단 시원하겠군! 가서 다즐링 차나 마셔야겠다'


그래서 출발했다.




지난 여행기에 이어 난 두 배낭과 함께 무사히 콜카타(Kolkata)에서 뉴 잘패구리(New Jalpaguri)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기 1시간 전쯤 있었던 일이다.


짜이 파는 아저씨에게 10루피(약 200원)를 건네고 1층에 앉아 짜이를 홀짝이던 중 흘끗 봐도 일본 사람처럼 생긴 사람이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젠 보지 못했는데, 아침이 되니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듯이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말을 건다.


"곤니치와"


아직 도착까지는 1시간이 남았기에 말동무라도 삼을 겸 '곤니치와'로 답해준다.


그랬더니 솰라솰라 일본어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절반 정도는 알아들었지만, 나머지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순순히 내 정체를 밝힌다.


"나 한국 사람이야. 다즐링 가는거야?"


일본 남자는 흠칫 놀라더니 그렇다고 답한다.


난 내 잘생긴 얼굴이 어딜 봐서 일본사람처럼 보이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난 그런 고급 일본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둔다.


"다즐링 갈 때 같이 갈 수 있을까?"


남자가 내게 묻는다.


내가 답한다.


"Why not"


그렇게 난 '키무라'라고 자기 이름을 소개한 일본 남자와 함께 다즐링까지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기차는 비명을 질러대며 뉴 잘패구리(New Jalpaguri)역에 도착한다.





인도 콜카타(Kolkata)에서 다즐링(Darjeeling)으로 가는 직행 열차/버스는 없다.


뉴 잘패구리(New Jalpaguri)역에서 하차, 실리구리(Siliguri)까지 택시/도보/릭샤등으로 이동해서 다즐링(Darjeeling)행 합승 지프를 타는 방법이 있고,


뉴 잘패구리(New Jalpaguri)역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즐링(Darjeeling)행 합승 지프를 바로 이용할 수도 있다.


2~3년 전까지는 뉴 잘패구리(New Jalpaguri)역에서 다즐링(Darjeeling)역까지 운행하는 협궤열차(토이 트레인)가 있었는데, 현재(2013년)는 운행하지 않는다.


가는 방법은 오로지 합승 지프를 타는 것 뿐이다.





키무라와 나란히 역전으로 나아가니 아니나다를까 합승 지프 기사 30명이 우릴 보고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10초도 되지 않아 우리 둘은 기사들에게 둘러싸인다.


기사들은 어줍잖은 일본어에서부터, 영어, 각종 힌디어가 난무하며 "다즐링", "다즐링"을 외쳐대기 시작한다.


난 씨익 웃으며 한 사람을 가리키며 묻는다.


"너 얼마에 해줄건데?"


200루피를 부른다.


아무래도 200루피가 시작 가격인가 보다.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넌 얼마에 해줄건데?"


그때부터 기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180루피라고 말한다.


난 또 다른 사람을 지목한다.


"넌 얼마에 해줄건데?"


그렇게 난 역경매를 시작했다.


기사들이 보기에 내 모습이 악마같아 보였겠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미달&수미 마녀누나들이 어디선가 내가 흥정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야 문!! 그거밖에 못 깎냐!!'



200루피(약 3.2USD)에서 시작한 가격을 150루피까지 다운 시켰다.


눈치껏 둘러보니 합승 지프는 사람이 꽉 차야 움직이는 시스템이었다.


다시말해 합승 지프의 정원이 10명이라면, 10명이 채워지기 전 까지는 출발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제 150루피라는 가격으로 바로 출발할 수 있는 기사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넌 언제 출발할 수 있어? 넌? 넌 언제? 넌?"




나의 악마같은 모습에 기사들이 하나 둘 씩 멀어져가는게 보였다.


'저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되는데, 내가 너무 잔인한건가?'라고 죄책감을 가지려던 찰나 혜성같이 나타난 한 기사가 내 옆에 달라붙어 속삭이기 시작한다.


'너희 두 명이지? 두 명 채우면 바로 출발이야. 지금. 150루피 해줄게'


"콜!"



그렇게 키무라와 난 합승 지프에 올라탄다.


분명 우리나라 모 자동차 브랜드에서 만드는 지프와 비슷한 크기인데 기사 포함 11명이 탑승한다.


기사포함 앞좌석 3명


중간 좌석 4명 (헐!)


뒷 좌석 4명 (헐!!)


이렇게 타는 것이다.



당연히 어깨를 빼서 타야하고, 어깨를 뺀다해도 옆에 앉은 사람과 서로 가슴팍을 부대끼며 가야한다.


몇 시간이 걸리냐고 물었더니 3~5시간이 걸린단다.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다즐링은 해발고도가 2,0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고산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름모를 현지인들과 나란히 몸을 맞댄 채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낑낑대고 있으려니 지프가 출발한다.


먼저 실리구리(Siliguri)를 경유한 후 계속해서 산길을 올라가는 식이다.




다즐링(Darjeeling)으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 딱 한번 정차했는데, 난 콜라를 마시며 아직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하필이면 뚱뚱이 아저씨가 내 옆자리에 앉아 허리가 반쯤 꺾인 채로 1시간 반 정도 산길을 달려왔기 때문이다.



슬쩍 봐도 '일본인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비쥬얼의 키무라

수염이 듬성듬성 나있지만 저래뵈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였다.


다즐링(Darjeeling)으로 향하는 합승 지프가 주욱 서 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우기 때 다즐링(Darjeeling)을 방문한다면 배낭 레인 커버/캐리어 커버를 꼭 씌우는 것이 좋다.


비가 많이 내린다면 레인 커버도 무용 지물이기 때문에 큰 비닐봉지로 배낭이나 캐리어를 통째로 감싸는 편이 좋다.


'대체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사람들을 위해 말하자면 짐을 차 안에 싣지 않기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지프 위쪽에 모든 짐을 올리고 천막으로 한번 감은 후 비내리는 산 속을 주행한다.


다즐링(Darjeeling)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레인커버를 씌웠음에도 불구하고, 다즐링에 도착해보니 배낭에서 물이 줄줄 떨어졌다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더 슬픈 이야기도 있다.


결국 배낭에서 모든 옷을 꺼내 방 안에서 말렸지만, 일 주일 내내 그 젖은 옷가지가 마르지 않더라는 것.


그게 우기의 다즐링(Darjeeling)이다.




힘겹게 끙끙대는 나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지프는 산길을 지그재그로 달린다.





계속 달리다보면 여러개의 마을을 지나간다.


이 작은 마을은 다음에 차차 소개하도록 하고, 지나가도록 하자.



그렇게 4시간정도 달렸을까?


우린 다즐링(Darjeeling)에 도착했다.


인도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티벳(Tibet)난민들이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북부지방으로 대거 이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도 맥그로드 간즈(Mc Leodganj), 레(Leh), 마날리(Manali)가 그렇고, 이 곳 다즐링(Darjeeling)도 그런 식이었다.


덕분에 인도 음식이 아닌 티벳음식을 맘껏 맛볼 수 있다는 얘기도 잊지않고 해준다.



물건을 사는 척 하며 개를 피하는 키무라.


눈에 보일 정도로 개를 무서워하길래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라오스(Laos)를 여행할 때 광견에게 물렸기 때문이란다.


혹시나 하는 맘에 그 곳이 사바나켓이 아니냐고 물어봤더니 토끼눈을 하며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는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한 밤중에 미달&수미누나들과 그 곳에 떨어졌을 때 미친 개들 짖어대는 소리가 아직 귀에 생생하니까.


어쨌든 그 때부터 개가 나타나면 난 키무라 앞을 막아서고, 녀석은 내 뒤에 숨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우리 둘은 개를 피하며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산길을 30분 정도 올랐을까 (아무 정보도 없이 찾아간 그 곳은 정말 멀었다) 사람들이 알려준 숙소 밀집 지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텐징 노르게이 길에 위치한 숙소촌이었다.


몇 군데 가격을 물어본 후 300루피에 싱글룸을 주겠다는 숙소로 결정!


이름은 Tower View Guesthouse다.


그리고 사진!



콜카타의 수용소같은 싱글룸이 200루피였는데, 이런 멋진 산장같은 방이 300루피라니!!


침대가 조금 눅눅하긴 했지만, 나에겐 돗자리와 침낭이 있었다.


게다가 화장실은 눈물날 정도로 깨끗했다.


콜카타의 폐허같은 화장실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문을 열자, 이런 화장실이 나타났다.



깨끗깨끗


지금보니 감흥이 조금 덜하지만, 그 당시에는 화장실 옆에 침낭을 깔고 자도 안락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깨끗하게 느껴졌다.


'역시 여행자는 콜카타(Kolkata)에 가봐야 한다.'


그런 류의 잡생각을 하며.




그리고 키무라와 함께 먹은 점심 탈리!!


오른손을 사용해 밥을 먹는 인도인 코스프레를 하다보니 그게 익숙해져 버렸다.


게걸스럽게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계속 한다.


녀석은 내일 친구가 이 곳에 오니 숙소를 옮기겠다고 말했지만, 난 이 곳에 남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에서 녀석의 정체가 궁금해진 난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특히 뽀얀 피부에서 여행을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얼마나 여행을 했냐고 묻자 믿을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도차이나 반도 1년 돌고, 바로 인도 여행 시작하는 거야."




내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한바퀴 크게 돌았던 인도차이나 반도를 1년 씩이나 돌고 또 인도를 여행한단다.


게다가 아직 학생이었다.


어디서 여행자금을 구했냐고 물어보니 아르바이트를 했단다.


그런데 피부가 왜 그렇게 뽀얗냐고 물어봤다.


씨익 웃으며 원래 잘 안타는 체질이라고 말한다.



미스테리한 녀석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녀석은 영어를 못했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지??'




그리고 난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다즐링(Darjeeling)이란 도시가 그 녀석을 닮아 있음을.


다즐링(Darjeeling)을 떠날 때 난 그렇게 생각했었다.


'뭐 이런 도시가 다 있지??'




그리고 지금부터 다즐링 여행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