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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다즐링) 안개 속의 도시 다즐링(Darjeeling)에 가다 (2)

by 빛의 예술가 2013. 11. 26.


2013/11/22 - [다같이 돌자 지구 한바퀴/■아시아] - (여행기/다즐링) 안개 속의 도시 다즐링(Darjeeling)에 가다 (1)



1.여기서 칸첸중가(Kanchenjunga)가 보여요?


조금씩 흩날리던 빗방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새하얀 안개가 서린 날씨에 사뿐히 흩날리는 가랑비가 다즐링(Darjeeling)의 운치를 더하고 난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 안에 걸려있던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고작 사진일 뿐인데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칸첸중가(Kanchenjunga)였다.



산에 대한 애정이 없는 보통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쉬이 들어봄직한 이름이다.


초모랑마(혹은 사가르마타, 에베레스트), K2에 이어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 칸첸중가(Kanchenjunga)이기 때문이다.


대체 이 사진이 왜 이 방에 걸려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간다.


물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 다즐링(Darjeeling)은 희뿌연 안개와 흩날리는 가랑비로 인해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날씨였기 때문이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리셉션에 앉아있는 어려보이는 인도인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왜 내 방에 칸첸중가 사진이 걸려있어?"


어려보이는 여자는 부끄러워하더니 옆에 앉아있는 (역시나 어려보이는)남자에게 힌디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남자에게 다시 한번 질문한다.


"왜 내 방에 칸첸중가 사진이 걸려있어?"


남자가 대답한다.


"네 방에서 칸첸중가를 볼 수 있어"




그때 느꼈던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살아 생전 칸첸중가(Kanchenjunga)를 보게되다니, 그 압도적인 거대함과 조우하게 된다면 무슨 생각이 들지 벌써부터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나는 숙소 주변을 탐험하기 위해 밖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추웠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방수 재킷을 입는다.


그렇게 따뜻해진 나는 숙소 주변을 탐험하기 위해 밖으로 다시 발걸음을 향한다.





2. 안개 속에서 동행을 만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 시야가 확보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비가 내리면 안개가 조금이나마 걷히는 것이다.


내가 숙박하고 있는 타워뷰 게스트하우스(Tower View Guesthouse)는 산자락에 위치해있다.


다즐링(Darjeeling)시내는 기차역에서 가깝고, 산 위로 10~15분을 오르면 초우라스타 광장이 펼쳐진다. 그 광장에서도 5~10분을 더 걸어야 숙소가 나오는 것이다.


오늘은 첫날이기 때문에 초우라스타 광장에 뭐가 있는지 확인할 겸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또 안개다.


온통 안개가 피어올라 모든 것이 몽환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안개 넘어로 칸첸중가가 보인단 말이지?'


그랬다.


난 다즐링(Darjeeling)이란 도시에서 칸첸중가(Kanchenjunga)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이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되자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서 이 안개가 걷혀 칸첸중가를 빨리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식의 욕심을 부리며, 몽환적인 거리를 걷기 시작한다.




다즐링(Darjeeling)은 조용하고 몽환적이며 많은 것이 누락되어 있는 도시였다.


흩날리는 실비 속으로 듬성듬성 서 있는 건물도 희뿌옇게만 보였고, 솟아있는 나무들도 그 싱그러운 녹음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저 멀리서 걸어올 때는 유령이 걸어오는 것 처럼 으스스했지만, 점점 내게 가까이 다가올 수록 특유의 색깔을 찾기 시작했다.


아름다웠다.


헤어날 수 없는 안개에 갇힌 채, 빛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 있다면 무대는 다즐링(Darjeeling)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며 계속해서 걷기 시작한다.





초우라스타 광장에 다다르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내 시선을 끈 것은 머리 끈을 이용해 짐을 이고가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트럭이 올라갈 수 있지만, 다즐링(Darjeeling)은 지리적 입지상 계단이 많은 도시였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이 짐을 머리에 이고 배달해주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가장 많이 배달하는 것은 부탄가스.


요리를 할 때나 난방을 할 때, 부탄가스를 이용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맥주를 살 수 있는 와인 샾 위치를 파악해 두고(인도는 일반 수퍼마켓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 English wine shop이라고 적힌 주류 판매소가 따로 존재한다)


음식이 꽤나 맛있어보이는 집 몇 군데를 보고 다시 숙소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안개는 소리마저 앗아간 듯 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많은 것이 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거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한국 분이세요??"


돌아봤다. 앳되보이는 여자였다.


"아... 아니구나.. I'm sorry bye~"


그리고 뒤로 돌아 걸어가버린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대체 왜 나를 보고 한국 사람이 아닐거라고 생각하는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다.


"저!! 한국사람 맞는데요..."






그렇게 난 연진누나와 만나게 된다. (사실 이 때는 누나인 줄 몰랐다.)


누나는 인도 시킴(sikkim)주에 가기 위해 하루 종일 헤매다 결국 차를 놓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머물던 방에 내가 체크인 해버렸던 것이다.


"어쩌죠??"


"어쩌긴 뭘 어째요, 전 벌써 체크아웃 했는데요.. 내일 다시 방 옮기던지 해야지요"


"참 내일 제 일본 친구가 체크아웃 한댔는데, 그 방으로 가시면 되겠네요"


"아 그래요?? 아 잘됐다."




그렇게 연진누나를 만나고 방에 돌아와 하염없이 창 밖을 보기 시작한다.


주문을 외우며 말이다.


"안개야 걷혀라. 안개야 걷혀라. 칸첸중가 좀 보자."




칸첸중가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로비에서 저녁을 먹고 있으려니 연진누나가 나타나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저기요~ 한 가지 부탁할게 있는데요"


"네 말씀하세요."


"혹시 산책같은거 좋아하세요?? 산책하고 싶은 길이 있는데 혼자 가긴 무서워서요"


"아 그래요? 그럼 같이 가요"



그렇게 우리는 내일 아침 산책을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우기의 다즐링(Darjeeling)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녀에게 뭐라 해선 안된다.


이건 작업성 멘트가 전혀 아니라, 비내리고 안개 낀 이 곳은 정말 으슥했기 때문이다.


대략 이런 분위기다.




이 정도는 굉장히 맑은 편이란게 함정이다.




우린 이름모를 산길을 걷고 공원까지 올라갔다.


저 멀리 시바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 시바!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으스스하다.


오.. 씨바..




시바의 상징인 삼지창과 함께 포악한 사자를 방석삼아 앉은 시바상이 서 있었다.


"누나!! 여기 좀 으스스하네요. 돌아갈까요?"


"네~ 그래요"



공원은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3.산책


안개는 쉼 없이 피어오르고, 안개가 조금 걷힐 때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개는 비를 맞아 추욱 늘어진 털을 계속해서 털어대고 있었으며 비가 멈춘 상태라도 사람들은 계속 우산을 쓰고 다녔다.


연진누나는 계속해서 비에 젖은 강아지들에게 먹을 걸 던져주고 걱정을 했는데, 알고보니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제가 여기 혼자 오기 전에 일행이랑 계속 같이 다녔었거든요. 그때 별명이 인도 개들의 어머니였어요"


내가 볼 때는 다 똑같이 생긴 개들인데, 그녀에게는 다른가 보다.


저 노란 강아지는 더 귀엽고, 저 하얀 강아지는 조금 덜 귀엽고, 저 검은 강아지는 집에 데려가고 싶단다.


그 모습이 우스워 웃고 있노라니 다시 안개가 찾아들었다.





하루 사이에도 몇 번이나 안개가 걷히고 피어올랐다.


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억센 소나기는 내리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가랑비가 날리고 멈추기를 반복하는 날씨.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안개와 가랑비가 소리마저 앗아가버려 적막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맴도는 도시였다.


"그리고 이 안개가 걷히면 칸첸중가를 볼 수 있다."


낭만적이었다.


모든 것을 가려버린 이 안개 뒤에 지구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거대한 산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보고 싶었다.


며칠을 기다리면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이 적막한 도시에서 며칠만 더 머물며 칸첸중가(Kanchenjunga)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둘 째 날이 저물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