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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다즐링) 다즐링 근교 산책하기

by 빛의 예술가 2014. 1. 13.




"이번에는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볼래요?"


전날 다즐링(Darjeeling)아래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굼(Ghoom)의 산책길에 만족했던 우리는 더 아래쪽인 소나다(Sonada)라는 예쁜 이름의 마을로 산책을 가기로 한다.


사실 Kurseong과 Sonada 두 마을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도를 봤을 때 Sonada가 훨씬 작고 아담한 마을이리라 추정하곤 발길을 옮긴다.





다즐링은 당연하게도 비가 내렸다.


이 곳에 도착한지 나흘째인가? 한결같은 날씨에 이제는 시간관념도 무색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길을 내려가 촉 바자르(Chauk Bazar)쪽에 위치한 합승 지프 승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 아래의 마을(Ghoom, Sonada, Kurseong)로 가는 법은 쉽다.


목적지가 실리구리(Siliguri)행으로 적혀있는 합승 지프를 골라서 타면 끝이다.


요금은 거리에 따라 30루피부터 시작한다.


현지인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끼어가기 싫은 사람이라면 기차역까지 내려가 토이 트레인을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시간표는 전 포스팅을 참고하면 된다.







비는 하염없이 내렸지만 이 곳 사람들은 빨래줄에 널어둔 옷가지들을 방치해둔다.


처음에 이 광경을 봤을 때는 단순하게 '사람들이 게을러서 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비가 내리고 안개가 자욱이 가라앉는 이 날씨에는 방치가 최선이라고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실외는 24시간 비가 내려 100%의 습도를 기록하고 있었고, 믿기지 않겠지만 실내 역시 그와 다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 이 방치는 방치가 아니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이 모습은 건조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렇게 두어도 빨래는 마르더라.







길은 협궤 철로와 나란히 이어져있다.


폭이 채 1m도 되지 않는 조마조마한 철로를 따라가며, 그 바로 옆에 아슬아슬할 정도로 가깝게 지어진 집들을 지나친다.


다즐링(Darjeeling)에서 굼(Ghoom)까지는 대략 30분이 소요되고, 소나다(Sonada)까지는 3~40분 가량이 더 소요된다.


그렇게 우리는 한 시간정도를 달려 소나다(Sonada)에 도착한다.






이 곳에 동양인 두 명이 하차하니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다즐링(Darjeeling)이라는 유명 관광지 옆에 있지만,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을을 죽 둘러봤을 때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이 몇 개 정도 들어서있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여행자들이 아예 오지 않는 곳은 아닌 듯 했다.



"배고프지 않아요?"


-"네. 배고파요, 뭐라도 먹으러 가요"



그래서 찾은 식당이다.




이게 식당이야? 라고 반문할 당신들을 위해, 사실 당신이 소나다(Sonada)까지 왔다면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곳을 찾는다면 수퍼마켓에서 과자를 사 먹는게 나을 것이다.


나야 미달&수미누나들의 훈련을 통해 길바닥에 떨어진 음식도 무리없이 집어먹을 수 있는 인간이었지만, 연진누나가 조금 걱정이었다.



'식당 외벽에 저렇게 이끼가 끼어있을 정도인데, 이 사람이 들어가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그런 걱정에 콧방귀라도 끼듯 누나는 앞장서서 성큼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물 때가 지저분하게 묻어있는 물통이 놓여있는 탁자에 앉는다.


"뭐 먹을까요?"


연진 누나는 메뉴를 질문하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주인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지금 뭐 먹을 수 있어요?"







그제서야 웃음이 났다.


그녀 역시 여행자였던 것이다.


여행에 등급을 매길 수 있다면 나보다 한 수 위의 여행자였다.


애초 이런 식당에 메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내가 부족한 것이다.


그렇게 쓰게 웃으며 모모(만두의 일종)를 먹는 순간 정신이 번쩍하고 깼다.


'열라 맛있다!!'



누나를 봤다.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별 다른 말 없이 모모를 한 접시 더 주문하고, 또 한 접시 더 주문했다.


인도 북부지방을 2달간 여행하며 맛봤던 모모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모모 맛집이다.


참, 재료는 버팔로(Buffalo)이니 버팔로 애호자들은 출입을 삼가할 것을 권유하는 바이다. (저렇게 지저분한 곳에서 뭘 먹어? 라고 생각하는 당신도 가지 마라)


위치는 소나다(Sonada)기차역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바로 오른쪽 골목에 위치해 있다.


상호명은 Tamang Restaurant이다.



어느정도로 맛있느냐면, 본인이 만두의 본고장 중국에 거주할 무렵, 중국 최고의 만두 집을 찾겠다며 홍콩, 마카오, 본토를 불문하고 돌아다니며 찾았던 최고의 만두보다 더 맛있다.


진짜다.


(별 의미는 없지만, 중국 최고의 만두 집은 홍콩에 있다)








그렇게 배불리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연진누나는 내게 후식을 먹자고 제안했다.


"스위트 좋아해요? 저거 맛있게 생겼는데!?"


난 아침을 챙겨 먹은 것도 충분한데, 무슨 설탕 덩어리를 또 챙겨 먹냐고 대꾸하려 했지만 누나의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보며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 먹으러 갔다.










스위트와 짜이


혹시 이 곳에서 인도 최고의 짜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리 맛있는 짜이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제목이 다즐링 근교 산책인데 왜 먹는 얘기 밖에 없느냐고 항의할 당신들을 위해, 이제부터 산책이 시작 된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후식도 먹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밖으로 나온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길로 주욱 걸어가면 차 밭(Tea garden)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 외에도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산골 마을의 경치를 한 껏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다즐링(Darjeeling)을 여행한다면 꼭 한번쯤 들러볼 가치가 있는 마을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말은 통하지 않지만), 날씨는 선선했으며, 고요한 안개에 잠긴 마을은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우릴 반겼다.






약 2시간 가량 걸었을까?


동화 속의 마을 뒤로 다즐링 차 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내려 일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다즐링 차 밭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시야가 닿는 곳의 끝에는 차 밭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차 밭에 가본 적이 있었다.


보성 녹차밭이 그 곳인데, 사실 다즐링(Darjeeling)의 차 밭과 규모로 비교할 수는 없다.


최소 1,000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곳은 산맥 전체가 차 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거대한 차 밭 사이를 가로지르며 하염없이 걷는다.


우기의 다즐링, 그리고 다즐링 근교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걷는 것 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곳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곳


돌아갈 걱정 없이 걷다보면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모모를 파는 식당이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