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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여행기/네팔) 네팔을 떠나며 (포카라-소나울리)

by 빛의 예술가 2017. 6. 1.


[TATA자동차]


오늘은 네팔을 떠난다.

아침부터 이유모를 서운함과 적막감이 내 주위를 감돈다.

아마, 비가 내리고 있어서일 것이다.


지도를 펼쳐들고 오늘은 어디까지 가볼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금이 네팔 어디쯤이고, 길은 어디로 나 있으며, 인도와 접경지역은 저 곳이다.

아침 첫 차를 예매해뒀으니 하루만에 네팔 국경을 벗어나 다시 인도로 들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 밖에 천재지변이나 불상사가 생길 경우,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하기로 맘 먹는다.



포카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침 6시.

내가 탈 버스는 어느 것일까 궁금해하며 주위를 맴맴돈다.

밀크티를 판매하는 상인이 보여 차 한잔을 주문하며 상념에 잠긴다.


그러던 중.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순간 인도 다즐링에서 국경마을 까까르비타를 건너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까지 갔던 지옥의 국경넘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 (여행기/다즐링-카트만두) 지옥의 국경 넘기 그 두 번째


그래, 내가 네팔에 처음 올 때 돈 조금 아껴 보겠다고(사실은 밥 먹어보겠다고) 선택한 버스에서 난 지옥을 경험했었다.

분명 힘든 경험이었지만 좋은 추억이 될터,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이렇게 성장하고 있잖은가? 그렇게 빙긋 웃음지었다.

물론 내가 타게 될 버스를 보기 전 까지 했던 아름다운 생각이었다.



젠장.

난 순간적으로 직감한다.

이 초록 버스가 내 버스겠구나.

물론 이런 예감은 틀린적이 없었다.


표를 받는 사람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내게 알려준다.

"이 버스가 소나울리까지 가는 버스야"


나는 체념한 채로 버스에 올라탄다.

좌석은 보기만 해도 '딱딱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실내는 좁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놈의 TATA자동차는 대체 왜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걸까'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포카라발 소나울리행 버스는 천천히 출발한다.

6시 45분.




포카라에서 소나울리로 가는 길,

아니 그 길 뿐만이 아니라 네팔의 도로 전역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한다.

언제 어디서 낙석이 떨어질 지 모르고, 산사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국가 전체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맥에 걸쳐진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상황이다.


한 번은 눈 앞에서 버스만한 낙석이 쪼개진 일도 있었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는데, 문자 그대로 "쩌억" 하는 소리가 지구의 내핵에서 뻗어나오는 것 같았다.



버스는 천천히 멈춰 서고, 낙석이 도로까지 침범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속도를 내어 그 곳을 빠져나간다.

나에겐 난생 처음 듣고 또 보는 색다른 광경이었지만, 이들에겐 일상인 것이다.


그렇게 난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내 몸이 네팔에 적응했는 둥 따위의 생각을 뇌리에서 깨끗이 지워버린다.

난 철저하게 이방인이다.


그들의 일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 곳에서 자연과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굴삭기나 불도저가 와서 몇번 레버를 조종하면 끝날 일일테지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에서 그런 모습은 무리일거라 상상되었다.


결국 이 곳에서 도로 복구는 사람의 손으로 한다.



1m남짓 거대한 해머를 가지고 도로 복구를 하는 장면이다.

'어쩌면 채석을 하는 광경이 아닐까?' 의문을 가졌지만 끌이나 망치와 같은 정밀성에 필요한 도구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일상은 쪼개진 채 떨어진 바위를 해머로 내리쳐 작게 부순 다음 다시 산능성이에 채우는 것이다.


시계를 보니 12시 40분이었다.

대략 6시간을 달려왔고, 지도를 봤을 때 소나울리 까지는 40km남짓 남았다. 


시간을 잘 맞추면 소나울리에서 인도 고락푸르까지 이동해, 아무 기차나 잡아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 안도감은 잠시, 내 머리속엔 계속해서 그들의 도로 복구 장면이 맴돌았다.


자연의 자연으로의 회귀.

굉장히 원시적이지만, 매우 세련된 방식의 도로 정비라 생각했다.

그 조악한 비약에 쓴 웃음을 짓는다.




난 좁고 덜컹거리고 딱딱한 의자에서 몇 번이나 잠을 잤다.

세 번째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TATA에서 만든 소형 버스는 나를 소나울리까지 데려다 주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네팔]


'이제 정말 네팔과 안녕이구나'


파키스탄 비자를 받기 위해 왔을 뿐, 예정에 없던 나라에서 난 많은 것을 발견하고 또 배울 수 있었다.

인도에서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내내 고생했던 일 부터,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카트만두의 거리,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다국적의 여행자들.

더르바르 광장에서 처음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거대한 규모의 중세 건축물.

놀고 먹기 위해 도착했던 포카라.

얼떨결에 결정된 ABC트래킹.

그리고 사흘 째 4,130m 고산에서 만난 기적.

강연이와 창을 마시며 얘기했던 일들.


그리고 여기엔 적을 수 없는,

개인적이고 사소했지만, 그만큼 멋진 일들이 빠른 속도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감동적인 순간에 난, 배가 고팠다.

한 마리의 동물처럼 코를 벌름거렸다.

챠오면(볶음면) 냄새가 났다.



네팔-인도 국경에 있는 거리 음식.

물론 길가에는 먼지가 풀풀 날리고, 말이나 나귀의 배설물이 떨어져있었지만 난 히말라야를 다녀온 남자다.

당당하게 거리에 앉아서 챠오면 하나를 주문한다.




오오오

이 빛깔하며 면빨의 탱탱함, 마살라의 양까지 모든게 완벽해 보이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네팔-인도 국경에서 거리에 주저앉아 먹었던 이 차오면은 내 세계일주 중 먹은 음식 Best 10안에 들었다.


챠오면을 게눈 감추듯 흡입하고 나니 배가 불렀다.

그러자 다시, 감상적으로 돌변했다.


정말 네팔과 안녕이구나.




저벅저벅 걸어가자 네팔 출입국 심사소가 보였다.

이제 이 곳에서 출국 심사를 받고 나가면 끝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젠장, 저기 어떻게 가지?

라는 원초적인 질문에서였다.




이랬다.

아니 대체 왜 출입국 심사소 앞에 이런 강이 있는걸까?

뭐 이 정도는 쉽게 넘어갈 수 있겠다고?

다음 사진을 보자. 





이렇다.

네팔 출국 도장 받으러 헤엄이라도 쳐서 가야되나 고민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라식수술도 했으니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다.

웃음이 났다.


그렇게, 떠나는 날까지 네팔이란 곳은 이방인인 나에게 흥분과 허탈, 감동과 굶주림, 끔찍함과 평온함, 각성과 이완  등

오만가지 상반되는 감정을 분출 시킬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정말 네팔과 안녕이다.

저 멀리 Welcome to INDIA란 표지가 보였다.



두 번째 입국하는 인도,

TATA자동차는 계속해서 내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으며 난 천천히 인도 국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참,

그런데 네팔 출국 심사는 어떻게 받았냐고?

헤엄을쳐서 건너갔냐고?




사실 이런 징검다리가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내 감정을 폭발시키며 이 곳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곳, 

네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