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斷想)

(20080106)기계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기계처럼 냉철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사실 내 가슴을 도려내고, 심장을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나의 의지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지만.

 

기계처럼 차가워지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심장을 내 몸에서 떠나보낼 때,

 

조금 아팠다.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고,

 

조금 행복하기도 했다.

 

그런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되고, 마침내 제어가 가능한 인공심장을 내 몸에 박아넣고 볼트와 너트로 고정을 시킨다.

 

아직 펄떡거리는 과거의 내 심장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언제까지 뛸 수 있을까?

 

1분이 지났다.

 

아직, 내 과거의 심장은 건강하게 펄떡이고 있다.

 

2분이 지났다.

 

아주 조금, 박동이 느려진다.

 

3분이 지났다.

 

눈에 띄게 박동횟수가 줄어든다.

 

4분 23초가 지나자, 내 과거의 심장은 움직임을 멈춘다.

 

끝난 것이다.

 

 

하지만 난 조금도 아쉽지 않다.

 

기계처럼 철컹거리는, 제어가 가능한 현재의 인공심장이 내 몸에 조여져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심장박동 횟수를 늘리고,

 

무서운 영화를 볼 때는 혈관에 피를 좀 더 통하게 하여 방어한다.

 

모든 것을 끝장내고 싶을 때는, 박동을 멈춘다.

 

모든게 자연스럽고, 모든게 기계적이다.

 

난 완벽하게 제어가 가능한 인공심장을 달고 다시 태어난다.

 

Fade out.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0219)오호라  (0) 2013.04.16
(20080204)그 남자 이야기  (0) 2013.04.16
(20080103)여덟번째 낙서  (0) 2013.04.16
(20080102)2008년 무자년 목표  (0) 2013.04.16
(20071219)촉각을 곤두세워 청각을 활성화하기  (0) 201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