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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80204)그 남자 이야기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여자는 춥다고 말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 남자도 춥다는 생각이 드는 날씨였다.

 

조명이 꺼진 오후 6시의 청계천은 쌀쌀하다.

 

처음으로 가 본 청계천에서, 그 사실을 느낀다.

 

 

남자는 다리가 아프다고 느낀다.

 

여자도 다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오늘은 계속 걸어만 다녔으니, 다리가 아플만도 하다.

 

게다가 여자가 신고 있는 것은 부츠.

 

 

추위가 몸을 맴돌고, 통증이 다리를 휘감는다.

 

어쩌면 배까지 고파, 3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순간

 

남자는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광택이 번드르르한 외제차는 아니더라도,

 

남자와 여자가 함께 탈 수 있는,

 

그래서 추위를 느끼지 않고, 발의 통증을 느끼지 않게해줄 조그만 차.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한 걸음을 더 걸어야하고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추위를 느껴야한다.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배가 고플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여자는 실증을 낼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둘은 세상과 부딪쳐야하고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손을 꼭 잡을 수 있고

 

그런 차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를 더 배려해줄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는 무엇이란 것의 주체도 불분명하다.)

 

 

나는 그 남자를 다시 한번 응원한다.

 

그리고,

 

그런 못난 남자의 옆에서, 웃으며 걸어가는

 

그 여자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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