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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unfamiliar place

(Good) 호치민 역사 박물관 옆 동물원 Botanic garden (20130527)

by 빛의 예술가 2013. 5. 27.


사이공에 오신 걸 환영한다.


사이공은 많은 볼거리가 있는 도시다. 


하지만 당신이 "호치민 역사 박물관"에 가봤자 아무 것도 얻을 게 없다.


베트남 관련 전공이었거나, 베트남에서 일을 하거나, 베트남에서 살던 처가 있지 않은 이상 당신은 역사박물관에 가선 안된다.


영어로는 쥐꼬리만큼 설명되어있고 대부분이 베트남어로 적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멀리 캄보디아 시엠립에 있는 앙코르 툼까지 찾아가 유물을 훔쳐오고선 당당히 박물관에 진열하는 파렴치한 짓도 해두었다.




그런데 벌써 무수한 웹의 바다와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하는 History Museum에 속아서 이 곳까지 걸어왔다고?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은 곳 하나 알려주겠다.




호치민 역사 박물관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그렇다면 당신이 이 곳에 들어오기 전에 보이던 문을 떠올려보자.




그렇다 이런게 보였었다.


읽을 수 있는건 사이공밖에 없지만 저런게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정감있는 초록 초록 문이 우릴 반긴다.


그런데 잠깐, 당신 여기 알고 있다고?


그렇다. 론니플래닛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Vietnam, Cambodia, Laos&Northern Thailand편

호치민, History Museum칸 맨 아래 딱 3줄이다.


The museum is located by the main gate to the city's botanic gardens and zoo, which animal lovers will find thoroughly depressing.



딱 내 스타일이었다.


론니에서 가지 말라고 하는 이 곳


이름은 보타닉 가든&주(Botanic garden&zoo)이다.


얼마나 우울해지는지 가보도록 하자.




매표소다.


사이공 동물원에 오신걸 환영한다는 친절한 문구가 우릴 반긴다.


전혀 우울하지 않다.




입장료 표지판.


싸다.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이미 무슨 할인 받을 나이는 지났으므로 12,000동을 내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순간이었지만 이 동물원은 내 나이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우겨도 27살.. 20대 후반이다.


동물원 : '야- 니 나이에 무슨 할인을 생각해? 그냥 밑에 보고 돈 내'



입장권 모습


호랑이와 사자, 곰과 코끼리, 새들과 기린 여튼 많은 동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 돈으로 1천원도 하지 않지만(약 6~700원) 이런 멋진 동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쁘다.



동물원 들어가는 입구


많은 관람객들이 들어가는지 표를 확인하는 사람 표정이 지쳐보인다.


역시 '많은 동물을 싸게 보여주는 곳이라 인기가 많구나' 라고 생각하고 당당히 입장한다.



들어가자마자 우릴 반기는 펭귄


쓰레기를 저 곳에 넣기 가슴아팠지만, 가지고 있던 쓰레기를 모두 던져버렸다.


음.. 동물은 어디있지?



두리번 거리다 보면 이런거, 발견할 수 있다.


멋진 초록 관람차다.


이게 입장료보다 더 비싸다.


동물원은 또 한번 내게 영감을 준다.


동물원 : "한국에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속담이 있지 아마?"



동물을 찾던 도중 만난 사람들


잔다.


동물을 볼 시간도 충분치 않을텐데 왜 자고 있는걸까?


궁금해진다.



이 사람들도 잔다.


아예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잔다.


여기서부터 우린 기묘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 펭귄


애처롭다.



생명체라곤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는 사람들 뿐이다.


사슴으로 추정되는 것이 위에 있다.



가까이서 봤더니 표정이 사납다.


사슴을 아주 잘 표현한 것 같다. 


'누가 내 엉덩이 함부로 쳐다보래?'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슴은 대체 어디있는거지?


당황하며 이곳 저곳 두리번 거려본다.



하지만 당신은 동물을 찾을 수 없다.


앵무새 모형,


발견할 수 있다.


점점 불안감에 휩싸이며, 사람들이 왜 퍼질러 자고 있었는지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모형만 많다.


젠장. 사슴이 또 보인다.



얼씨구, 이젠 상공을 날기까지 한다.


그럼 대체 동물은 어디에 있는걸까?



짠!


역시 보타닉 가든 앤 쥬는 우릴 실망시키지 않는다.


기린이다!


살아있는 진짜 기린이다!



하지만 녀석은 밥을 먹고 있어 나오지 않는다.


사람따위 기다리건 말건 밥을 먹는다.


참, 위 사진에 기린은 두 마리 찍혔다.



기린을 시작으로 많은 동물을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것들 볼 수 있다.


드래곤 볼 뽑기 기계다.



회전목마도 있고



회전 자동차도 있고



청룡열차도 있고



지붕 디자인이 지저분해서 걸레 삼고 싶었지만, 이런 것도 있다.



동물을 찾아볼 수 없다.



삐약이 인형이 귀여워서 사격을 한번 하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친구 / 혹은 여자친구와 함께 간다면 삐약이 인형을 Get하여 돌아오도록 하자.


남자친구의 '군대에서 난 20발 중에 몇 발 맞췄어' 라는 허풍이 사실인지 확인해볼 수도 있다.


그러던 중 아뿔싸!



낚시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긴 낚시까지 할 수 있는건가? 


그럼 뭘 낙지? 숭어? 광어? 


그렇게 물고기를 생각하던 찰나 당신은 오른쪽을 본다.


.

.

.

.

.

.

.

.




모형 물고기가 당신을 비웃는다.


물고기 : '낚시? 그런거 집에 가서 해'


서서히 당신들의 두 눈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흐르기 시작한다.


내가 뭐 이런거 보려고 돈 내고 땀 흘리며 걷는거 아닌데..


서러워도 조금만 참아보자.




눈물을 흘릴 사람들을 위해 이런 모형까지 만들어놨다.


나무를 타는 기린의 유머러스한 표정에, 


이제 당신은 눈물을 그치고 웃음을 지을 수 있다.


그런데, 기린이 저런거 할 수 있나?



분노의 투척 샷


대체 동물원이면서 살아있는 동물은 없고, 죄다 모형에 놀이기구 뿐이다.


이제서야 당신은 점점 지각하게 된다.


"혹시 내가 기린에게 보여지기 위해 이 곳에 온 동물은 아닐까?"



동물원의 주인공 기린


현수막까지 걸려있다.



나무로 공룡까지 만들어놨다.


동물이 없는 대신 시대적 흐름을 파괴한 과감한 배치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직립보행을 하고 있는 생명체가 있다.


저건 뭐지?



곰도 아닌 것이, 이상한 기분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본다.



좀비다.


조랑말을 쫒고있는 좀비인 것이다.


뒤쪽에서 절룩이며 다가오는 속도감마저 느낄 수 있게 장식되어있다.


가위손과 정원 가지치기를 대결해도 좋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뭐 얻어먹을 거 있다고 여기까지 왔냐?' 라고 속삭이는 듯한 코끼리




전반전


우리의 완패다.


하지만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신은 이렇게 두 번째 생명체와 조우하게 된다.


앵무새다.




하지만 말을 걸거나 해선 안된다.


우린 이미 이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찾아온 동물이기 때문이다.


앵무새와 기린이 사람이란 동물을 보기 위해 만들어둔 동물원


그렇다. 


인류 만물 영장설을 깔끔하게 비웃어주는 동물원 관계자들의 큰 재치가 아닐까 싶다.


난 앵무새에게 수차례 말을 해봤지만 시크한 앵무새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목이 말라올 것이다.


친절하게 자판기가 있다.


하지만 돈을 넣으면 안된다. 


고장났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물 같은거 알아서 사먹어라" 라고 말하는 듯하다.



친절하게 노노 라고 외치며 자판기의 고장을 알려준 무리들



오 홍학이다.




마치 개구리가 우릴 비웃는듯 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는 우리들에 반해 녀석은 잉어를 아래 두고, 나뭇잎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편해보였다.



비웃는건 개구리 뿐만이 아니다.


고래도 있다.



말까지 만났으면,


당신은 이제 대망의 괴물을 만날 수 있다.



아뿔싸!!


설마 이 곳에서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잡아온건가!


라고 생각되는 생명체가 살았다.



그래서 네스호에서 과학탐사를 한 연구원들이 네시의 단서를 찾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미 이 동물원 관계자들이 네시를 잡아서 이 곳에 넣은 것이다.


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지만 아니다.



하마다.


오, 하마.


이제 진짜 동물원에 온 기분이다.




<오늘의 베트남 어>

하마는 베트남어로 하마


-끝-



뭔가 심술궂게 생긴 하마다.


하마 멋있다.



하마는 물에 잠수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잘 못 본 사람들을 위해 모형으로 표현해 주는 센스.


이 곳 관계자들은 동물원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인간이란 동물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참 깊다.



산양 같은 것도 있지만 사람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먹는게 먼저다.



당당하고 편안한 자세로 우리를 관람하고 있는 원숭이


이쯤되면 우린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누가 주고 누가 객인 것인가? 갇혀 있는 쪽은 우린가 저들인가?"




아무래도 이 것에 대한 답은 당신이 직접 가서 체험해 본 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돈을 내고 입장하긴 하지만, 이건 순전히 동물들이 우리를 관람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다.


세상에는 인간이 동물을 구경하는 동물원이 있지만, 동물이 인간을 구경하는 동물원도 있다.


이 보타닉 가든&주는 후자인 동물원이었다.




이처럼 당신이 호치민(사이공)에 가면 제일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바로 이 곳이다.


난 지금부터 론니플래닛에 항의 메일을 쓸 예정이다.


'감히 이런 멋진 동물원을 depress란 단어로 표현하다니'라고 말이다.





당신이 모르는 그 여행지 첫번째.


Botanic gardens and zoo in sai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