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잡문(旅行雜文)

인도 루피화 평가 절하와 달라이라마 한국어 티칭에 대한 잡설

by 빛의 예술가 2013. 8. 25.


 도 루피화 평가 절하와 달라이라마 한국어 티칭에 대한 잡설                




  • 인도 루피와 미국 달러

  • 현재 인도 상황

  •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영토분쟁에 따른 각국의 외교정책

  • 티벳의 독립과 달라이라마
  • 달라이라마 티칭과 경제논리


(1) 잡설을 써갈기며


굳이 화폐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내 선택은 하나다.


난 달러(USD)를 믿는다.


아직 살아온 인생은 짧지만 내가 다루고 보유해본 십 수가지 화폐 중 그 가치가 불변하거나 평가절상(平價切上)된 화폐는 미국 달러(USD)와 중국 인민폐(RMB)였고, 앞으로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나라를 꼽자면 상기 양국 제외, 몇 나라 되지 않는다. 


거시 경제학에 입각해 국제 정세에 따른 화폐의 현재, 미래가치 따위를 분석해보지 않아도 현() 신자유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 시스템 혹은 체제(體制)의 근간을 파악하는 것으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방임(坊任)이 그 것이다.


자유방임주의자로 대표되는 시카고학파가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를 정면 반박하며 '자유시장', '규제완화'를 목청껏 외친 것처럼 최소한 경제와 관련한 문제에 직면하여 이 시대의 국가는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18살 때 무임으로 탑승했던 부산발 광주행 열차에서 얼큰하게 술이 취한 아저씨가 말했었다.


"학생.. 끅.. 달러를 모으세요. 끄윽. 우리 돈 말고 미국 달러를 모으면 돈 벌 수 있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난 미국 달러로 월급을 받게 되었었고, 금융기관을 통한 국가 간 송금 수수료, 환전 수수료, 인출 수수료 따위의 잡손실을 제외한다면 술 주정을 부리던 그 아저씨의 말대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한다.






(2) 인도 루피(INR)와 미국 달러(USD) 


현재 인도를 여행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매일같이 기쁨에 찬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인도 루피 환율이 인도 역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약 30년 전 출간된 인도 관련 서적에 11루피(INR)가 1불(USD)의 값어치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약 10년 전에는 인도 루피의 가치가 그보다 3~4배는 하락했으며, 현재 그보다 6~7배가 하락했다.


지금은 65루피와 1불을 맞바꾸게 되버린 것이다.


물론 양국의 경제발전도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한 환율 변동의 추이로 그 문제를 언급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최근 1년간 인도 루피(INR)와 미국 달러(USD)의 변동 그래프다.


이미 인도 정부의 암묵적 마지노선인 1불당 59~60루피를 넘어선지 오래이고, 인도 현지 신문에서도 매일같이 환율문제 혹은 "루피의 평가 절하에 따른 공산품 가격 증가", "정치인에게 감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따위의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는 형편이다.



인도의 수도 델리(Delhi)에서 자이살메르(Jaisalmer)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인도인을 만났었다.


그는 내가 읽고 있는 전자책 킨들(Kindle)을 유심히 쳐다보며 한번 만져봐도 되겠냐고 묻는다.


내가 책을 읽기 전 개인적인 일이 생겨 그 남자의 핸드폰까지 빌려 전화를 한 상황이라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내 킨들(Kindle)을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이게 얼마냐고 물어본다.


난 이 킨들(Kindle)을 2~3년 전에 구입했고, 당시 가격이 약100불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지금은 이게 얼마냐고 물어본다.


이미 아마존에서 신모델을 줄줄이 쏟아낸 이 시점에서, 구형이 되어버린 내 킨들의 가격은 69불로 기억했다.


때마침 최근 아마존의 웹사이트를 서핑하던 중 스쳐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략 70불 정도 할거예요"


그러자 남자가 내 킨들을 돌려주며 말했다.


"오히려 지금이 더 비싸졌네요?"






(3) 현재 인도 상황


개괄적인 인도를 살펴보자.


난 인도를 방랑하는 일개 여행자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 얕은 지식은 대충이나마 숙지하고 있는 편이 도움이 된다.


이야기거리도 될 것이며, 물건을 살 때 한번씩 생각하면 우스운 현실에 조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금 소비 1,2위를 다투는 배금주의(拜金主義)가 강한 나라다.


물론 중국인은 상대적으로 통용이 쉬우며, 가치가 높은 인민폐를 보유하면 그만이지만 인도인은 그렇지 않다.


식재료를 사고, 물을 사고, 세금을 낼 때 사용하는 인도 루피만 보유키에는 신자유주의가 그만큼 녹록치 않은 것이다.


계속해서 상대적 가치는 떨어지고, 그로 인해 돈이 있는 인도인들은 금(Gold)을 구입한다.



같은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속해있는 중국과 비교해보도록 하자.


인구도 양국 10억이 훌쩍 넘는 거대한 규모이며, 경제력도 인도는 세계 10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중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인민폐가 계속해서 가치상승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인도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그제서야 몇 주전 인도 중앙은행에서 환율방어에 앞장서고 나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방법으로 직접개입과 외환통제를 실시했는데,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그 선을 넘어설 경우 물량을 쏟아부어 다시 환율을 조정하는 식인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인도인들은 중앙은행의 환율방어에 동조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돈이 있는 인도인들은 금(Gold)을 사고, 돈이 없는 인도인들도 달러를 선호하는 형편이다.


정책이 먹혀들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외국인들 역시 2013년 7월 한달 동안 채권시장에서 20억불 이상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각종 평가기관에서 인도의 신용 등급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1997년처럼, 외환위기까지 겪진 않더라도(인도 중앙은행은 적지않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경제는 현재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있다.





(4)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영토분쟁에 따른 각국의 외교 정책


인도의 수도 델리(Delhi)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HP주가 있고, 그 위쪽에 잠무&카슈미르가 있다.


난 이번 여행에서 인도 파키스탄 3차 전쟁에서 인도가 빼앗은 카슈미르 북부 지역까지 다녀왔는데, 사람들 얼굴이 다르게 생겼었다.


얼핏 스쳐지나가도 인도인이 아니라는 것쯤은 단박에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무&카슈미르(이하 J&K)는 90년대 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다.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으며, 언제 다시 전쟁을 시작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가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이다.




조금 동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면 J&K주와 중국 국경이 맞닿아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벳자치구가 그 것인데, 어마어마한 무력전은 일어나지 않지만 인도 신문에서는 연일 중국군의 행태를 주시하고 있다.


"카슈미르 지방 국경 20km를 넘어서 어느 지역까지 중국군인이 들어왔었다"라는 기사에서부터 연일 쏟아지는 J&K주의 방위에 인도 국방부도 여념이 없다.


최근에 와서 인도 정부 역시 티벳의 자주권을 부인한 바 있지만, 아직 많은 난민들이 인도의 북부 지방인 웨스트벵갈,J&K,히마찰 프레데쉬에  몰려살고 있으며 그들의 영적인 지도자 달라이라마를 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중국 정부와 외교적으로 껄끄러운 마찰을 내고 있다.



이처럼 인도는 북서쪽으로는 파키스탄, 북동쪽으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5) 티벳의 독립과 달라이 라마


예전 티벳에서의 7년이란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나서야 티벳이란 나라의 역사를 확실히 알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예전 티벳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인도와 중국을 침략함은 물론, 중국의 수도까지 군사를 밀고 들어가던 강력한 군대를 가진 나라였다.


하지만 국교로 불교를 채택한 후 점차 군대가 약해지게 되었고, 결국 중국에 강제 편입되어버리는 비운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인도의 다람살라(Daramsala)이다.


어린 시절 14대 달라이라마가 중국군에게서 피해 망명을 온 곳이 바로 이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길을 걷던지 Free tibet이란 구호가 붙어있고, 달라이라마를 따라 히말라야를 맨몸으로 넘은 티벳 난민들을 인도인들보다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중국 정부와 껄끄러운 인도 정부에서 티벳난민에게 공식적으로 제공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나라를 뺏겨버린 상황에서 중국을 상대로 티벳인들이 독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달라이라마 봉쇄는 이미 그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달라이라마가 갈 수 있는 나라는 이제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일례로 달라이라마가 초청에 응해 우리나라에 입국하려 했을 때, 중국 정부에서는 달라이라마 한국 입국 시, 한국 핸드폰 수출 금지령을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며 우리나라는 두 손들고 달라이라마에게 입국을 불허했었다.


현자로 칭송받는 달라이라마조차 티벳을 점령할 당시보다 훨씬 강해져버린 중국을 상대로 독립을 외칠 수 있는 나라도 점점 없어지는 실정인 것이다.


티벳 난민들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본토에 남아있는 그들은 중국과 다를바 없으며, 달라이라마를 따라 인도로 망명을 온 난민들은 모든 경제구조가 인도에 예속되어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개개인의 재형저축에 따른 자산증식은 가능할 지 몰라도, 공동체의 경제구조는 형편없이 붕괴되어버린지 오래다.





(6) 달라이라마 티칭과 경제 논리


2013년 8월 25일.


오늘부터 27일까지 3일간 티벳의 영적 지도자 제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 다람살라(Daramsala)에서 한국인의 초청에 의해 법회(teaching)를 열었다.


사실 본인도 그 시간에 맞춰 이 곳 다람살라에 왔지만 생각이 달라져 티칭을 들으러 가지 않았다.



전부터 돌던 터무니 없는 소문이 현실이었고, 그에 꼬리를 물며 경제에 종속되어 이미 변질되어버린 법회에 참가할 이유가 하등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와서 들은 정보를 나열하겠다.


'한국 사람이 법회(티칭)에 참가하기 위해 내는 돈은 1,000불이다.'


'이 곳을 여행하던 한국 사람에게는 가운데 자리를 점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데, 100불을 내면 된다'


'위쪽 방법과는 별개로 달라이라마 경호 사무실에 20루피를 주면 법회에 참가할 수 있다'




씨팔 죄다 돈이었다.


사실 20루피면 한국돈 400원도 안되고, 100불이라고 해봤자 술 한번 마시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것 없는 돈이다.


하지만 그 돈이 티벳 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근원지 알 수 없는 소문을 곧이 곧대로 믿더라도 성에 차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재화는 위태로운 경제 상황의 인도 정부로 돌아가게 되며, 티벳 난민의 생활 수준이 나아지거나 나아가 중국의 손아귀에서 티벳의 독립을 꾀하는 것은 꿈 같은 소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달라이라마는 돈을 받지 않는다.


나 역시 어릴적부터 동경해오고, 한 번쯤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싶은 성자 가운데 한 분이었다.


그 때문에 여행 일정을 조정해 이 곳에 왔었지만 난 달라이라마가 설법을 하고 있는 내내 방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이 잡설을 써갈기고 있다.




어제 동행인이 100불을 내고 티칭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 스님들이 모여있는 방을 찾아갔었다.


인사를 하고 티칭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하자 마자 돌아온 소리는 그 말이었다.


"여행자이시죠? 100불이예요."




동행인의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지참하고 저녁 8시에 다시 찾아오라는 말을 듣고 그 곳에 두 번째 방문했을 때 그 소리를 들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동행인이 두 손으로 100불짜리 지폐를 스님에게 건네던 순간이다.


"어? 100불? 아... 아.. 여행자시죠? 한국에서 오면 1,000불인데"





만약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듣고싶어하는 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돈이 없다.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20루피(약 400원)도 지갑에 없다. 


그럼 그 자는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조차 들을 수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분명 그게 아니다.


그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중생에게 가르침을 전파할 때 입장료 따위가 있었을까? 있었다면 얼마나 받았을까?





그런 잡 생각에 때문에 기분이 나빠 600루피나 하는 위스키를 한병 사고, 쓸데없이 과자를 산다.


우리 어머니의 종교는 불교다.


그 때문에 참고 참았지만 사실 그 스님에게 그 얘기를 쏘아부치고 싶었다.



"스님, 이왕 받으시는데 인도 루피는 안 받으시는지요? 왜 달러를 고집하시는지.. 그게 인도 루피화 평가 절하와 관련된 이슈는 아니겠지요? 사실 제가 장기 여행자라 돈이 없는데 그거 '할인'은 안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