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렇게 온통다 멍이 든 억지스런 온갖 기대와 뒤틀려진 희망들을 품고 살던 내 이십대
그때엔 혼돈과 질주로만 가득한 터질듯한 내머릿속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내곁엔 아무도 나는 차라리 은빛사막에 붉은낙타 한마리 되어 홀로 아무런 갈증도 없이
시원한 그늘 화려한 성찬 신기루를 쫓으며 어디 객기도 한번쯤 부려보며 살았어야 했는데
<중략>
난 가고 싶어 은빛사막으로 난 가고 싶어 붉은낙타 한마리 되어
난 가고 싶어 은빛사막으로 난 가고 싶어 붉은낙타 한마리 되어
난 가고 싶어 은빛사막으로 난 가고 싶어 붉은낙타 한마리 되어
난 가고 싶어 은빛사막으로
난 가고 싶어 붉은낙타 한마리 되어
<가사 출처 : Daum 뮤직/ 원곡 : 붉은 낙타 / 이승환 >
유희열씨가 작곡하고 이승환씨가 부른 노래 '붉은 낙타'중 몇 소절이다.
그렇다면 붉은 낙타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이승환씨가 부른 노래처럼 은빛 사막에 홀로 되어, 아무런 갈증도 없이 시원한 그늘과 신기루를 찾아 가는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
은빛 사막으로 가기로 했다.
오로지 붉은 낙타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2013년 현재, 그들은 이승환씨의 노래처럼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을지.
만약 그렇다면, 난 녀석들을 얼마나 부러워해야할지,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할지 설레기 시작했다.
사하라나 나미브처럼 거대 사막(Desert)은 아니지만 붉은 낙타를 만나는 데는 작은 사막(Sand Dune)도 족했다.
베트남(Vietnam)의 작은 사막에는 찾아볼 수 없던 낙타들을 인도(India)의 작은 사막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은 사막에 살고 있는 붉은 낙타들은 내가 기대했던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홀로 아무런 갈증도 없이 신기루를 좇는 그런 일 대신, 코두레를 꿰고 묶인 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두레를 날카로운 철로 찔렀던 인간의 날카로운 구령에 맞춰 긴 다리를 접어 앉고, '돈을 지불한' 인간들을 등에 태운다. 다시 한번 코두레를 날카로운 철로 찔렀던 인간의 날카로운 구령에 맞춰 긴 다리를 힘들게 펼친다.
그리고는 발을 천천히 움직여 어디론가 향한다.
어딜까? 오아시스로 가는걸까?
난 차마 녀석들을 올라탈 수 없어 자동차를 타고 녀석들의 옆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조금 비참한 모습이지만, 이왕 움직일 바에 녀석들이 오아시스까지 걸어갔으면 했다.
녀석들의 등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 '돈을 지불한'인간들의 표정은 가지 각색이었다.
무서워서 우는 부류도 있었고, 신나하면서 사진을 찍어대는 부류도 있었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바라보는 부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등에 태운 낙타들의 표정은 하나였다.
눈을 살짝 내리감은 채 앞만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마음이 아려왔다.
물론 이승환씨가 노래를 부를 무렵에도 녀석들은 인간이 강제로 소유하고 있었다.
삶 자체를 송두리째 빼앗긴 채, 그들을 위해 살아갈 뿐이었다.
녀석들이 혼자서 시원한 그늘이나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미래는 오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신 인간들의 관광 노리개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만물의 영장이신 인간들은 선택적 탐욕을 보인다.
개나 고양이는 가족이 될 수 있고, 낙타나 조랑말은 그럴 수 없다.
매우 공정하여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동물 애호가들 다수의 가족관계론이다.
언젠가 붉은 낙타가 인간 사회를 쳐부수고 뒤집어 엎고 만물의 영장이 되는 그날.
난 그렇게 말해야 겠다.
"붉은 낙타님, 저는 2013년 인도에서 낙타 사파리를 갔지만 존귀하신 낙타님을 감히 올라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비를 베푸시어 제 목숨만은 살려주시는 아량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왜?? 이렇게 말하면 내가 간사하고 우스운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리 뻔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 역시 현재 만물의 영장이신 인간이기 때문이다.
붉은낙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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