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말을 빌려 '과거를 살아가는 도시'인 이 곳에서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걸까?
낭만과 열정사이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쥰세이를 찾아 이 곳까지 홀로 찾아 온 미모의 일본 여성 관광객이라는 실체가 떠올라 조소한다.
난 그런 것을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었다.
살리에리가 이탈리아 사람이었던가?
국적이야 어찌되었든 현대 음악가들은 살리에리를 연주하지 않는다.
온통 모짜르트다.
어쩌면 그 남자는 모짜르트가 어서 이 세상을 떠나기를 매일 같이 기원했을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모짜르트는 죽었다.
그리고 살리에리 역시 음악과 함께 죽었다.
그가 모짜르트의 죽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면 나는 이 순간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걸까?
재미없는 미모의 일본 여성 관광객 따위의 농담은 머리 속에서 집어치우도록 했다.
난 그렇게 괴팍한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니까.
어쩌면 과거를 살아가는 도시에서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기다릴 수 있다면 미래를 기다릴 수 있을 게다.
역설적이지만, 그 것 밖에 없었다.
내가 주문한 롱 에스프레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 곳에선 미래를 기다릴 수 있고, 주문한 롱 에스프레소를 기다릴 수 있다.
피렌체는 그런 도시였다.
(Photo by moon / Florence in Italy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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