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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잡문(旅行雜文)

달러 인출과 폭우 그리고 콜로니아 델 세크라멘토

by 빛의 예술가 2014. 2. 27.


최근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외환 보유 부족의 이슈를 통하여, 개별 여행자의 신분으로 역사상 가장 저렴한 체감 물가를 느끼며 행복감에 젖어들 찰나, 손에 쥐고 있는 조지워싱턴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무슨 행동인가를 취해야했고, 2주가 넘게 체류하고 있었던 맑은 공기의 도시(Buenos Aires)에서 몇 가지 해결책을 발견했으니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원화송금


가계부채가 1,000조를 돌파했다는 기사를 얼마전에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액이 충분한 편이다.


결국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를 암환율로 계산하여 그에 상응하는 아르헨티나 페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브로커에게 아르헨티나 페소가 그리 넉넉하지 못하여 실패.



두 번째는 카지노


어쨌든 난 카지노에서 지지 않는다.


물론 크게 따지도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건 생각지 않기로 한다.


무수히 많은 나라의 도시에 포진되어있는 카지노를 상대로 진 적이 없다는 점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었다.


역사가 증명한 대로, 난 이 곳의 카지노에서도 지지 않았지만 그리 많은 페소를 확보하진 못하였다.



결국 마지막은 달러 인출


아르헨티나에서는 달러를 인출할 수 없다.


아마 달러를 인출할 수 있더라도 공식 환율로 계산되어,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에 비해 터무니없는 액수의 페소를 쥘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루과이로 갔다.





이 곳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가까운 우루과이의 도시는 콜로니아 델 세크라멘토(Colonia del sacramento)


페리를 타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페리 회사는 크게 3종류가 있으며 가장 저렴한 것은 시캣(Sea cat)이다.


왕복 티켓이 40USD이다.


쾌속선은 편도 1시간, 완행은 편도 3시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데이트립(Day trip)이 가능하다.



그래서 도착한 우루과이의 콜로니아 델 세크라멘토.


비가 내렸다.


하지만 은행과 레스토랑이 포진되어있는 Gral Flores. 거리로 가기위해선 5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비를 맞으며 걷는다.


오한이 느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고작 40km떨어져있는 곳일 뿐인데도 추웠다.


그렇게 덜덜 떨며 조지 워싱턴과 조우한다.


최대 인출금액은 300불, 수수료는 6불이다.


만족할 만한 금액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수 차례 버튼을 눌러대야한다.


1,200불이 다시 지갑 속으로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참 우스운 일이다.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받았던 월급을 우루과이의 어느 도시에서 뽑고 있는 내 모습이 그냥 우스웠다.


지갑을 방수팩에 집어넣고 레인커버가 씌워져있는 배낭 안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다시 비를 맞으며 콜로니아 델 세크라멘토를 걷는다.






분명 달러를 뽑기 전에는 어깨를 오들오들 떨며 오한을 느꼈는데, 달러가 지갑 속에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추위가 사라졌다.


그리고 날씨가 개기 시작했다.


참, 지랄맞지만 그게 사실이라 생각했다.


사실이라함은, 내게 있어서 사실.


부인하고 싶었지만 절대 부인할 수 없었던 비참한 사실이었다.




뭐 어쩌겠는가.


이게 나라면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요량이다.


우루과이 콜로니아 델 세크라멘토는 관광 도시이지만,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간만에 사진기를 꺼내 찍어야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달러가 지갑에 있을 것.


그 밖에,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