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상한 제목이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몇 분 전까지 혜선 누나에게 진귀한 음식과 소주를 얻어마셨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어쩌면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제목이다.
그리고 이 잡문은 여행 중에 만난 사람을, 여행 중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최초는 미달 누나다.
아직 필자의 여행기는 네팔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당신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난 태국에서 만난 미달 누나를 인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 것을 시작으로 꽤 많은 사람들과 길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조우는 우연일 수도 있고, 필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도 저도 아니면 내가 만나고 싶어 먼저 연락을 취할 때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전 과정이 아니다.
만남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내 여행기에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던 강연이일테고, 세 번째 네 번째를 말하라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눈 앞에서 웃고 있어 일일이 거론하기도 불가능할 지경이다.
그래, 우리나라에서 좋아하는 순위 매기기에서 벗어나기로 하자.
이건 순전히 내 자랑이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그 것이 추락하여 지구 어딘가에 떨어져도 난 만날 사람들이 있다.
이스탄불에서 만나 봄베이 사파이어를 나눠 마시며 할랄푸드가 무엇인지 역설하며 이라크의 현 상황, 그리고 미래에 대해 격하게 토론했던 나이가 많은 친구가 한 명 있다.
내가 이라크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는 그렇게 말해줬다.
"가급적이면 이라크에 입국하는걸 추천하지 않는다. 오지마! (스마트폰으로 유투브에 접속해 이라크 학살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며) 현 상황이 이렇다. 하지만 네가 이라크에 온다면 난 네가 무사히 여행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
그 영상.
사실 오줌을 지릴 뻔할 정도로 잔인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는 나를 지켜주겠다는 그 말에 감동 받았었다. (그 남자와 난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이라크는 일례에 불과하다.
나는 오대양 육대주에 만날 사람들이 지천이다.
이렇게 말하면 딴지걸기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
"그으래? 그럼 넌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에 떨어져도 만날 사람이 있냐?"
두 국가 모두 내가 가보진 못했지만, 만날 사람은 있을 것이다.
여행 중에는 상기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에, 약속된 사람은 없지만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꽤나 낭만적인 일 아닌가?
내가 가보지 못한 이라크에도 만날 사람이 있고, 내가 갔던 수 십개국, 수 백개의 도시에 내가 다시 만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피부 색도 다르고, 눈 색깔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지만 길에서 만난 당신과 내가, 또 다른 길에서 다시 만날 그 날을 약속한다는 일.
내겐 맘이 설레 잠 못 이룰 정도로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래서 오늘 밤엔 당신들의 안부를 묻고 싶다.
모두들 그 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잘 지내고 있다면 내가 놀러가서 밥을 얻어먹어도 되는지? 그런 잡설로 말이다.
p.s.
혜선누나와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며칠 정도 본 사이이다.
그런데도 할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아마 소주가 8천원이나 하지 않았다면, 난 누나와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9월이 왔을 때.
누나가 한국으로 휴가를 오고, 내가 한국에 있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그 밖에
권문경 (30, 무직)이 밥을 빌어먹을 요량으로 찾아갔을 경우 소주를 사 주어야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안 사주면 안 나온다.
특히, 남자들은 꺼져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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