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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70530)나는 늙어가고 있다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분명 나는 어른이 되는 중이다.

 

예전의 어리고 바보같은 모습은 어디엔가 내팽겨둔 채.

 

대한민국 사회가 원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건방진 놈들이 내게 건방진 말을 해도

 

나는 웃는다.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한다.

 

썩을대로 썩어버린 사회에 순응한 채 웃는다.

 

금전을 받으면 나는 웃는다.

 

웃으며 감사하다고 말한다.

 

종이쪼가리따위 지금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나는 알고 있다.

 

종이쪼가리가 인생이라는 것을.

 

나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핀다.

 

당신들이 지금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술을 마시고 있고, 그 이상의 술을 마실 수 있다.

 

물론 백태가 끼어있는 내 혓바닥을 보고 위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 술을 줄이고 있는 중이다.

 

약국에서 오 천원이나 주고 위장약을 사먹어야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어느정도 증오하며.

 

하지만, 어느정도 사랑스러워하며.

 

 

대한민국이 진정한 나를 죽여버리는 데 성공한 것을 축하하는 바이다.

 

정말 이런 식으로 내가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나는 분명 죽었다.

 

더럽고 추악한 권 문경으로 다시 태어나긴 했지만.

 

더럽고 추악한 이 세계에서는 분명 반길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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