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을 목적으로 매일같이 발도장을 찍는 도립도서관.
오늘도 어김없이 3층 열람실에서 손자병법를 공부하던 찰나 '그들'이 나타났다.
병법에 대한 학구열로 인해 삼매경에 빠진 터라, '그들'이 나타날 시간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있었던 것이다.
교복을 입고 도서관에 놀러온 학생들.
나의 수려한 외모때문인지는 몰라도 언제나 등장과 동시에 내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꼬마들.
그들이 생산하는 소음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들고 2층 휴게실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역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창 담배를 펴대고 있다.
'난 학생때 이렇게 대놓고 흡연하진 않았는데..'
거기까지 생각하고 휴게실의 외진곳에서 담배를 꺼내는 찰나, 이번에는 담배를 피는 여학생의 도전적인 눈길과 마주한다.
(성차별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경상북도립 영주 공공도서관에서 여자가 흡연을 하는 광경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발견했다)
난 머리에 빨간색왕핀을 꼽고, 단추가 터져나갈 듯이 교복을 줄여놓고 화장까지 한 여학생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리곤 다짜고짜 말한다.
"저기.. 라이터 있으면 좀 빌려줄래요?"
00년산 황금장식된 지포를 건네는 꼬마.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옆에 꼬마와 판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꼬마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고, 세걸음 정도 옆에서 거만한 자세로 담배를 피고 있는 남학생들이 나를 주시하기 시작한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흡연은 좋지 않다고, 그리고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교복을 입고 흡연하는 모습은 바람직 하지 않은 일이라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말 하지 못했던 것은, 며칠 전 대낮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 네명이 아주머니들을 구타한 후 경찰차에 탑승하며 "씨발"이라고 말했던 광경을 지켜봤기 때문은 아니다.
정말 아니다.
오늘의 교훈 : 모르는게 약이다.
꼬마애들은 아직 세상을 모르는게 약이다.
어서빨리
자라나는 새싹들의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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