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이 내게 말한다.
"너는 왜 지나간 음악을 듣는거지?"
내가 말한다.
"그게 정론이거든"
헤드폰이 말한다.
"물론 난 음향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수치를 계산해 그 것을 멜로디로 변형해 너에게 들려줄 의무가 있어. 하지만 편식은 금물이야."
내가 말한다.
"헤드폰 주제에 참견하지 말라구. 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싶으니까."
헤드폰이 말한다.
"물론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야. 하지만 내 주인이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접해봤으면 좋겠어."
내가 말한다.
"이봐, 난 지구별에서 흘러나오는 거의 모든 음악을 들어봤어. 이건 거짓말이 아냐. 가까이 있는 일본음악에서 부터, 멀게는 남미음악까지. 이 정도면 충분히 다양하다고 생각되는데?"
헤드폰이 말한다.
"내가 말 하는 것은 '시제'야. 넌 항상 과거의 음악을 들으며 만족할 뿐이야."
내가 말한다.
"현재의 음악은 쓰레기야. 지미헨드릭스 같은 기타리스트가 없고, 자코 파스트리우스같은 베이시스트가 없지. 대중들에게 대량생산하는 대량소비음악. 그런 걸 들을 순 없잖아?"
헤드폰이 말한다.
"그럴지라도 넌 현재의 음악을 들어야만 해. 그 것 또한 정론이거든."
내가 말한다.
내가 말 해야한다.
내가 말을 해서 헤드폰을 설득 시켜야만 한다.
내가 왜 베토벤을 들으며 전율을 느끼고, 지미헨드릭스의 초상을 보며 울부짖는지.
왜 동방신기의 음악을 들으며 토악질을 할 수 밖에 없는지.
내가 사랑하는 나의 헤드폰 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당신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대중문화에 휩쓸려가는 북극곰같은 존재이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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