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무전여행 중 잠을 청하려고 파출소를 찾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 근처에 파출소가 어디있습니까?"
라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두세걸음 물러서서 고개를 움츠리고
내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휙 쳐다본 후 위치를 가르쳐주곤 했다.
어렵사리 찾아간 파출소에서 잠을 청하던 중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깬 적이 한번 있었다. (이런 일은 드물다.)
B의 목소리였다.
소리를 질러대며 울고 있었다. 그에 질세라 경찰들도 언성을 높여
추궁해대고 있었다.
궁금해서 엿들어본 결과 집을 나온 학생이었고 무슨 조직(?)에
연루되어 있는 여자였다.
흥미가 없었다기 보다 무서웠다는 말이 적합할 듯 하다.
난 다시 올라가 에어컨을 켜고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고
B는 불편한 소파에 쭈그려 앉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B는 수갑을 찬 채 경찰과 함께 파출소를 나섰고
나는 경찰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혼자서 파출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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