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일주 여행기/세계일주 준비

(20130423)여행루트 수정 중

by 빛의 예술가 2013. 4. 23.

가 내린다고 한다.


일기예보에서는 모처럼 따듯했던 날씨가 이번주 중순에는 잠시 쌀쌀해진 뒤, 다시 예년 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바깥에 나가지 않았다.


어제부터 기묘한 기분에 휩싸여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여행에서 나란 인간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했던 내게, 처음으로 앞을 가로막은 불안감이었다.





사실 정답은 '알 수 없다'


가족도 친구도, 나를 도와줄 사람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이동하고 살아가는 것.


20kg이 훌쩍 넘는 배낭 두 개를 매고 이 곳 저 곳 배회하는 것.


나를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주체인 내가 그 상황에 던져져 나를 찾아가는 길은 물론 쉽지 않을 게다.


어쩌면 긴 여행을 끝내고 와서도 난 내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건지, 어떤 상황이 닥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쯤 타협하고 넘어갈 수 있는지?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자아'에 대해 모른 채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다.


분명 여행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만 난 세계 일주를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일주는 내 꿈이었으며, 그 열기과 향기는 아직 식지 않은 채로 내 몸을 치감고 있기 때문이다.


"가고 싶기 때문에 간다."


오롯이 자아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길이다. 





둠 속에서 곰곰이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기로 했다.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로 한다.


많은 곳을 봐야 세계일주가 아니다.


억척스레 긴 시간을 여행해야 세계일주가 아니다.



계획보다 짧아지더라도, 계획한 도시에 가지 못하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기로 한다.


어떤 역경과 고난이 닥쳐오더라도, 그 녀석들을 피하지 않기로 한다.


고작 그 것 밖에 못 봤으면서 무슨 세계일주를 했다는 거야? 비난을 감수키로 한다.


돌아온 뒤 무엇을 할 지,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여행 중 일어나는 모든 일에 정면으로 맞서는 순간 나는 자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설이 길어졌다.


난 비내리는 4월, 눈빛을 초롱이며 여행 루트를 재정비하고 있다.


아래 지도에 별이 찍힌 것처럼.


앞으로 반짝일 내 여행이 기대된다.



정말 오랫만에,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