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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20130516_여행기)방콕 도착&여행 2일째

by 빛의 예술가 2013. 5. 17.


2013년 5월 15일 자정 방콕에 도착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걸어가는 길에도 더위를 느끼기 시작한다.


뜨거운 남국의 섬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한 기운이다.



큰 어려움 없이 입국 심사를 받고, 메인 배낭을 찾았다.


막판 준비물을 배낭에 집어넣으며 책 몇 권을 집어넣긴 했지만 정말 무겁다.


허리끈을 제대로 조이지 않으면 하중이 모두 어깨로 밀어닥쳐 축 처져버린다. 


수완나폼 공항을 배회한다.


분명 많은 한국인들과 함께 이 곳에 도착했는데 어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주 잠깐 배회했을 뿐인데도, 모두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






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는 택시를 셰어해야했는데, 불안했다.


공항에 도착하면 어떻게든 함께 셰어를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안일함이 부끄러워졌다.


배회를 그만두고 표지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City로 가기 위해선 한층 내려가야한다고 적혀있다.


그제서야 왜 한국인들이 보이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난 이번 여행의 첫 동행인들을 만났다.


아마 내가 조금 덜 배회했거나, 택시 터미널 두 칸을 지나치지 않았거나, 그녀들이 더 빨리 셰어를 구했다면 우린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미묘하지만 완벽한 우연이다.




"저기 한국 분이시죠?"


그녀 중 한 명이 내게 먼저 말을 건다.


배낭을 앞뒤로 메는 배낭여행자가 되어보니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방을 앞뒤로 메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감정이 솟아난다.


"네, 카오산 로드로 가세요?"


'ok'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여자 두 명으로 이루어진 배낭족과 나는 의기투합해서 택시를 셰어하기로 한다.





"그런데 숙소는 알아보셨어요?"


난 그런거 안 구했다.


우습게도 그녀들도 안 구했단다.


신기한 사람들이다.


보통 여자 두명이 여행을 하게 되면 첫날 숙소에서 부터 교통편, 다음날 일정에서 마지막 일정까지 계획해서 오는 줄알았는데 오산이었다.


계획? 


그녀들도 그런거 없었다.





완나폼 공항에서 카오산 로드로 가는 데는 3,40여분이 걸렸다.


택시비는 3명이 450바트를 냈다.


카오산 로드로 가는 내내 내게 먼저 말을 건 여자가 대화를 걸어왔다.


나이는 우리 누나와 동갑이었고, 내게 말을 놓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닉네임은 미달이누나, (상대적으로)조금 조용한 쪽은 수미누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일 뿐, 둘 다 무지 쿨하다.




물론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내가 이 사람들과 며칠 동안 함께 여행하게 될 줄은.


그리고, 세계일주의 시작을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함께해서 행복해질 줄은.





의기투합하여 숙소까지 함께 체크인 한 후 카오산 로드의 밤거리를 걷고, 노상에서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새벽 2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이었지만, 카오산 로드는 이제 시작이었다.


숙소에 돌아온 건 새벽 5시 즈음.


태국의 더위와, 배낭의 무게에 녹초가 된 나는 이내 잠에 빠져든다.





음날 아침 식사였던 팟타이


미달이 누나가 만났던 첫 날 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그 음식이다.


숙주와 각종 야채, 면을 볶는 것이 기본이고, 거기서 계란/치킨 등 여러가지를 추가할 수 있었다.


30바트였다.


이 때부터 직감했지만, 두 사람들은 정말 대단했다.


카페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5불 생활자가 내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 날은 아침/점심/저녁을 길거리 음식으로 해결했다.


아침은 도로에 주저앉아 팟타이를 먹었고, 점심은 북부 터미널 앞 시장에서 볶음밥을 먹었고, 저녁은 카오산 로드로 돌아와 볶음밥을 먹었었다.


모두 길에서 파는 음식이었다.


여행 둘째날


아침/점심/저녁 모두 합해 밥값으로 100바트를 지출했다.


참, 100바트는 한화로 3,800원정도 된다.


한 끼당 1,300원 정도로 해결하는 그녀들.


그냥 웃음이 나왔다.


기묘한 여행 친구를 만난 것 부터,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 것 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북부 터미널로 가는 길, 아직까지 머리는 정상적이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다.




3번 버스를 타면 카오산로드에서 북부터미널로 갈 수 있다. (1시간 가량 소요/6.5바트)


북부터미널에서는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앙코르 와트가 있는 시엡립/ 수도 프놈펜으로 갈 수 있다.


버스비는 750바트였지만, 미달이 누나가 750바트라는 말을 듣자마자 카지노 버스 가격을 알아보라고 한다.


대단한 사람이다.


카지노 버스를 타고 국경까지 가서 우리들의 목적지인 시엡립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다시 3번 버스를 타고 카오산 로드로 돌아간다.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참, 3번은 에어컨이 없는 버스다.




하지만 피곤했던 우리들은 그 상황에서 쿨쿨 잤다.





북부 터미널이 있는 모칫!


우측 하단에 카오산 로드가 적혀있다.



방콕에 도착해서부터 여행 2일째.


우스운 사람이 우스운 사람들을 만나 우스운 상황에 처했다.


모두가 머리속으로 루트를 그리고 있었지만, 정해진 루트는 없었다.


미달이 누나는 어마어마한 여행광이며, 수미 누나는 이번이 첫 배낭여행이라고 한다.


사실, 누나들과 에피소드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세계일주, 그 시작과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멋진 사람들을 만나, 즐겁다는 것.


배낭여행의 기본지식과 마음가짐에 대해 열심히 강의해주는 누나들과 헤어지기 전까지 많은 것을 배울 셈이다.





여행 중 만나고 있는 사람, 만나게 될 사람, 만났던 사람들에게서 투영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게 이번 일주 목적 중 하나였다.


시작이 순조롭다.


즐겁다.


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는 이 곳에서 뻘뻘 땀을 흘리며 걷는 도중에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