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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여행기/아시아(Asia)

(20130519_여행기)카오산 로드(Khaosan Road) / 드레드 헤어

by 빛의 예술가 2013. 5. 19.


배낭여행자의 천국


배낭 여행지의 시발점


밤이 없는 거리


밤에 더욱 빛나는 거리


그 밖에도 여러가지 수식어가 이 거리를 표현한다.




-카오산 로드(Khaosan Road, Bangkok)를 걷다


새벽 2시쯤 이 곳에 도착했지만, 듣던 대로 문을 닫은 가게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소리를 지르며 다니는 외국인, 타이거 병맥주를 손에 빙글빙글 돌리며 웃는 히피, 뭔가 두려운 듯 가방을 앞으로 메고 걷는 동양인들까지 모두가 나와 같은 공간에 서 있다.


뜨거운 공기가 내 기분까지 들뜨게 만든다.



하지만, 25Kg이 훌쩍 넘는 배낭 두 개를 짊어지고 거리를 즐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숙소를 찾는다.


미달이 누나&수미 누나와 택시 셰어를 한 기념으로 숙소까지 같이 셰어하기로 한다.


내게 있어 처음보는 사람과(그 것도 성별이 다른) 숙소를 셰어하는 일은 두 가지 상황 뿐이다.


첫 번째는 술에 취했을 때


마지막으로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지금 여행을 하고 있다.



찾은 게스트하우스는 Budget guesthouse였으며, 더블 베드에 간이 침대를 하나 추가해서 당분간 지내기로 한다.


배낭을 방 안에 던지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샤워'였다.


공항에서 카오산로드까지 오는 약 1시간 동안 이미 땀이 온 몸을 적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줄기를 몸에 뿌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통성명을 하긴 했지만, 이름도 가물가물한 그 사람들을 믿을 수 있는건가?'


'내가 공용 샤워장에서 씻는 동안 배낭을 들고 사라진다면?'




모험을 추구하는 만큼 안전 역시 추구하는 나였기 때문에 조심스런 마음으로 방 문을 열었다.


누나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쓸데 없는 걱정이었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걱정이나 근심의 8할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1할은 일어났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며, 마지막 1할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다.


이미 십 년도 전에 읽었던 퇴마록의 박 신부도 그렇게 이야기 했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합시다."





개운한 마음으로 누나들과 함께 카오산 거리를 걷는다.


수미누나는 이 곳이 처음이었고, 미달이 누나는 이 곳을 싫어했다.


그래도 카오산에 왔다면 맥주를 마셔야 한다.


처음엔 간이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경찰이 출동하자 나가라고 말한다.


술 파는 상인은 느릿느릿 간이 테이블을 치워버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보도블럭에 주저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 때 레게머리를 한 스페인 남자 한 명과, 배가 툭 튀어나온 요르단 남자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 이인조는 우리가 마음에 들었는지(혹은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 정신이 나가 있었던 걸 지도) 계속 말을 걸기 시작했고, 결국 우리에게 본인의 게스트하우스까지 소개해주었다.


우리가 따라간 이유는 맥주를 산다는 말 때문이었는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 맥주를 살 기분이 아니었던지 담배만 피워댄다.


더 이상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이인조는 맥주를 사지 않았으니 말이다.


잘 자라고 말하고 우린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노상에 펼쳐진 발마사지 침대


1시간에 200바트이니, 한화로 약 8천원 쯤 한다.


카오산 로드의 마사지(1시간) 시세는 약 200~220바트정도였다.




카오산 로드에서 마신 아이스 커피


Ice coffee with milk 추천한다.


Ice tea는 비추.





-너 머리좀 어떻게 해봐


카오산 둘째날.


나는 누나들과 더위를 피해 맥도날드에 있었다.


숙소에는 에어컨(?) 그런거 없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람을 쐬자 기분이 좋아지고, 깜빡하고 있었던 레게머리가 생각났다.


정확하게 내가 하고 싶던 것은 드레드.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사리 도전할 수 없었는데, 그런 머리를 했다가는 회사에서 잘리거나, 집에서 쫒겨나거나, 애인을 잃어버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머리가 짧은 사람은 인조머리를 붙여 드레드 머리를 완성하는데, 난 머리가 짧았지만 땋았을 때 어떤 모양이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누나들의 "너 머리 좀 어떻게 해봐, 배낭여행 초보자 같아"라는 말에 저렴한 가격에 내 머리로 한번 땋아보기로 결정했다.


야간에 아이폰 전면 카메라로 촬영해서 화질이 더럽다.


원래 내 피부는 저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전체적인 얼굴도 곱상하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이다.




저런 험악한 아저씨가 머리를 땋아줬는데, 무쟈게 아팠다.


1시간 내내 난 표정을 저 이모티콘처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나를 쳐다봤나보다.




응?


머리가 얼마나 땋아졌나 확인하러 전면카메라로 찍어봤다.


저게 뭐지?


난 원래 머리숱이 많은데..



뭐가 어찌되었든 험악하지만 사람 좋았던 그 남자는 1시간만에 내 머리를 다 땋아 줬다.


단돈 500바트! 한국돈으로 2만원 정도다.


그리고 변신.





누나들은 두건을 필히 착용하고 다니라고 말해주었으며 (-_-)


진심으로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물론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다.


내 마음에 든다. 


이제 몸과 마음이 점점 배낭여행자처럼 변해가고 있다.


모든 것은 이 곳이 카오산 로드였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의 교훈 : 드레드 헤어를 갖기까지는 고통이 수반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하는 것의 1/10가격으로 시술할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돈 후에 다시 방콕에 도착하면 인조머리를 이용해서 드레드 헤어를 가져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