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여행하면 누구나 찾게되는 릭샤.
릭샤는 자전거를 개조한 형태의 서민 교통수단인데, 앞은 자전거 본 모습 그대로이고 뒤쪽에 두 사람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두 바퀴의 수레를 달아놓은 형태다.
승객이 앉아 목적지를 말하면 릭샤왈라(운전수)들은 그 빼빼마른 몸으로 두 다리에 힘을 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속도가 붙게될 때까지 엉덩이를 안장에 붙이지도 못한 채 온 힘을 짜가며 페달을 밟는 것이다.
릭샤에는 종류도 여러가지다.
수레 앞의 동력이 자전거이면 사이클 릭샤.
동력이 오토바이라면 오토 릭샤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그 보다 비인간적인 교통수단이 있다.
동력 자체가 사람인 원시적인 교통수단 말이다.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인력거 역시 빼빼마른 남성들이 수레를 들고 앞으로 뛰며 이동하는 교통 수단이다.
인력거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도 등장하는 교통수단이지만, 현재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업이라는 명목하에 인도 정부에서도 점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교통 수단이다.
(2013년 현재, 인도 콜카타에서는 아직도 인력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릭샤왈라(릭샤꾼) 대부분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어수룩한 농촌 총각이 무작정 상경해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으니 이거라도 해보자 말하며 뛰어드는 업인 셈이다.
내가 인도를 여행할 때는 진정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인력거는 단 한차례도 탑승해본 적이 없었으며, 가끔씩 사이클 릭샤와 오토 릭샤를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그러던 중 문득 발견한 사실이 있었다.
"릭샤에는 기어가 없다."
내 또래 남자라면 모두들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닐 때 본인 자전거를 한대 쯤 갖는게 소망인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그냥 자전거는 아니고 24단 기어가 붙어있는 유명 브랜드에서 만든 그런 자전거 말이다.
24단 기어라 함은, 페달 쪽을 감싼 체인측에 4개의 서로 다른 기어 바퀴가 붙어있고, 뒷바퀴에 서로 다른 크기의 6개의 기어 바퀴가 붙어있어 24가지의 다양한 조합으로 자전거를 끌 수 있는 일종의 부품인 셈이다.
그런 자전거를 가지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친구들에게 멋내고 싶은 것은 표면적 이유이고, 기어가 있는 자전거가 힘을 덜 들이고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막 길을 오를 때, 뒤쪽에 사람을 태울 때, 속도를 내고 싶을 때, 다양한 기어(Gear) 컴비네이션(Combination)을 사용하여 놀라울 정도로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
그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취미생활도 아닌, 업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사람들이 기어(Gear)가 없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생각했다.
"대체 왜일까?"
하루 열 시간도 넘게 자전거를 타야 한다면, 기어(Gear)가 있는 자전거가 당연히 편하지 않을까?
혹시 체인이 풀려버릴 경우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일반 자전거일까?
그렇지 않다.
이왕 체인이 풀려버리면 기어가 있는 자전거나 일반 자전거나 수리하기 골치아프긴 매 한가지인 것이다.
저 사람들 왜 기어(Gear)를 달지 않는걸까?
그리고 난 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이 사람들에게 기어(Gear)를 달 돈이 없구나."
그렇게 단순하게 답을 맺고 인도를 떠난지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이름을 가진 도로에서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달리는 꼬마를 만났다.
내 옆을 쌩하니 달려갔는데, 아니나다를까 기어(Gear)를 달고 있는 자전거였다.
그리고 갑자기 인도(India)생각이 났다.
'난 사람들이랑 좀 다른가봐. 인도 별로네. 다시 오거나 그러지 않을꺼 같아."
그렇게 말하며 '내 여행에서 별로였던' 인도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리고 사과나무도 아니었던 가로수에서 뉴튼이 떠올랐다.
만유인력.
아니다.
아인슈타인을 생각한다.
가속도의 법칙.
F=ma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인 셈이다.
그렇다면 역산하여 가속도를 구하는 공식도 쉽사리 구할 수 있다.
힘에서 질량을 나누면 끝이다.
그랬다.
릭샤왈라들의 힘은 일정하고, 사이클 릭샤의 질량 역시 일정한 것이다.
그들에게 가속도를 내기 위해서 기어(Gear)를 사용하는 것은 아인슈타인에 어긋나는 행동인 셈이었다.
기어를 높여 페달을 밟기 수월하게 느껴질지라도, 기어가 없는 자전거에 비해 수 차례나 페달을 밟아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기어가 없는 자전거와 기어가 있는 자전거.
가속도를 내는데 '필요한 힘'은 동일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기억 속의 인도는 기어(Gear)없는 사이클 릭샤가 되었다.
서두를 것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속도를 내기 위해 가해야할 힘은 동일했다.
기어가 있든 없든, 동일한 질량을 가진 이 사이클릭샤에, 동일한 힘을 덧대 속도를 가한다.
'그럼 똑같지 않느냐?'
인도는 내게 그렇게 속삭였다.
'똑같으면 된거 아니냐?'
인도 특유의 그 말을 잊지 않는다.
'그럼 됐다. No Problem이다.'
인도 릭샤에는 기어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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