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가 더럽기로 유명하다는 인도(India)에 도착했다.
그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콜카타(Kolkata)에 도착한 첫 날 짐을 풀고 침대에 돗자리를 펼치는 일부터 시작했다.
조금의 가감없이 내가 체크인한 호텔의 침대는 바닥보다 더러워 보였다.
10년 전 쯤에는 흰색으로 빛 발했을 시트는 누렇다 못해 검은 빛으로 변색되고 있었으며, 푹 꺼진 베개에는 내 머리를 뉘이는 즉시 환호성을 지를 벼룩이나 이 따위가 득실댈 것만 같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무더운 날씨 덕분에 내 침낭은 꺼내지 않아도 될 거라는 사실이었다.
내 소지품으로 적당히 침구를 정리한 후 바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샤워실 확인이 두 번째였다.
날씨가 더워 더러운 침대 위에 침낭을 펼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샤워는 자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참한 수준이었다.
과연 이 샤워기에서 물은 떨어질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더러움에 대한 두려움에 난 샤워기 밸브조차 만질 수 없었다.
샤워기 밸브에는 이끼와 검댕, 녹따위가 범벅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조용히 문을 닫고 무작정 바깥으로 나갔다.
외려 내 침대보다 이 거리가 깔끔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콜카타의 거리를 둘러봤다.
'이제 다시 혼자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인도 나름 괜찮네. 그런데 인력거는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
별 생각을 다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헌 책방을 발견하곤 발걸음을 돌린다.
어느 도시이든 헌 책방은 매력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난 론니플래닛 인도편을 발견하곤 얼마인지 묻는다.
"450루피"
저렴한 가격에 책을 이리저리 돌려 상태를 본다.
그리 나쁘진 않았다.
초판 발행일을 확인한다.
5년 전에 발간한 2007년판 론니플래닛이었다.
헌 책방 사장은 초판 발행일을 확인하는 내 눈초리를 간파한 듯 서둘러 말하기 시작했다.
"Hey India's same. Here's not changing"
인도는 한결같다.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난 론니플래닛을 사지 않았다.
저렴한 가격이었고, 흥정을 한다면 한국 돈으로 5,000원에 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렵사리 단념한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은 모든 인도 관광&여행객들이 보고 간 유적지나 관광 명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5년 전에도 똑같았던 인도를 보고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헌 책방 사장의 말이 맞을 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인도는 변한 것이 없는지.
처음 인도를 여행해보는 내가, 과거와 현재의 인도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인 작업이긴 했지만, 모든게 역설적인 이 곳에서라면 외려 그 것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방으로 돌아왔다.
문득 헌 책방의 그 사장의 조급한 속삭임이 생각났다.
"Hey India's same. Here's not changing"
인도는 한결같다. 바뀌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맞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쓰게 웃는다.
그리고 더러운 침대에 발랑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거미줄과 작은 벌레,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들이 곳곳에 퍼져 있었다.
더웠다.
샤워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씻어야지.
그렇게 난 샤워를 하며 계속해서 헌 책방 사장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Hey India's same. Here's not changing"
인도는 한결같다.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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