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약 10억명의 인구 중 성인을 대상으로 평균 키를 따져 보자면 160~180cm정도가 되었다.
키가 조금 작은 사람들의 나라는 160에 가까웠고, 키가 조금 큰 사람들의 나라는 180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엇비슷한 높이의 시선으로 사물을 관조하고 세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주어진 눈높이에서 관념이 생겨나 고정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각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모두가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은 날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늘로 날아 올라가면 남들이 볼 수 없는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103년, 난 인도 콜카타(Kolkata)의 어떤 기차역 대합실에 있었다.
무거운 배낭은 옆에 팽개치고 바닥에 주저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주저앉아 눈높이를 낮추니 오줌을 싸는 개도 보이고, 대합실을 활보하는 쥐도 보이기 시작했다.
구걸을 하는 사람도 자세히 보이고, 바쁘게 걷는 사람들의 발도 보였다.
날 내려다 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보였고, 이리저리 채이는 작은 쓰레기가 보였다.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었지만 주저 앉아 있던 당시의 나에겐 모든 것들이었다.
그 모두가 새로운 의미를 지닌 주체로서 나의 세상에 다시 찾아들고 있었다.
그렇게 난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과 조우한다.
세계인구가 10억에서 70억으로 늘었지만 아직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날기 위해, 펄쩍 펄쩍 뛰고 있다면 난 주저 앉을테다.
몇몇 사람들은 정말 날아올라 비웃음 지으며 날 바라볼 것이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어?'
그럼 난 웃으며 응수할테다.
'넌 거기서 뭐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위로만 날기위해 애쓴다.
내가 보기엔 나는 것과 주저앉는 것.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권문경
'여행 잡문(旅行雜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을 걸다 (0) | 2013.12.21 |
---|---|
생선가게 아저씨 (0) | 2013.11.22 |
여행의 일상화에 대한 경계 (4) | 2013.11.13 |
열정과 삶에 관한 잡설 (0) | 2013.11.11 |
발주악벽(發走惡癖) (0) | 2013.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