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첫 번째로 할 일은, 화창한 봄날에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잘 닦여진 거리에서 팔짱을 낀 채 웃으며 걷고 있는 커플의 앞을 가로막는거야.
두 번째는 그들에게 다가가, 좌측 또는 우측에 있을 여자의 어깨를 세차게 부여잡고 키스를 하는거지.
당연한 소리지만 좌측 또는 우측에 있을 남자의 존재는 잊어버려.
키스의 시작과 함께 객이 되어버린 인물을 계속해서 운운하는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니까.
물론 여자는 끼고있던 팔을 풀어 너를 감싸며 네 키스에 응할거야.
이제 둘 뿐.
다음에 할 일은 '어디로든' 여자를 데리고 가는거야.
네 마음에 드는 그 곳으로.
직선거리가 먼 곳이라면 더욱 바람직하지.
만약 나라면 섬이나 바다가 보이는 만으로 갈거야.
그리고 그 곳에 도착했다면 해는 저물어가고 있어야 해.
이건 메타포니까.
그리고 바다가 해를 집어삼키는 즉시 여자는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네 뺨을 세게 후려칠거야.
어쩌면 엉엉 울어버릴지도 모르지.
물론 이 상황에서 네 행동은 정해져 있어.
여자를 버려두고 처음 그 장소로 돌아갈 것.
최대한 빨리.
잠시 잊고 있었던 그녀의 남자가 널 죽이러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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