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에, 김동리의 '역마'를 읽어보지 아니하였다면 백스페이스 키를 가차없이 누르시오.>
<정말로 읽은거 맞아??>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세 갈래 길 가운데 하나.
구례로 향하는 길.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구례로 향하는 행위는 운명을 거부하고 계연과 재회하겠다는 의미로, 주인공은 끝내는 구례로 향하는 길을 등지고 운명에 순응하며 하동을 택한다.
그래서 난 구례로 향했다.
운명을 거스르는 대가를 톡톡히 해 두고 싶어서.
과연 운명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어서.
처음 가 보는 구례라는 고장에서 난 섬뜩한 적막함을 느꼈다.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길을 쏘다니며 주위를 둘러봐도, 60평 가까이 되는 찜질방 안에서 한참을 두리번 거려도, 사람이 없었다.
홀로 떠나는 여행경력 6년 동안 이런 적은 없었다.
무서웠다.
아픔이 밀려왔다.
눈물이 날 정도로.
사실, 나란 놈은 사람을 싫어하는게 아니었다.
그걸 깨닫는 데만 23년이 걸렸다.
언제나 사람을 그리워하고, 새로운 만남을 갈구하며, 진실된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놈이었다.
나 혼자 깨달은 척
나 혼자 잘난 척
나 혼자 세상의 아픔을 짊어진 척
나 혼자 시대의 흐름을 거역한 놈인 척
나 혼자 순수음악을 따르는 놈인 척
하지 않겠다.
이제 안 한다.
못 한다.
내가 23년동안 증오하던 인간들과
똑같이 행동하겠다.
정말로.
'구례'로 향하는 길은 적막했다.
이제 '하동'으로 향할 차례다.
아주 천천히, 숨통이 끊어질 때 까지 '하동의 끝'까지 가보도록 한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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