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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70810)회색도시와 푸른 강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강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노자가 말했던 '상선약수'는 짖는 개나 줘 버리라지.

 

분명 강은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라 나는 말한다.

 

회색도시를 굽이쳐 흐르는 강은 내게 말한다.

 

언젠가 나를 막아서는 제방, 둑, 댐같은 인공 구조물을 작살내 버리고 당신에게 가겠노라고.

 

호언장담한다.

 

 

강은 살아있다.

 

죽지 않은 채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채

 

말 없이 갇혀 있다.

 

 

짙푸른 강이여

 

깍아지른 절벽 위를 흐르고 있는 강이여

 

인간이 만들어낸 당신의 수갑을 박살내버리고

 

내게 오라.

 

어서 내게 치달아오라.

 

 

회색도시를 집어삼키고

 

태초에 존재했던 것들만 고이 남긴 채

 

두손모아 기도하는

 

내게로 달려오라.

 

분노하며 달려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