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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20071030)A Short Fiction #9.

by 빛의 예술가 2013. 4. 16.

학교 옆 공터 쓰레기장에서 풍기는 악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녀석은 자퇴의 이유를 그렇게 설명한다.

 

"그 것 뿐이야?"

 

"그 것 뿐이야."

 

 

그로부터 며칠 후 난 학교 옆 공터에 있는 쓰레기장을 찾아갔다.

 

예상대로 악취가 났고, 파리떼가 비행하고 있었다.

 

어쩐지 대지가 검게 보이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인부의 얼굴까지 검게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검은 기운은 내 발끝에서 서서히 나를 휘감고 있었다.

 

 

여긴 쓰레기장이다.

 

그 걸 인지한 순간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더러웠으니까.

 

새로 산 옷에 악취가 배는게 싫었고, 내 얼굴이 인부의 얼굴처럼 변하는게 싫었고, 파리떼가 몸에 달라붙는게 싫었고, 녀석이 학교를 뛰쳐나간 이유가 타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긴 쓰레기장이다.

 

보통 쓰레기장과 별반 다를게 없는 일반 쓰레기장이다.

 

이 곳에선 로맨스도, 평화도, 열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 파묻고, 버리고, 파묻은걸 꺼내고, 태워 버리고, 다시 묻고,

 

끝없이 반복.

 

 

여긴 쓰레기장이다.

 

여간 더럽지 않다.

 

냄새가 난다.

 

모든게 검다.

 

파리떼가 비행한다.

 

대지가 썩어가고 있다.

 

최악의 장소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쓰레기장에서 나는 악취가 맘에들지 않아 자퇴를 한, 내 친구놈이 보고싶어진다.

 

하지만 친구놈을 볼 수 없으니 쓰레기장에 가야한다.

 

역설이다.

 

최고로 더럽고 냄새나는 역설.

 

그래도 그 곳으로 향할 수 밖에 없는 나의 행동은

 

최고로 더럽고 냄새나는 역설의 긍정이다.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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