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는 서른 두살이다.
결혼할 남자는 찾지 못했고, 조그만 회사에서 홈페이지 관리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혼자서 살고 있는 전세방은 작지만, 생활하기에 편하다.
그래서 4년째 이 곳에서 살고있는지도 모른다.
이 나이가 되면 만날 친구가 없다.
가끔씩 내 자리를 배회하며 추근덕거리는 노총각들이 있을 뿐.
물론 싫어하는 표정을 짓지만, 나도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걸 은연중에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긴,
나는 제대로 알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내가 알고있다고 착각했던 것은 '마르크스'뿐이니까.
그것도 10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이야기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했던 일이 적색분자들에게 섞여 몸을 붉게 만드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정말로, 그때는 '마르크스'가 전부였다.
비록 지금은 그게 틀렸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난 적어도 다른 놈들처럼 '살아오면서 제대로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그 착각의 기간이 32살 노처녀의 유일무이한 자랑거리이다.
남들이 보면 자지러지게 웃겠지만.
난 그 놈들을 보며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다.
오랫만에 '자본론'을 정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오늘은 그런 밤이다.
우습게도, 아직 '자본론'은 32살 노처녀의 책장에 꽂혀있다.
시간의 틈에 끼여 죽어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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